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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 SW시장의 새로운 테마주 BPM


 

2004년 우리나라 IT시장에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열풍이 불어닥쳤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솔루션이란 평가가 쏟아졌고, BPM 전문업체를 표방하는 기업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 어디 BPM 하나 뿐인가.'

그동안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기업대 기업간 거래(B2B) 등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기업들을 유혹한 솔루션들은 하나 둘이 아니였다.

그러나 대부분 '반짝 인기'에 그쳤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의 대를 이를만한 강력한 '킬러앱'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솔루션 업체들의 마케팅은 요란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도입했다는 소식은 '가물에 콩 나듯' 들려올 뿐 이었다.

그럼 BPM은 어떤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BPM은 다른 신개념 솔루션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공급 업체뿐만 아니라 수요자들도 BPM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삼아 특정 업무영역에 도입했다가 판을 확 키워 전사적으로 확장하려는 업체도 생겨났고, '혁신'이 키워드로 떠오른 정부 공공기관들도 BPM에 주목하고 나섰다.

파는 자와 사려는 자가 동시에 주목하는 솔루션이라면 심상치 않다.

핸디소프트 선승한 수석컨설턴트는 "부분적으로 BPM을 운영하던 LG전자가 전사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목할 것은 특히 경영진에서 BPM에 대해 남다른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는부분이다. 그렇다면 BPM 솔루션의 미래는 밝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RP 시장 초기 솔루션 업체들이 너나없이 강조했던 얘기가 있다. 바로 "최고 경영자의 의지와 마인드가 열쇠"라는 것.

지금 이순간, BPM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에도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는 BPM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 변해야만 사는 시대, 이를 가능케 하는 BPM

"인터넷 등 디지털 혁명을 거치면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으로 진행되던 지식의 전파와 가치의 창조가 이제는 수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정보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권력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 우리는 권력과 권위의 본질이 완전히 바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기업과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질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가 관건"이라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피오리나 회장뿐이 아니다. 이른바 경영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목에 달고 다니는 단어가 바로 '변화'다.

IBM과 HP가 몇년전부터 강조하는 '온디맨드(On Demand)'와 '적응형 컴퓨팅(Adaptive Computing)'을 받쳐주는 키워드 역시 '변화'다. 경영 컨설턴트와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차세대 전략으로 변화를 팔고 나선 것이다.

바야흐로 기업들은 변해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앞날을 장담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

고객 요구는 다양해지고, 기업간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으며 관련 법규나 규제가 생겼다 사라졌다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변화에 대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이 변화의 압력에 직면한 것은 IMF 위기가 닥친 97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기업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6시그마'로 대표되는 프로세스 혁신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변화는 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다. 이미 구축한 ERP, SCM, CRM 시스템으론 단위 업무의 자동화는 가능할 지 몰라도 그때그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기업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업무 프로세스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인데, 이들 솔루션들은 이를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무를 다년간 수행해온 IBM BCS의 이정미 실장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 영업팀은 몇군데 고객들에게 시제품을 쓰게 해보고 그 결과를 개발 단계에 녹이는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지금 기업에 있는 시스템들은 이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민끝에 업무 프로세스에 변화를 줬다고 치자. 업무 프로세스란 것은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의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 없다면프로세스 변화를 향한 기업들의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IBM 이정미 실장은 "6시그마가 확산된 이 후 그것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평가할수 있는 툴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솔루션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2년전부터 EAI나 워크플로우 업체들이 이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BPM이다"라고 BPM의 등장 배경을 소개했다.

미라콤아이앤씨의 송주석 부장은 "기업들은 판매, 생산, 회계 시스템을 구축 한 상황이다. 이들 시스템은 프로세스로 이뤄져 있다. 기업들이 이같은 프로 세스를 관리하는데 관심을 둔지는 오래됐다. 단지 구현방법이 없었을 뿐"이라 며 BPM이 하는 역할을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BPM은 업무 프로세스 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점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변화해야만 사는 시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 BPM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눈에 보이는 효과', 또 다른 매력

업무 프로세스는 대부분 인간의 지적 능력과 판단에 의존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문서화돼있지도 않으며, 분명하게 파악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프로세스는 매우 추상적이다. BPM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업무 프로세스를 눈에 보이는 존재로 구현,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이다.

업체마다 조금씩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이같은 기본 틀에는 의견차이가 없다.

