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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해부]-(제2부)-4.미국 통신정책...정책과 마케팅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는 통신업체 관계자들이 자주 들락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도심의 대형 건물을 버리고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가는 추세이다. 기업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KT,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정보통신부 주변에 본사 건물을 유지하고 이것도 부족해 하루가 멀다 하고 정통부에 들락거리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할 일은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고 FCC의 정책은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투자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어서 굳이 자주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이 FCC와 미국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요금·마케팅 방식 등 세세한 통신사업자들의 업무가 하나같이 정통부 정책의 움직임에 따라 순식간에 뒤바뀌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달리 사업자와 정책의 역할 구분을 인정하는데서 미국의 통신정책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FCC의 투자확대 정책은 이빨 빠진 호랑이(?)

FCC의 로버트 M. 페퍼 정책기획국장(Chief Office of Plans and Police)은 "통신사업자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줄여가고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마련해 주는데 FCC의 최대 고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페퍼 국장은 "6개의 전국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현재 6개의 이동전화사업자들이 투자하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기지국 설치 등 신기술 발전과는 관계가 없는 부분에 집중돼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불만 속에서 FCC는 미국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책을 마련중이라고 했다.

페퍼 국장은 경제적 지원정책으로 크게 6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회사가 망하더라도 가입자들을 자동 해지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입자 보호를 위한 정책인 것과 동시에 파산 이후에도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함께 경영주가 법을 어길 경우 반드시 처벌 벋는다는 사실을 주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통신업체들의 부채가 많아 차세대 기술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부채비율이 높아 투자자들의 안정적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업자들에는 자체적으로 신기술 투자등을 강화해 사업확대의 기회를 잡도록 권고한다. 더불어 M&A를 감안한 신중한 구조조정을 권유하고 있다. 미국내 6개의 전국 이동전화 사업자간 M&A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스스로 대처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권유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FCC의 규제 가운데 개선할 것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것이다. FCC는 통신법에 의해 이미 매 2년마다 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개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년 사이에라도 시장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정책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한다는 것이다.

또 이미 지난해 통신사업자들의 M&A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통신법을 개정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여전이 개선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FCC 의 투자확대 환경 조성을 위한 6가지 정책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단기간 내에 투자를 이끌어낼 만한 직접적인 정책은 없었다.

FCC의 투자 활성화 미비에 대한 불만을 들은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안드레아 린스키 법인협력 담당(Director Corporate Communications)은 "버라이존와이어리스는 2001년과 올해 각각 5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했다"며 "이 정도면 충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당분간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우리나라의 정통부가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투자 확대를 통해 IT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뒤 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당초 계획에 없던 1조8천억원의 추가투자를 이끌어낸 것에 비하면 FCC의 정책은 그야말로 헛 바람만 휭휭부는 터무니 없는 정책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사정에 대해 FCC의 페퍼 국장은 오히려 "그러한 투자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되물었다.

국내에서는 3천억원의 IT펀드와 통신사업자들의 추가 투자가 잘못된 결정이었을 때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투자 판단은 사업자의 몫

초고속인터넷 망 확산과 이동 데이터서비스 확산등 신규 통신서비스 개발은 FCC에도 중요한 정책적 고민이다.

FCC의 올해 주력사업은 ▲브로드밴드 인터넷 산업 확대 ▲미디어 오너십 룰 개선 ▲홈랜 보안산업 ▲디지털TV 등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확산은 의료정보화, 교육정보화 등 미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종 정보화계획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판단, 산업 활성화 정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FCC는 브로드밴드 산업 활성화를 위해 유선통신사업자들의 LLU(가입자망 공동화)를 의무화하고 있는 통신법 개정을 준비중이다.

이미 올 초 LLU 의무화를 배제한 '타우진-딩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며 FCC는 이를 통신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선통신사업자들의 최대 경쟁자인 지역 케이블TV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유선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케이블TV사업자 수준으로 완화, 상호 경쟁을 통해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역신문사들이 지역 케이블TV사업자를 겸업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규정이나 하나의 케이블TV 사업자의 가입자 한도를 명시한 규제법안 등을 개정하려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일제히 "신규 서비스 개발과 투자는 사업자의 결정사항이며 이는 시장성이 확인된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안드레아 린스키 역시 "EV-DO서비스에 대한 기술 테스트를 끝내고 샌디애고와 워싱턴DC지역에서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상용서비스 일정은 시장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에서 앞서간다는 평가 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한 뒤 신규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시점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FCC, 주파수 규제 완화 작업중

FCC의 최근 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주파수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는 것.

우선 정부의 허가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무면허 주파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FCC의 계획이다.

50GHz와 60GHz대역에서 다양한 주파수를 무면허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FCC의 페퍼 국장은 "무면허 주파수를 확대,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장비업체들이 무면허 주파수 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를 자유롭게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주파수 정책 개선작업의 주류"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통부는 국내에서 5GHz 주파수를 초고속무선인터넷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분배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그러나 해당 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산장비가 전무한 상황이고 미국 장비업체들만이 장비를 공급할 수 있어 주파수 분배 활용 계획 수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FCC는 이같은 해외 주파수 활용 정책의 허점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를 조기에 개방, 장비업체와 서비스 업체가 공동으로 장비개발에 나서고 주파수 개발이 늦은 해외국가에 이를 판매하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FCC는 넥스트웨이브의 주파수를 경매를 통해 기존 이동전화 사업자들에 분배하려는 계획을 폐기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주파수 추가 확보를 위해 자금을 투자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경매계획 철회의 이유이다.

주파수 정책에 시장 기능을 도입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될 경우 넥스트웨이브의 주파수를 처리한다는 것이 FCC의 계획이다.

유·무선 결합서비스가 수익 창출에 주효

미국 주요 통신 사업자들은 모회사인 유선통신 사업자와 자회사 성격의 이동전화 사업자간 결합 상품을 수익확대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안드라아 린스키는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수익이 전체 버라이존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결합상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프린트 역시 PCS와 유선전화와의 결합상품으로 이동전화 시장의 2위자리에 올라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프린트의 스티브 포크 부사장은 "한국에서 역시 KT와 KTF가 다양한 결합상품을 선보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결합 상품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타사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KT 시내전화의 결합상품 판매가 제한, KTF와의 결합상품등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선통신 분야에서는 시내전화와 장거리 전화, 국제전화, 인터넷 등 각사별로 강점으로 내세우는 전화상품들이 있어 이를 통해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으면 가입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가입자에게도 유리한 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미국의 이동전화 요금은 국내와 같이 일정한 기본료와 통화시간에 따른 요금체계보다는 각 선택상품별로 한달간 요금 플랜을 구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선택 상품을 구입하면 연결돼 있는 유선전화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거나 동일 이동전화 사업자의 가입자들 끼리는 유선전화나 이동전화의 요금을 면제받는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게 된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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