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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IT 아젠다7-5] 올바른 인터넷 문화 만들자


 

2002년은 인터넷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한해였다. 월드컵의 붉은 악마 물결과 광화문 촛불시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세상을 바꾸는 인터넷'을 실감했다.

이전까지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는 효용성에도 불구, 불건전 유해 정보와 음란, 퇴폐, 스팸메일 등으로 인해 그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주 이용자가 10대 청소년들이었기 때문에 인터넷과 인터넷이 만드는 문화에 대해 가지는 국민들의 걱정도 대단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더 이상 1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용층이 20~30대까지 확대됐으며 그 이상 세대의 이용율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야후코리아(www.yahoo.co.kr)의 경우 전체 회원이 2천300만명에 달하며 이중 10대가 30%, 20대 30%, 30대 25%, 40대이상이 15%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네티즌=젊은층'이란 인식도 깨지고 있다. 이제 네티즌은 국민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됐다. 네티즌의 의견이 곧 시민, 국민 전체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인터넷은 이제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고 이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참여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미디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양방향성의 인터넷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난해에 월드컵의 열기를 보여줬던 'W세대'와 대통령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켰던 '2030 세대'들은 다름 아닌 인터넷 세대를 일컫는 다른 말이다.

하지만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인터넷 문화를 좀더 성숙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불건전 정보 척결 시급

아직도 인터넷은 불건전한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역기능도 심각한 수준이다. 스팸메일과 음란 퇴폐 정보, 인터넷 범죄 등은 매년 급속한 속도로 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터넷 리서치 전문 업체 나라리서치가 자사의 패널 회원 2천2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팸 메일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수신하는 스팸메일의 수가 54.4통으로 같은 해 4월 조사(45통)에 비해 21% 증가했다.

스팸메일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음란정보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주니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가 지난해 11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남녀 1천3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등학생 인터넷 문화'조사 결과 10명중 8명은 인터넷이 스팸메일과 음란/폭력성으로 인해 게임이나 채팅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이 초등학생에게 안전한 공간인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6.5%가 '비교적 안전하지 않다', 24.8%는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 참가자의 81.3%가 인터넷을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이용과 전자상거래의 확산에 따라 각종 인터넷범죄도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검의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적발된 컴퓨터 관련 범죄가 2천 520건으로 전년 전체의 2천 354건을 넘어섰으며 전년 동기 815건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가운데 특히 해킹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범죄는 2천 92건으로 전년 상반기 500건의 4배를 넘었고 전자 문서 관련 범죄는 전년 상반기 36건에서 9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컴퓨터 사용 사기역시 202건에서 290건으로 1.4배 증가했다.

검찰에 적발된 컴퓨터범죄는 97년 133건, 98년 196건, 99년 326건, 2000년 802건, 2001년 2천 354건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4년 만에 1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해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팸메일 거부 사이트인 '노스팸(www.nopam.go.kr)' 사이트를 오픈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국회는 지난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1월부터 유해 e메일 등을 청소년에게 보내거나 e메일 주소를 무작위 추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토록 했다.

하지만 날로 수법이 교묘해져가는 스팸메일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좀더 강력하게 '옵트인' 방식을 채택한 법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팸메일 근절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와 함께 민간 차원의 기술 개발과 이용자들의 신고정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뛰는 인터넷, 기는 법

스팸메일의 경우에서처럼 날로 발전하는 인터넷을 법이 뒤따르지 못하는 사례는 많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법은 제대로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전을 가로막기까지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법이다. 지난해 7월 사이버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소리바다' 논쟁은 현 저작권법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소리바다 운영자인 양정환, 양일환 형제는 소리바다 서버를 폐쇄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대해 '소리바다2.0' 버전을 배포하는 방법으로 맞대응했다.

P2P 방식을 이용한 파일교환은 어디까지가 적법이고 어디부터 위법인지 아직까지 법조계에서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소리바다의 법적 논쟁도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에 대해서도 법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지난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음악카페 폐쇄를 요구했으나 양측은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현재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는 역설적으로 선거법 개정의 당위성을 보여줬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선거 문화를 바꾸어 놓았으나 선거법이 이를 따라주지 못한 것이다.

선거법 82조 3항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만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 109조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이용하는 방법은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인프라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20일 동안에도 인프라 이용은 수작업에 그쳐야 한다. 전문적인 발송업체에 의뢰, e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수많은 네티즌이 선거법을 어긴 셈이다.

다행스럽게 정부와 선관위는 올 상반기 선거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중앙선관위 안병도 공보과장은 "지난 94년 마련된 통합선거법이 인터넷 기술 발전 등을 수용하지 못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선거에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선거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행 '정기간행물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직 인터넷 매체를 정기 간행물로 인정하지 않는 점도 고쳐야할 부분이다. 이미 인터넷상에는 여론을 형성하는 수많은 언론 매체가 있고 그 영향력도 오프라인 신문 못지 않게 강한 곳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인쇄 매체나 공중파만을 언론으로 보는 현행 정간법의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풀뿌리 민주주의 장으로 만들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터넷의 덕을 누구보다도 많이 본 사람으로 인터넷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27일 인터넷기업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혁명적 정치 변화의 시작"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세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 '정보 바다'나 '정보 교류' 수준에 머물렀던 인터넷이 이제 '정치의 장'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는 양방향적이고 개방적이란 인터넷의 특성이 만들어준 결과물이란 평가다.

인터넷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공간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완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인터넷은 앞으로 지역주의의 타파와 낡은 권위주의 정치를 척결해 열린 정치를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이러한 믿음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집권 후에도 인터넷을 중요한 민의 수렴 통로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이라는 수동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네티즌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조직도 함께 요구된다.

한편, 네티즌들의 의식 고양도 절실하다. 익명성이란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해 남을 비방하거나 흑색선전하는 행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정부의 규제에 앞서 네티즌 스스로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때 진정한 '인터넷의 힘'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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