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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글로벌 거인들-(8)델] "기술은 변해도 기업은 남는다"


 

"델이 뭐하는 회사죠?"

IT업계에서 델(Dell)이라는 회사의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지만 델이 어떤 기업인지 한마디로 선뜻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몇몇 IT기업들처럼 델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지난 1984년 컴퓨터 제조업체로 시작한 델은 PC, 노트북과 서버, 스토리지 사업을 하는 동시에 프린터와 프로젝터도 만든다. 지난 2003년에는 소비자 가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LCD TV 등 평면 TV와 MP3 플레이어도 판매한다.

이에 대해 델의 한국지사인 델인터내셔널의 김진군 지사장은 델을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을 추구하는 IT기업"으로 정의했다. 델을 얘기하면서 이 회사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

델의 비즈니스 모델은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접판매 방식이다. '다이렉트 모델'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학계와 산업전반에 걸쳐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많은 기업 및 대학에서 델의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이에 대해 강연하는 과정이 생길 정도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원하는 사양을 전화나 인터넷으로 직접 주문받고, 이 주문에 맞춰 각종 부품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생산 클러스터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델에는 두 가지가 없다. 유통마진과 재고다.

중간마진은 25%에서 45% 정도 빠지고, 재고 회전율은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다. 경쟁사의 재고 회전율은 30일에서 길게는 60일까지 늦어지기도 하지만 델은 평균 3~4일 정도다. 영업비용 역시 간접비용이 많은 경쟁사에 비하면 30% 수준이라고 델은 자신있게 말한다.

특히 재고가 없다는 점은 델이 가진 최적의 장점이다. 최신의 기술을 제품에 바로 적용할 수 있고, 부품가격이 하락하면 즉각 원가에 반영해 고객에게 이익으로 돌려줄 수 있다. 고객들을 직접 대하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바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그래서 델의 비즈니스 모델에 매료된 사람들은 델을 "기술이 아무리 변할지라도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추켜세운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이나 영업경쟁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델은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공급자가 가장 안정적인 공급자인가를 판단해 비용을 낮추고 수익을 높인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저렴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델은 그 어떤 기업보다 규모의 경제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다.

◆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투자

대부분 기업들이 고유의 제품이나 기술을 발명하고 연구개발 투자에 전력하는 반면, 델은 틈새시장을 이용해 이미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이 적용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또 다양한 파트너들과 제휴해 표준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편이다.

델은 연구개발에 연간 4천명의 인원과 6억달러 정도를 쏟고 있다. 투자규모로만 따지면 전직원 5만3천명을 자랑하는 공룡기업 델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을 만큼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델은 "삼성이 1달러를 투자해 3~4달러의 이익을 되돌려 받는 것에 비해 델은 약 2배의 이익을 더 내고 있다"며 최저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자부한다.

케빈 롤린스 델 CEO 역시 지난 달 방한해 "미국에 있는 경쟁사들의 경우 연구개발에 매달리고는 있으나 효율적이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델의 투자규모가 적어보일 수는 있으나 결코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직원의 능력개발이나 열린 커뮤니케이션에는 많은 투자를 하는 편이다.

당시 COO였던 케빈 롤린스 현 CEO는 '성공문화 발의안'을 개발해 관리자와 하부직원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한편, 주저없이 비판하고 평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3월 델은 포춘 매거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 전세계에서 존경 받는 기업 3위에 오르기도 했다.

◆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델의 세 가지 사업분야 중 한국에서는 PC와 서버, 스토리지 사업이 중심이고 올해 일부 컴퓨터 주변기기와 컨설팅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델은 한국에서 기업고객 중심이다. 도시바가 한국시장 진출 2년만에 노트북 시장 점유율을 5배 이상 끌어올린 데 비해 국내 진출 10년을 바라보는 델은 여전히 3%선을 못넘기고 있다. 그만큼 일반 대중들에게는 인지도가 낮다는 얘기다.

최근 저가 노트북을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79만9천원짜리 노트북 'D505'도 기업고객을 위한 제품군에 속한 것이다.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군은 시장 반응을 봐서 차후에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델은 올해부터 소비자 고객들에도 신경을 쏟을 계획이다. 얼마 전 전국 AS 센터를 104군데로 확충한 것도 소비자 고객을 공략하는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또, 델만이 가진 가격경쟁력이 컴퓨터 주변기기 사업과 결합하면 국내에서 델에 대해 잘 모르던 개인소비자들도 델의 이름값을 실감할 수 있는 날이 곧 올지 모른다.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한다"...김진군 델인터내셔널 사장

델의 한국지사인 델인터내셔널은 지난 1995년 설립됐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김진군 사장은 "델이 원하고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시장에 잘 이식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실제로 김 사장 취임 이후 델인터내셔널은 매년 매출이 지속적으로 두 배씩 성장하는 등 안팎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편이다. 김 사장은 "델의 마케팅 방식을 고객들이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델 합류 전 컨설팅 그룹에서 일하기도 했던 김 사장은 델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고객들은 최고의 PC를 최적의 가격에 구입하고 문제가 생기면 적절하게 기술보조를 지원해줄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며, "최소의 비용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다이렉트 모델은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통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델의 한국지사 이름은 한국델이 아니라 델인터내셔널이다.

그는 프린터 시장 진출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국내 고급 PC시장에 거품이 많은 것처럼 프린터 잉크 시장에도 거품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PC시장에서 저가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프린터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가격 거품을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 사장 역시 "우리는 비용구조부터 다르기 때문에 카트리지 시장에 진입하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주변기기에서도 델의 돌풍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김진군 지사장은 하버드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및 정부 관계를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 케네디 스쿨에서 국제 통상 및 금융 석사학위를 받았다.

케빈 롤린스 델 CEO는 어떤 인물?

케빈 롤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96년 4월 부사장 겸 미국 지역 총괄담당자로 델에 합류했다. 이후 델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해 지난 해 1월 기준으로 연매출 400억달러를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1년 3월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한 롤린스는 지난 해 7월 CEO로 정식취임했다.

당시 CEO 교체 소식을 전한 C넷은 "PC를 상품화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그의 승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창업자이자 20년동안 델을 이끌던 수장 마이클 델은 CEO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만 맡기로 했다. 롤린스는 델에 합류하기 전까지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베인에서는 컴퓨터 시스템 직판 관련 전략을 도맡아 개발했다. 이 때 생긴 노하우가 델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지난 2003년 4월부터는 부시 행정부의 통상정책 자문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역정책 및 협상에 대해 부시 행정부에 조언하고 있으며, 컴퓨터 시스템 정책 프로젝트와 미국 경영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리검영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롤린스 CEO는 지금도 브리검영대학의 '경영자 리더십 위원회(PLC)'와 메리어트 스쿨의 국립 자문위원회(NAC)의 회원이며, 전자상거래를 위한 롤린스 센터를 설립해 후원하고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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