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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문화를 바꾸자-상]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댓글


 

인터넷 공간에 무분별한 댓글 공세가 난무하고 있다.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해선 입에 담기조차 힘든 독설을 퍼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을 둘러싼 '악플' 공세에서 보듯 상대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의 강점인 '댓글 저널리즘'이 건전한 열린 공간의 장애요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댓글 문화를 바꾸자' 시리즈를 통해 댓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여기 *나 *발새끼들 많네', '추기경 순수를 왜곡 모욕하는 버러지같은 놈들', '늙은개', '늙은 것들은 죽어야해', '신부들이나 똑바로 관리해 이 노망난 노인네야'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 욕설들은 동네 싸움판에서 오간 말들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고정 칼럼니스트인 손석춘 기자가 지난 1월 31일 기고한 '과연 이 나라의 주된 흐름이 '반미-친북'인가'라는 칼럼에 달려있는 댓글(리플)들이다.

'추기경의 근심, 백성이 걱정'이라는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정리한 이 칼럼은 한국의 대표적인 원로로 칭송받는 김수환 추기경을 최초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 칼럼이 나가자마자 밑에 붙어있는 게시판에 온갖 욕설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김수환 추기경을 '노망난 노인네'로 묘사하는가 하면, '늙은 것들은 죽어야해'란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 나라의 원로에 대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상스러운 말들이 난무했다. 평소 추기경을 존경하던 이들이 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인터넷 게시판 역시 '열린 대화의 장'으로 마련된 공간이다.

하지만 김수환 추기경을 둘러싼 '악플(악의적인 댓글) 공세'는 이미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욕설과 악플 때문에 댓글 올리기 두렵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이쯤되면 건전한 비판과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여겨졌던 인터넷의 댓글이 싸움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 욕설-싸움판으로 변질된 댓글

댓글 공세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일 경우엔 어김없이 '악플'들이 난무한다.

특히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사이트일수록 이같은 현상은 심하다. 전반적인 기조와 다른 글들엔 어김없이 집중 포화가 쏟아진다. '노빠', '개나라당' 같은 비어들이 일반 용어로 통할 정도다.

지난 6일 한나라당의 자유게시판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뤘다. 바로 전날 홍준표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비자금'을 폭로한 여파로 게시판엔 온통 원색적인 표현들로 가득했다.

'개준표 땜시 열받아 가입글 올린다', '홍준표 공천하면 또진다', '홍준표는 세계 최저질의 국회의원', '추악스러운 노무현', '주댕이를 함부로 놀리다가 주댕이가 쫙 찔어질라', '준표쑈 하다가 낙선하겠네', '노사모 떨거지들' 등 대략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케 한다.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6일 네이버(www.naver.com)의 정치토론장에도 '얼빠진 노빠 홍위병들이 벌거숭이 임금을 탄생시킨다', '뚜껑열린당 다수당 될려고 전두환때보다 더 악랄하게 하네' 등 걸러지지 않는 표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무책임한 비방이 가득한 인터넷 게시판은 이제 토론의 장이 아닌 감정의 하수구로 전락해버린 듯한 느낌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욕설, 음란물, 인신공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한다"고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정도는 다르지만, 다른 사이트들 역시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무차별 댓글 공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의미없는 '리플놀이'도 유행

인터넷 컬럼 매체인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는 6일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그런데 자뭇 진지한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은 엉뚱하기 그지없다. '이게 머꼬 1등이다', '아싸 2등까지했네', '아..2등일까'. 인터뷰와 전혀 상관도 없는 리플들이 상위에 올라와 있다.

이런 현상이 요즘 유행하는 소위 '리플놀이' 혹은 '순위놀이'이다. 게시판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먼저 댓글을 다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끼리 하는 일종의 유희다. '순위 놀이' 역시 댓글 문화가 변질되면서 나타난 이상한 문화다.

먼저 순위를 차지해야하기 때문에 게시물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리플부터 달고 글을 읽는다. 그래서 '선리플, 후감상'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욕설, 비방은 그나마 글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다는 것이지만 리플놀이는 글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일쑤다. 이쯤되면 댓글이 가진 의미조차 상실돼 버리게 된다.

국내 최대의 디지털카메라 동호회로 자리잡은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 '아햏햏', '폐인' 등 수많은 네티즌 문화가 이곳에서 시작돼 번져나가면서 네티즌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도 요즘 의미없는 댓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자신의 여자친구 사진을 올려놓고 자랑하는 '여자친구 갤러리' 코너. 5일 한 남자가 올린 사진에 81개의 댓글이 달렸다.

"무햏 좋겠구려.. 그럼 여친사진 꼭 새우시오.. 후미친 숲에선 대보름이라고 떡칠 생각은 마시고", "니네가 피씨방에서 디씨겔 보는 내 맘을 알아???응?", "武햏 하이...메타쎄콰이어숲이라면...보성차밭을 가시는게요..?", "순창쪽 아닌가여?", "옵저버 ™ 순창하면 고추장 생각이~" 등 전혀 사진과 관련없는 글들이 태반이다.

◆'악플' 꾸짖는 '백반형님'까지 등장

의미없는 댓글은 때론 의미없는 비방으로 흐르게 된다. 심각한 고민 없이 댓글을 달다보니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악의적인 댓글을 악성리플, 줄여서 '악플'이라고 부른다.

악플의 폐해가 어찌나 심각했는지 최근에는 '백반형님'이라는 동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새해부터 주접떨지마라. 나이먹은 사람들에게 들이 대는게 야무진게 아니란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동영상은 익명성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악플을 올리는 네티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동영상의 주인공이 '배고프면 전화해 백반한께 사줄게'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백반형님'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 동영상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악플의 폐해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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