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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뉴리더-5] BEA 알프레드 추앙 CEO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 조금이라도 발을 딛고 있는 사람이라면 BEA와 알프레드 추앙을 외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공동 창업자 3명(Bill Coleman, Ed Scott, Alfred Chuang)의 영문 이니셜을 딴 BEA는 기업통합 분야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 BEA는 창업 만 7년만에 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 소프트웨어 업체론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 1만3천여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BEA는 거대한 야심을 키워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운영체제 부문에서 누리고 있는 지위를 기업 네트워크 운영체제 부문에서 구가하겠다는 것이 BEA의 궁극적인 목표.

이처럼 야심찬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BEA의 '믿을 구석'은 바로 알프레드 추앙 CEO(40)이다.

◆ '총알 탄 CEO' 알프레드 추앙

알프레드 추앙은 쉼없이 달린다. 그는 한계에 도전하듯, '무한 스피드'를 즐긴다. 한 때 아마추어 카 레이서로 활약하기도 했던 추앙 CEO는 지금도 여전히 레이싱(racing)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언덕과 실리콘밸리 두 곳에 있는 집에 무려 10대의 페라리(Ferrari)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에서 개최됐던 BEA e-월드 행사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 수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추앙의 '스피드 사랑'은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선 추앙의 빠른 대응과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에서 스포츠 카를 연상하기도 한다.

추앙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떠나 처음 BEA의 깃발을 꽂은 1995년 이래 이 회사는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이 기간 동안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명멸해가는 가운데서도 BEA는 고속 성장의 엔진을 끄지 않았다.

'스피드'를 사랑하는 추앙인 만큼 현실에 안주하거나, 정체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그는 전형적인 IT기업 CEO답게 스피드와 새로운 스타일을 즐긴다.

지난 18개월 동안 3천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 정도를 교체하고, 경영팀 역시 두 명만 빼고 전부 바꾼 것 역시 같은 차원에서 보면 된다.

알프레드 추앙은 올 초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한 단계를 올라서는 데 도움이 되었던 사람들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고 할 때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삶은 선택의 연속, 선택은 곧 도전"

"인간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그 선택의 자유가 바로 인간을 인간이게끔 만드는 것이다(A man has a choice, and the choice makes him a man)."

추억의 명화 '에덴의 동쪽'에서 반항아 칼(Carl) 역을 맡은 제임스 딘이 읊조린 이 대사는 삶에서 왜 선택이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요약한 말이다. 이 말은 제임스 딘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어우러져 삶의 진리를 함유한 대사로 수 많은 영화팬들의 가슴 속에 길이 남았다.

알프레드 추앙 역시 늘 '선택과 도전'이란 명제와 싸우면서 살아왔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 태생인 추앙은 10대 청소년기에 부모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왔다. 동양의 조그마한 나라에서 건너온 그에게 미국은 거대한 도전의 땅이자, 선택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IT업계의 대표적 CEO 중 한 명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앙이지만, 대학 학부 전공은 엉뚱하게도(?) 의학이었다. 당시 그는 의사가 되고, 대학 교수를 한다는 소박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가 대학 진학할 때 샌프란시스코 대학 의예과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의예과를 졸업한 추앙은 생화학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생화학은 그에게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록 생화학 공부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에겐 '컴퓨터'라는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을 선사한 것. 생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통계학을 공부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컴퓨터를 접하게 됐다.

이 때부터 컴퓨터와의 사랑에 푹 빠진 그는 결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1986년 첫 직장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택한 추앙에겐 또 다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안정된 대기업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내 회사를 차려 또 다른 꿈을 추구할 것인가'란 고민에 빠지게 된 것.

결국 추앙은 자신의 재능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동료 2명과 함께 BEA 시스템스를 설립했다. 이 때가 1995년. BEA란 회사명은 빌 콜먼, 에드워드 스콧, 알프레드 추앙 등 공동 창업자 3명의 영문 이니셜을 한 데 모은 것이다.

◆ 쾌속 질주, 그리고 시련

BEA는 출범 직후부터 미들웨어 부문의 강자로 군림했다. 이 과정에서 알프레드 추앙의 판단력과 선택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추앙은 1998년 애플리케이션 서버 판매업체인 웹로직(WebLogic)을 주목했다. 당시 웹로직은 연 매출이 850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보잘 것 없는 기업이었다.

1999년까지 웹로직 사업 부문은 1억3천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 이는 당시 BEA 전체 매출의 45%에 달할 정도였다.

