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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 시대 글로벌서비스]④야후재팬의 성공비결


 

국내 게임 업체들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달리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은 아직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 문화인데, 현지인들의 성향과 수요에 맞춰 토착기업들과 경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인터넷 사업의 최정상에 올라 장기집권 하고 있는 야후재팬과 일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만났다.

과연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기본'에 충실한 선발주자, 야후의 '벽'

일본에 진출한 국내 인터넷 기업 종사자들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인정하는 게 "현 단계에선 아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야후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후재팬은 9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검색 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디어, 커뮤니티, 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야후재팬 타이라 마케팅 디렉터는 "일본 인터넷 이용자들 니즈의 80%는 검색"이라며 현지에서 시작한 '야후 신화'의 첫 걸음으로 우월한 검색 시스템을 꼽았다.

"검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처리입니다. 일본어의 경우, 그 언어 구조상 검색작업에서 연관되는 범위와 폭이 한없이 넓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초기부터 검색 엔진에 일본어 처리를 담당하는 연구팀을 뒀고 이를통해 축적된 기술과 미국 본사에서 제공해온 엔진을 융합해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검색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타이라 디렉터는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구글엔진과 비교해서도 떨어지는 점이 없다고 자신한다.

"엔진의 핵심적인 기능 자체에선 야후의 그것과 구글의 그것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언어 처리 기능에서 특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일본 시장에선 야후재팬이 우월하다고 자신합니다."

검색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뉴스, 일기 예보 등을 제공하는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여기까지는 야후 본사의 모델과 틀리지 않다.

"미국 본사의 경우 일본보다 2~3년 앞서 검색과 미디어 사업이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와 커머스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작업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야후재팬은 메일과 각종 게시판,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활성화시켜 이용자들의 잦은 방문과 이용을 유도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이용자들을 경매와 쇼핑 등 커머스 서비스로 이어가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수익을 잇는 수익원을 확보했다.

"이들 4대 서비스는 이용자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인터넷 에코(echo: 메아리, 반향)'시스템을 갖춰 야후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타이라 디렉터는 "인터넷 사업의 '4대 축'에서 모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야후의 영광, 후발주자의 그늘

2000년도에 일본 시장에 진출한 NHN은 수년간 시장 공략을 단행한 끝에 현지 온라인 게임 사업자 중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75억엔 정도.

현지화된 웹보드 게임,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아바타를 수익모델로 정착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프리스타일, 던전앤파이터, 스페셜포스 등 국산 인기 게임들을 현지에 배급하며 공략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다른 포털 사이트에 B2B로 메일툴을 제공하며 시작했던 검색 서비스는 현지에 뿌리내리지 못했고 와신상담 끝애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NHN재팬 이토 사업부장은 "시장이 이미 고착화된 상태에서 진입한 후발주자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시간들이었다"고 토로했다. 2000년부터 야후의 독주체제가 갖춰진 상태였고 한국과 달리 일본 시장에선 후발주자가 느끼는 '갭'은 생각외로 컸다는 것.

2002년부터 세이클럽의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네오위즈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탄탄한 인기를 누렸고 아바타라는 새로운 유료화 모델을 발굴했던 세이클럽의 일본 서비스는 현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네오위즈 재팬은 2004년부터 현지 사업의 초점을 게임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네오위즈 재팬 송모헌 사업실장은 "일본인들은 상품선택에 있어 오랜 시간 고민하는 대신 일단 채택한 상품의 이용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중지하는 법이 없다"며 "인터넷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보수적인 특색은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갭을 더욱 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절대인구수의 차이 때문에 인터넷 이용 인구수 자체는 일본이 더 많지만 실제 전체 인구 대비 인터넷 이용인구 수, 1인당 인터넷 사용시간 등을 고려할땐 일본 시장의 인터넷 이용은 국내보다 크게 못 미치는 편이다.

한국보다 인터넷 서비스 소비의 '볼륨'이 작은 상태에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선두사업자의 존재는 좀체 넘기 힘든 '벽'이 된다는 것.

NHN재팬 관계자는 "한국에서 NHN은 검색시장을 주도했고 여러 사용자들로부터 호평받은 서비스를 진행해 왔지만 이를 일본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검색엔진은 로컬라이징이라는 만만찮은 장벽을 만나게 되며 각종 서비스의 제공과 인력 할당, 리소스의 분산과 배분 등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은 과제였다.

이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의 장점을 곧바로 현지에 이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NHN재팬이 현지에서 2004년부터 서비스한 '지식플러스(지식인 서비스의 일본판)'는 한국과는 달리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진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야후재팬이 서비스한 '지혜브끄로(지혜, 지식을 담은 봉투라는 의미: 지식인 서비스와 달리 이용자들의 질문에 사이트 관리자가 답변을 달아주는 방식)'쪽에 더 많은 이용자가 몰려들었고 이 또한 국내 시장에서 처럼 활성화된 수준은 못됐다.

NHN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과 빈도 등 의존도가 높지 않은 일본 시장에서 지식인과 같은 서비스는 큰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이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역시 외국계 기업인 야후재팬은 이러한 난관을 어찌 넘었을까?

