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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산업, 이젠 푸른 바다로 -4] 블루오션의 전제-발상의 대전환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미 설정된 시장경계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데 있다. 즉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창조하느냐에 있다. 시장 '창조전략'이 바로 블루오션전략의 요체인 것이다.

기존시장에서 어떻게 경쟁자를 앞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시장경쟁전략'을 중심으로 하는 '레드오션' 전략과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통신산업은 이미 2~3년전부터 '컨버전스'라는 이름으로 '블루오션' 개념이 기술발전과 시장의 요구에 의해 적용되고 있다. 통신산업 내에서 유선과 무선, 데이터와 음성이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돼 왔다. 또 통신과 방송, 통신과 금융등 타 산업과의 융합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현하는 개별기업들의 전략은 아직 여전히 '레드오션'형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컨버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시장전략 보다는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통신산업은 이미 기술과 시장의 요구에 의해 '블루오션'의 문턱에 와 있으면서도 '레드오션'식 사고로 인해 정작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숫자가 아니라 큰 그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시장점유율, 투자와 이익의 대비, 경쟁사와의 격차 등 숫자에 집중해 온 기존의 사고를 전환, 큰 그림을 보면서 시장을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이를 통신사업자들에게 응용해 적용하면 '발상의 대전환'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 부터 국내 통신시장은 음성통화 수익으로는 더 이상 통신업체들이 수익을 높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했다. 때문에 통신사업자의 새로운 시장은 데이터통신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와 새로운 서비스 발굴이 통신산업의 화두로 부상했다.

특히 급성장 하는 이동전화와 결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시장은 통신사업자 뿐 아니라 콘텐츠, 포털, 관련 장비업체등 국내 IT산업을 한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주력분야로 떠올랐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도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은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선인터넷 분야 시장이 커가고 있는 것은 고작 SMS(단문메시지) 이용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소비자들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는 킬러콘텐츠가 벨소리, 통화연결음, 성인물 정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망을 막아놓고 콘텐츠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선별하고 있어 유선인터넷에 비해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2001년 정부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약속했으나 여전히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무선망 개방에 소극적이다.

KT와 SK텔레콤등 통신사업자들은 4~5년전부터 통신과 금융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 다양한 융합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새로운 서비스는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가입자에 대한 '소유'문제. 통신사와 금융사들이 서로 자기의 가입자 정보와 가입자에 대한 기본적인 소유를 내세워 협력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고의 IT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제공되는 통신과 금융의 융합서비스는 고작 물리적으로 휴대폰 단말기를 통해 계좌이체를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가입자에 대한 소유, 네트워크에 대한 독점을 강조하는 기존 마인드로는 타 산업과 융합해야 하는 신시장 창출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융합'이라는 큰 그림을 위해서는 소유와 독점이 아닌 공유와 개방에 대한 새로운 마인드를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와 가입자에 대한 소유욕은 공공재인 통신네트워크를 소유한 민간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광범위한 반감을 자아내는 역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소유욕이 새로운 시장창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무선망을 개방하고 콘텐츠 활성화에 나섰더라면 무선인터넷 산업은 지금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됐을 것이라는게 인터넷 기업들의 지적이다.

또 통신사와 금융사들이 가입자 소유에 대한 마인드를 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협력에 나섰더라면 한국은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블루오션'성공기를 만들어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루오션 전략의 저자인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블루오션전략'에서는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고객 중심으로의 관점으로, 경쟁 중심에서 가치혁신 중심으로 관점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산업의 혁신적인 가치 창조를 위해 가장 먼저 소유와 독점에 대한 마인드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선결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파트너임을 인식하고 시장 친화적 정책을 통해 기업이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협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정부의 마인드 변화입니다."

"먼저 수평선을 바라 보라"...강혜구 한국가치혁신실행연구소 대표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블루오션의 수평선으로 고개부터 돌려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당장의 경쟁에 사로 잡혀 눈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어요"

강혜구 한국가치혁신실행연구소(VIAC:Value Innovation Action Camp Korea) 대표는 기업이 레드오션을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시야를 돌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강 대표는 올 1월에 설립된 한국VIAC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의 번역자이면서 몸소 블루오션 전략을 설파하고 다니는 '블루오션 전도사'이다.

그는 프랑스 알카텔 그룹 본사 해외 마케팅부서에서 일했으며, 프랑스 민영방송 TF1의 국제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한국VIA(한국 가치혁신 실행연구소)는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가 주도하는 가치혁신 글로벌 네트워크(VIN)의 한국 대표 사무소다. 한국 VIAC는 블루오션 전략 관련 교육을 전담하고 지식재산권도 관리한다.