이 때부터 BEA의 무한 질주가 시작됐다. 때 마침 불어온 '닷컴 바람'을 타고 초고속 스퍼트를 계속한 것. 1999년 중반부터 2001년 중반 사이에 BEA의 매출은 무려 3배나 증가할 정도로 거침 없는 성장세를 구가했다.

BEA는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업체론 가장 단기간 내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따르기 마련. '제한 속도'를 무시한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BEA에게도 어김없이 시련이 닥쳐왔다. IT 거품이 서서히 거치면서 매출 부진이란 한파가 덮친 것.

게다가 IBM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대대적인 가격 공세 역시 BEA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오라클 등이 애플리케이션 서버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BEA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2000년 10월 한 때 86달러까지 치솟았던 BEA 주가는 당시 5달러까지 떨어졌다. 초고속 질주를 거듭하던 BEA로선 이 때가 최대의 시련기였다.

알프레드 추앙이 빌 콜먼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르던 2001년 10월은 그만큼 힘들고, 또 중요한 시기였다.

◆ "고객이 성공하면 BEA도 성공한다"

추앙은 CEO 취임 직후 자신을 주시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과 서비스'란 화두로 화답했다. BEA 제품 뿐 아니라 수천종의 애플리케이션까지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 것.

BEA의 이같은 전략은 최고기술책임자(CIO)들의 해묵은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현재 40억 달러 수준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수이트(suite) 시장이 오는 2006년말까지는 8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 20%대의 성장이 무난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인 셈이다.

추앙은 올해 들어 '컨버전스(convergence)'란 화두를 새롭게 던졌다. '기업 통합'(business integration)' 시장을 핵심 분야로 보고, 이를 위해 개발과 통합이 단일 플랫폼에서 이뤄질 수 있는 컨버전스 기반의 웹로직 플랫폼 8.1을 선보인 것.

'웹로직 플랫폼 8.1'은 ▲ 웹애플리케이션 개발 툴인 '웹로직 워크숍', ▲ 기업 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인 '웹로직 인티그레이션', ▲ 기업 포털(EP)인 '웹로직 포털', ▲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인 '웹로직 서버'가 통합된 제품이다.

이같은 전략의 밑바탕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추앙의 기본 철학이 담겨 있다. 추앙은 항상 '기술은 절반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앙 CEO는 지난 6월 e월드 2003 행사 기간 동안 '컨버전스'를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당시 "개발과 통합 컨버전스는 이제 막 시작되는 거대한 흐름"이라며 "컨버전스로 인해 컴퓨팅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가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통합 시장은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업체보다는 BEA, IBM 등 플랫폼 밴더가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추앙은 1980년대 후반 사우스 베이(South Bay)의 어두침침한 클럽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애쓴 적 있다.

당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부사장이었던 그는 대인공포증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자신의 약한 고리를 끊기 위해 갖은 방법을 사용하던 그는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코미디 강좌를 택한 것.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밤 시간에 맥주 몇 잔씩 마신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을 웃겨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리고 2003년.

지금 알프레드 추앙과 BEA의 앞 길엔 험난한 산이 가로막고 있다. 기업 네트워크 분야에서 MS 같은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BEA를 위협하는 것은 최근 들어 부쩍 위력이 더 해진 '빅블루' IBM이다.

연 매출 810억 달러를 자랑하는 IBM은 17만5천명에 달하는 글로벌 서비스 부문 직원들을 총동원해 BEA를 압박하고 있다. '최단기 10억 달러 돌파'란 훈장을 달고 있는 BEA이긴 하지만, 상대가 IBM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IBM 역시 직접 BEA를 거론하지는 않지만,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샘 팔미사노 CEO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IBM인 만큼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하지만 추앙은 결코 우울해하거나 의기소침해 하지 않는다. '도전하는 자에게 세계는 위대하다'는 모토마냥, 그는 차분히 준비하고 있을 따름이다.

최근 들어 MS, IBM, HP, 팁코 등의 인재를 대거 영입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추앙의 혈관 속을 흐르고 있는 승부사의 뜨거운 피는 IBM과의 승부를 즐길 지도 모른다.

IBM과의 승부를 성공적으로 끝낼 경우엔 BEA 역시 MS 못지 않은 위치를 구가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 때쯤이면 알프레드 추앙과 BEA는 모든 이들의 머리 속에 강한 인상을 그려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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