타이라 디랙터는 "야후재팬은 출발부터 토종기업이었다고 봐도 좋다"고 설명한다. 야후가 야후재팬에 지분투자를 했지만 실질적인 창업주인 이노우에 CEO가 창립 이후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해왔고 사업 방향과 구체적인 서비스 개요까지 일본 현지의 니즈에 맞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왔다.

"검색엔진과 미디어라는 원초적인 토대를 전수 받은 것 외에는 10명으로 출발한 초창기 멤버들의 작품으로 봐도 좋다"고 설명한 타이라는 "다른 외국계 기업들과 달리 인터넷 서비스의 초창기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유리한 출발을 했으며 다소 보수적인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은 이후의 수성을 유리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손정의 회장의 투자와 비즈니스 마인드가 야후재팬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손정의 회장은 야후 모델이 일본에서 통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통해 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투자 이외에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두고 간섭하는 경우는 없었으며 소프트뱅크와 별개로 야후재팬은 비즈니스 전반에서 독립성을 유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일본 인터넷 비즈니스에의 '미래'와'가능성'은?

일본의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은 ADSL의 대중화가 이뤄진 2002년을 고비로 또 한 차례 판도변화와 고착화 과정을 겪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야후재팬의 독보적인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송모헌 실장은 "일본의 포털 사업자 및 인터넷 서비스 사들이 커뮤니티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며 "메인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 시키고 이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도 블로그, SNS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더욱 확장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 실장은 "한국의 아이러브 스쿨, MSN메신저, 싸이월드와 같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던 이들조차 인터넷을 사용하게 만드는 이른바 '트래픽 드라이버'는 아직도 일본 시장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특정 서비스에의 '쏠림현상'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본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 탓이기도 하며 바꿔 말하면 인터넷이용 빈도 등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이 현지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부담'이자 '가능성'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송실장은 "인터넷 콘텐츠 및 서비스 이용에 있어 '경쟁'을 싫어하고 '화목'하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의 특성 탓에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가 활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커뮤니티 서비스를 부가서비스로 제공하지 않고 그 자체를 메인으로 하는 인터넷 사업자는 일본 현지에서, 적어도 향후 2~3년내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는 그만큼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활용하고 즐기는 인터넷 이용자 층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NHN재팬 이토 사업부장도 사견을 전제로 "NHN본사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알수 없지만 현재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토털 인터넷 사업의 형태로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긴 어렵다"며 "검색 서비스의 경우 구글과 같이 기술력에 바탕한 차별성이 있지 않으면 현지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여유있는' 선두주자 야후는 앞길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타이라 디렉터는 "지금껏 해오던 대로 4대 서비스를 축으로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물론 그 4대 서비스에 살을 붙여서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로 가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웹2.0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도 그 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라는 "경매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이 무려 1천300만개에 달하는 물품의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고 품평을 다는 등 소비자 참여 모델이 99년부터 도입됐다"며 "홈페이지 서비스인 '지오시티', 소비자들의 추천에 의해 에디팅이 되는 '야후 뉴스 토픽', 팬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커뮤니티 서비스 '야후데이즈'를 비롯해 이러한 참여형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더욱 늘려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야후ID를 발급받은 이들이 인터넷 상의 4대 서비스를 모바일과 TV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어떤 도구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는 '야후 EVERWHERE'를 구축하는 것이 중기적인 과제가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모헌 실장은 "커뮤니티 서비스로 현지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현재 일본의 토양이 아직 성숙하지 못하며 야후와 같은 기존 사업자와의 정면승부는 어렵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향후 3년 내에 커뮤니티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며 긴 호흡을 통해 준비한다면 가능성 또한 열려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인들의 정서에 대한 이해와 시장의 흐름을 체득하기까지 일정 시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며 대중들에게 서비스와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위한 비용을 상당부분 지불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토 사업부장은 "토털 비즈니스의 형태로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분명한 특색을 갖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를 받침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식이 현재로선 가장 적합해 보인다"며 "해외 업체의 경우 기존 서비스중에선 보기 힘든 모델이며 단기간에 성공을 거둔 믹시의 성공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믹시는 익명제를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전세계 웹을 통해 유통되는 블로그 문서 중 일본어 문서의 비중이 30%를 차지할만큼 블로그 서비스가 붐을 일으켰던 일본 시장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붐을 일으키며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05년 12월 기준, 회원수 200만명을 확보했으며 알렉사의 일본 사이트 순위에서 아마존을 제치고 일본내 5위(전세계 50위)를 차지했다. 2006년 1분기에는 야후에 이어 순방문자수 기준 2위를 오래동안 유지해오던 쇼핑사이트 락테인을 제칠만큼 파란을 일으켰다.

이토 사업부장은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의 붐이 이제 막 일기 시작한 단계이며 내년 이후에는 이러한 트렌드가 좀더 가시화 할 것"이라며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서비스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라도 "해외 사업자가 일본에 진출할 경우 기존 일본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창출이 적합할 것으로 본다"며 "믹시와 같은 새로운 SNS 서비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웹 2.0 트렌드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의 경우 아직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도쿄(일본)=서정근 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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