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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세계로 쏜다 -4] 해외진출 사례


 

지난 7월 29일 대만의 수도 타이뻬이에 위치한 대만대학교 체육관. 온라인게임 '리니지' 상용서비스 3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참가 인원은 3천여명. 선착순으로 참가자격을 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흘전부터 게임이용자들이 대만대학교 체육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낭을 맨 일부 게임이용자들은 아예 이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타이뻬이 거주자들은 가족들이 교대로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대만 젊은 세대의 문화코드 중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리니지는 대만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넘어서고 최고 동시접속자 18만명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대만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올해 상반기에만 121억원. 지난해 해외 로열티 수익 218억원의 대부분도 대만에서 거둬들였다.

특히 리니지는 국산 게임 해외 진출을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니지가 대만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게임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국산 온라인 게임이 손쉽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리니지의 성공 사례는 꼼꼼하게 되짚어볼 의미가 있다.

◆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주는 교훈

리니지는 현재 대만,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 총 5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해외서 리니지의 엇갈린 반응을 통해 '리니지' 이후 차기작들의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비전을 세우게 됐다.

리니지의 대만서비스 성공은 엔씨소프트에게 해외시장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져 주기에 충분했다. 엔씨가 처음 대만에 리니지를 선보인 것은 2000년 7월.

엔씨소프트는 대만이 국내 시장에 견줄만큼 인터넷 인프라가 뛰어나고 게임 시장 규모 게임시장 규모가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 다음으로 큰점을 주목했다. 게다가 대만 게임이용자들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엔씨의 이같은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다. 서비스 개시 이후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0만명을 웃돌던 국내 동시접속자 기록도 거뜬히 깨뜨려 버렸다.

대만 서비스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엔씨는 2001년 5월 미국을 비롯, 2001년 7월 홍콩, 2002년 2월 일본, 2003년 4월 중국 등으로 리니지의 해외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해외사업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미국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보게 됐다. 미국의 동시접속자는 2천명으로 홍콩의 2천500명보다 적었다.

뜻하지 않은 큰 실패를 맛보게 된 엔씨소프트는 패인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각 국가의 고유한 '정서 차이'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대만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외적 환경 못지 않게 리니지가 대만인들의 정서에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던 것. 하지만 미국의 정서는 대만과는 달랐다. 결국 해외 각국의 고유한 정서를 가능한 빨리 습득하는 것이 엔씨소프트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하지만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춰 게임을 따로 제작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골격은 글로벌화를 갖추되, 그 안에 담을 콘텐츠는 해당 지역에 맞도록 제공한다는 전략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실패를 맛본 뒤, 현지법인 투자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미국 유명 게임개발자인 개리엇 형제 영입과 '길드워'를 개발하는 아레나넷 인수를 포함해 해외 스튜디오 설립 등 700억원을 쏟아붓게 됐다.

이후 전세계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비롯, 아시아비즈니스유닛(ABU)라는 글로벌 기구도 신설했다. 이같은 전략은 대만도 예외가 아니다. 엔씨는 이달 25일 엔씨감마니아라는 대만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엔씨소프트의 김주영 팀장은 "차후 선보일 온라인게임들이 늘어나면서 효율적인 게임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현지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중국정부로부터 유료화 제동에 걸렸던 '뮤'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각 나라별 '정서차이'를 극복하지 않고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다면 온라인게임 '뮤'는 중국 특유의 시장제도를 파악하지 못해 고전했던 케이스.

웹젠은 2002년 7월 중국 더나인닷컴과 함께 합작법인 나인웹젠을 설립하고 온라인게임 '뮤'를 제공키로 했다. 이 회사는 2002년 10월 시범서비스를 개시하고 11월달 상용화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중국정부의 제재로 출발부터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유료화된 인터넷 콘텐츠는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못하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갑작스런 중국 정부의 제재에 나인웹젠은 유료화를 일단 연기하고 무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유료화 지연기간은 무려 3개월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가 '뮤'를 조사한 것은 온라인게임 '뮤'가 중국내 이적단체로 분류된 파룬궁과 연계됐다는 정보때문이었다. 뮤 내에서 파룬궁과 유사한 단어가 여러차례 등장하면서 뮤가 파룬궁의 온라인 근거지라는 소문을 돌았던 것.

뒤늦게 무혐의를 받은 나인웹젠은 '뮤'의 유료화를 단행했다. 유료 서비스 연기 후유증이 클 것이란 주위의 염려와 달리 뮤의 상용화 전환율은 상당히 높았다. 상용화 전후 이용자 수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

뮤는 20만명의 동시접속자를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상용화를 실시하게 됐다.

상용화 지연 직후 당분간 무료 이벤트로 전환시키면서 이용자들의 환심을 샀던 것이 유료화 성공의 큰 힘이 됐다. 그야말로 '새옹지마'였던 셈이다.

웹젠은 중국 상용화에 힙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49억8천만원의 해외 로열티 매출을 기록했다. 또 중국 합작법인 상반기 지분법으로 25억원의 평가이익을 얻기도 했다.

◆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노렸던 '라그나로크'

라그라로크는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동시접속자 11만명을 비롯, 대만 18만6천명, 일본 6만4천명, 태국 6만명 등 새로 진출한 국가마다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국내 동시접속자 3만2천명이란 실적도 무색할 정도다.

라그나로크는 온라인게임 불모지로 알려졌던 일본 시장에서 '광풍'(狂風)을 몰고 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태국에서는 라그나로크로 인해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규제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라그나로크가 해외 시장에서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부터 국내와 해외용으로 서버를 분리 운영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귀여운 SD캐릭터와 동화같은 배경 등의 그래픽도 이같은 라그나로크의 성공에 한 몫 거들었다.

특히 일본 시장 진출 성공에는 해외 서버가 절대적이었다. 이미 일본내에서 라그나로크에 열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라비티로선 손쉽게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라비티는 지난해 12월 유료화 서비스를 앞서 겅호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 전에 벌써 '라그나로크' 동인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 '라그패스'가 2차례나 열릴 정도로 일본 내에선 저변이 확대된 상태였다.

지난해 3월과 6월에 열린 '라그패스'는 각각 3천명과 1만5천명을 동원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최근 벤처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국내 방문하게 된 것도 우수한 온라인게임을 일본서 제공하기 위해서다. 손 회장이 한국을 선택한 것은 라그나로크를 만든 그라비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 현지파트너와의 협력 교훈을 보여줬던 '미르의 전설2'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는 '미르의 전설2'를 성공사례로 분류하기 보다는 답습하지 말아야 할 실패사례로 보고 있다. 바로 현지 파트너와의 불화 때문이다.

'미르의 전설2'는 현지 파트너사인 샨다와 '미르의 전설2'의 판권 공동 보유업체인 액토즈소프트, 그리고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산업체들이 해외 로열티를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샨다는 중국내 불법서버의 출현에 대해 국내업체들에게 책임을 추궁했고 국내 게임업체들은 샨다가 '불법서버를 빌미로 차기작인 '미르의 전설3' 서비스 판권을 획득하려 한다고 주장햐면서 맞섰다.

양사간의 갈등이 극대화된 가운데, 결국 2003년 1월말에 액토즈소프트는 샨다와의 계약파기를 선언하게 됐다.

그 와중에 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2'의 업그레이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동시접속자 수도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결국 최고의 흥행을 자랑했던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는 현 중국내 50만명의 동시접속자를 보유하는데 머물고 있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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