강 대표는 통신산업이 레드오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쟁을 벤치마크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쟁자를 주목하고 벤치마크 하면 할수록 그들과 같아지며 붉은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그는 기존 경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SWOT분석(강점, 약점, 기회, 위협에 대한 분석)'은 잊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장 포화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가입자 뺏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재의 통신업계가 블루오션으로 가기위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경쟁자 쳐다보지 않기'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통신업체들은 경쟁회사가 보조금을 언제 얼마나 쓰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쟁사의 움직임에 따라 곧바로 비슷한 비슷한 경쟁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강 대표는 또 통신업체들이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에는 고객이 아니었던 사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비고객을 쳐다보라'는 것이다. 비고객을 주목함으로써 비경쟁의 기회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끊임없이 기존 시장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할 것을 주문한다. 시장은 결코 한정된 영토가 아니며, 새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것.

강 대표는 비고객 공략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에서 개인 재무관리프로그램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는 '인튜이트'를 꼽았다. 가정용 회계 프로그램 '퀵큰'을 만드는 이 회사는, 미국인들이 애용하는 "연필의 장점을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미국시장을 평정하는 대박을 터뜨렸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가정용 회계 프로그램을 마치 연필을 사용하듯 쉽고, 가격도 저렴하게 만들어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통신업체의 고객이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면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제 '누구'가 아니라 '무엇'이 고객이 될 수 있다.

강 대표는 또 "기업이 블루오션으로의 항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확신과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한 많은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 뒤에는 종업원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되 그곳으로 회사가 가기 위해서는 노를 젓는 사람들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현재 정통부의 통신정책은 사실상 '정책=규제'로 대표된다. 그것도 '비대칭규제'로 불리는 사전규제가 대부분이다. 특히 정통부의 사전규제는 법률에 의한 예측가능한 규제라기 보다는 통신시장의 지형에 따라 늘 변화무쌍한 '법률 해석형' 규제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구도가 정부의 의도한 대로 정착되지 않자 번호이동성 시차제를 도입, 막강한 사전규제의 힘을 보여줬다.

또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구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자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 시장구도를 변경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이러한 시장구도에 따른 변화무쌍한 규제방식은 기업들의 예측가능한 경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통부의 규제 운용방식은 통신사업자들이 정부규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을 동원하는 편법을 사용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IT산업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의 투자요구에 대해서는 주주들의 반발을 내세워 투자확대 불가 입장을 간접전달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신성장동력 발굴보다는 '규제리스크' 회피를 위한 전략에 더 많은 노력과 연구를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국내 통신산업의 정체를 유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통부의 규제중심 통신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우선 기존 통신시장 중심의 규제정책을 신규시장 창출을 위한 육성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10년전 마련된 통신사업자 경쟁체제 구축을 통한 IT산업 육성 정책을 전환,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한 통신사업자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근본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통부가 정밀하게 정책의 기조를 재점검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책목표와 방식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정부 부처간 협력과 공조에 대한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유선통신 사업자 담합에 대한 처벌을 계기로 정통부와 공정위의 규제협력이 보다 절실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이 '블루오션'을 위해 타산업과의 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나 방송 관련 정책기관, 공정위등 광범위한 정책부처들을 설득하고 포괄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개선과 함께 또 하나 주요한 변화가 요구되는 곳이 국회.

현행 전기통신기본법과 사업법, 전파법등 통신관련 3법은 과거 경쟁체제 중심의 규제 집중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수년전 한 국회의원은 "정통부가 사업법과 기본법, 전파법등 3개 법률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이들 법률은 제정된지 수십년이 지나 수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법률 스스로도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차원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미래지향적 법률 정비 작업이 이뤄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법률 구조로는 통신과 타 산업의 융합에 대비할 수 있는 육성과 규제 방식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법률 정비 작업이야 말로 국민의 입법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통신업계 일각에는 "국회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기업들의 마케팅이나 일방적인 정부 비난등의 말초적 이슈에 집중하지 않고 큰 틀의 법률정비 작업에 나설 수 있는 연구작업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국회 역시 '블루오션' 을 위한 노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CDMA를 성공시킨 당시의 마인드와 성공방식을 빨리 잊지 못하면 제2의 CDMA 신화는 이룰 수 없습니다." 통신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원로는 과거의 성공사례를 서둘러 잊는 것이 새로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조언한다.

국내 IT산업의 최대 성공사례로 'CDMA 신화'가 꼽힌다. 때문에 정부와 IT기업들은 모두 '2의 CDMA 신화'를 일궈내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90년대 초 CDMA 성공은 막대한 자금을 가진 대기업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가입자를 소유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많은 통화를 하도록 하는 방식. 또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협력사를 선정해 이들만 선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소유할 수 있는 가입자도 없고 네트워크에 대한 독점권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2005년 한국 통신산업의 현실이다.

때문에 이제는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와 가입자를 타 산업과 공유하고 콘텐츠 개발업체등 협력업체에 대한 폭 넓은 지원을 통해 시장 자체를 확산시키는 새로운 마인드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규제로 일관된 정책운용이 아닌 신성장동력을 찾아내기 위한 인센티브와 정부내 협력을 통한 기업의 진입장벽 제거등 정책운용의 틀거리를 개편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경험을 잊고 새로운 시장환경에 맞춰 새로운 전략과 시장을 창출해내는 것이 통신산업의 '블루오션' 전략 첫 관문이될 것으로 보인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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