핸디소프트는 'BPM은 프로세스와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핸디소프트 선승한 수석 컨설턴트는 "BPM은 현재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어떤 업무에서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지, 각 업무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특정 프로세스의 성과는 어떠한지 등을 보여준다"면서 "이렇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데이터를 근거로, 기업은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IBM BCS의 이정미 실장은 BPM에 대해 "대기업은 구멍가게 처럼 운영하기가 어렵다. 구멍가게는 어떤 것을 팔고 싶으면 진열대에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 대기업은 이런거 잘 못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게 BPM"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BPM은 특정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시켜주는 워크플로우 솔루션과는 차이가 있다. 워크플로우만으로는 기업 전체 업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듯 한 솔루션이라고 해서 곧바로 고객들에게 간택될 수는 없는 법이다. 백마디 말보다는 눈에 보이는 이익이 있어야만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런점에서 보면 BPM은 그래도 돈을 쓴 효과가 다른 제품보다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라콤아이앤씨의 BPM을 도입한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업무 프로세스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업무처리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현업의 계약검토 요청부터 담당자의 접수와 처리처리까지 진행되는 프로세스가 일목요연하게 정립됨에 따라 소요시간이 30% 감소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파일네트의 제품을 도입한 우리은행의 경우 문서 검색시간이 몇시간 길게는 며칠걸리던 것이 단 1~2초로 줄어들었다. 대출 처리시간도 6일에서 3일로 단축됐다. 이는 고객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다는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BPM과 웹서비스 도입으로, 업무 흐름 자동화와 사람에 의한 실수를 줄였다는 평가도 내놨다.

LG전자도 핸디소프트로부터 BPM을 도입한뒤 할인 승인 프로세스의 월평균 처리 시간을 5시간35분에서 4시간45분으로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납품할인 프로세스도 21시간43분에서 10시간11분으로 월평균처리시간을 단축시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BPM 기반 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조사대행 평균 소요기간을 약 24% 정도 절감하고 있다.

◆ "시장을 선점하라"...달아오른 경쟁

BPM에 대한 열기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다름아닌 SW업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BPM을 한다는 업체의 수가 100개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BPM 시장에서 한몫잡겠다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보이는 경쟁상황은 2강 체제로 형성돼 있다. 국내 업체인 핸디소프트와 외국업체인 한국파일네트가 한발 앞선 분위기. 핸디소프트는 공공과 제조를, 한국파일네트는 금융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 의미가 크지는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들 두 업체의 점유율은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의 공통점은 워크플로우에 기반한 BPM을 공급한다는 것과 대형업체라기 보다는 전문업체에 가깝다는 것. 다시 말하면 국내 BPM 시장은 현재 워크플로우에 기반한 전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워크플로우 기반 BPM을 표방하는 전문업체들의 강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도전자들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미라콤아이앤씨, 비투비인터넷, 리얼웹, 얼라이언스시스템, 메타빌드, 팁코소프트웨어, 웹메소드코리아, 다큐멘텀 등 국내외 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이 가운데 애플리케이션통합(EAI) 기술 기반의 BPM을 공급하는 미라콤아이앤씨, 팁코소프트웨어, 웹메소드코리아 등은 '워크플로우 한계론'으로 중무장한 상태다. 워크플로우 진영과 치열한 설전을 잔뜩 벼르고 있다.

워크플로우와 EAI 기반 BPM 업체들은 서로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협력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협력보다는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한편에선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소프트, BEA시스템즈코리아 등 이른바 통합 플랫폼을 앞세운 공룡 기업들도 BPM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들 역시 EAI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EAI 진영 BPM 업체들과 구별되는 것은 웹애플리케이션서버, 개발플랫폼 등까지 아우르는 BPM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유명세 또한 다른 업체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런 이유로 BPM 전문업체들 사이에선 통합 플랫폼 업체들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시장은 진입기, 수요 확대 기대

관련업계에 따르면 BPM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일 뿐이다. 자동화되고 있는 프로세스 영역이나 시장 수요 측면에서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IBM BCS의 이정미 실장은 "국내 BPM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올해 중반정도 돼야 솔루션 업체들이 제대로 준비가 될 것이다. 이는 파는 업체들도 알고, 컨설턴트들도 알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부터 BPM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가 사실상 'BPM 시장의 원년'이라는 얘기다.

시장조사 업체인 KRG에 따르면 국내 BPM 시장규모는 2003년 110억원, 2004년 200억원대 규모를 형성했다. 올해는 27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BPM 시장은 연평균 41.1% 성장, 오는 2007년 45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우리나라 ERP 시장규모는 800억~900억원 사이로 추산된다. 한국IDC에 따르면 오는 2008년에는 국내 ERP 시장은 1천153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BPM은 2007년경 ERP 시장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로 커진다는 셈이다.

이는 BPM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BPM을 운영하다,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분야별 대기업들이 BPM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합병 바람이 거센 은행권의 경우 BPM 고도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권에서 입지가 강한 한국파일네트 김덕찬 사장은 "금융권의 경우 여신, 수신, 외환, 영업지원관리 등 특정업무 위주로 적용됐던 BPM 프로젝트가 전사적으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공공기관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정부들어 '혁신'이란 단어가 공공기관을 강타하면서 BPM이 주목받고 있다는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BPM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워크플로우 기반 BPM이 주도하는 상황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적용되는 범위가 확대 될수록 EAI, 개발플랫폼, WAS 등 다른 플랫폼과의 연관성이 깊어져 지금과는 다른 경쟁판도가 형성될 것이다. 특히 공룡기업들이 본격 뛰어들게 되면 BPM 시장에서 업체간 합종연횡 바람도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들은 올해부터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2005년 BPM 시장을 주목할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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