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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해부]-(제2부)-3.독일 통신정책...'규제는 최소화' '경쟁은 최대화'


 

Wettbewer sforderer(경쟁 진흥자!).

Anwalt des Verbranchers(소비자 대변인!).

독일 본에 위치한 Reg TP(Regulierungsbehorde fur Telekommunikation und Post 전기통신우편 규제기관)를 방문하면 눈앞에 큼직하게 다가오는 글자이다. 독일의 통신과 우편을 규제하는 Reg TP의 정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문구이다.

독일의 통신시장은 완전 자유화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98년 이후 독일의 거대 통신기업인 DT(Deutsche Telecom 도이체텔레콤)의 지분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과 동시에 경쟁업체를 대거 육성,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한 이익을 소비자에게 되돌려 주는 정책을 주관하는 Reg TP가 설립됐다.

독일 통신업체들은 이러한 규제 정책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시내외 전화시장은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독일 전체에 772개업체에 이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772개업체 중에는 가입자회선(Local Loop)을 직접 구축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DT의 가입자회선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업체가 포함돼 있다.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연결되는 회선에 대해 Reg TP가 적극적으로 개입,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업체를 계속 등장시켜 이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업체만이 살아남는 철저한 '적자생존'의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Reg TP의 경쟁 촉진 정책에 따라 독일 통신시장은 DT의 입지는 좁아지고 경쟁업체들이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과물인 ▲ 통신 가격 인하 ▲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 Reg TP, 소비자 대변인으로서 기능 강화

Reg TP가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Reg TP의 되르(Harald Dorr) 대변인은 "우리 업무중의 가장 큰 것중의 하나가 소비자 민원을 받고 그것을 처리해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Reg TP는 현재 소비자 컨설팅 서비스인 '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 98년이후 통신시장이 급격하게 자유화로 바뀌면서 강화된 서비스중의 하나이다. 되르 대변인은 "98년이후 통신시장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집중 분석해 통신시장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정책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에 소비자 민원은 2만8천926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1년 통신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3만6천915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중 26%는 팩스 등으로 소비자를 괴롭히는 불법 광고, 그 뒤를 이어 제때 도착하지 않거나 잘못된 요금 청구서(15.8%), 그리고 인터넷 접속 가격 불만(14.5%) 등을 차지했다.

Reg TP는 접수된 소비자 의견을 철저하게 분석, 민원인에게 처리결과를 즉각 통보해주고 이를 통해 통신시장 전반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진단한다. 물론 이러한 분석자료는 향후 통신 경쟁 정책을 마련하는데 일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 독일 통신업체 직원 현황

연도 DT 경쟁업체 합계
1999 17만2천200 4만9천200 22만1천400
2000 17만9천200 6만1천500 24만700
2001 17만8천300 6만3천500 24만1천800

되르 대변인은 "Reg TP는 지난 98년이후 설립된 이후 매년 규제를 완화하는 곳으로 정책의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이를 위해 Reg TP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있다"고 말했다.

Reg TP의 전체 인원은 2천400여명에 이른다. 업무를 맡고 있는 조직원들의 전공은 법학, 경제학, 공학, 행정 전문가 등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특이한 점은 Reg TP의 본부는 독일 본(Bonn)에 있다. 본부에는 200여명만이 근무한다.

나머지 2천200여명에 이르는 Reg TP인원은 독일 전국에 있는 40여개의 Reg TP 분소에 근무하고 있다. Reg TP의 역할이 한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독일 곳곳의 소비자 틈속에 밀접한 관계를 형상하고 있다.

분소를 둔 배경에 대해 되르 대변인은 "전파를 감독하고 전파 장비의 이상 유무와 이동통신업체의 기지국을 설치할 때 위치 장소가 올바른지 등에 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업체가 기지국을 만들 때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에서는 무조건 세울 수 없고 일정한 위치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Reg TP의 이러한 일은 통신업체로부터 소비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 독일 통신시장, 급격한 경쟁체제로 질주

독일 통신시장은 경쟁체제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유선통신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DT의 독주속에 경쟁업체들이 수백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사업자들이 중심이다. 대부분 DT의 망을 임대해 지역민들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DT는 유선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79%를 차지하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자회사인 T모바일이 4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현재 DT의 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4Kbps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ADSL 가입자는 약 21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DT 가입자가 200만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독일 유선망 현황(단위:백만)

1999 2000 2001
DT(점유율) 47.81(99.2%) 49.36(98.3%) 50.70(97%)
경쟁업체(점유율) 0.40(0.8%) 0.86(1.7%) 1.58(3%)
합계 48.21 50.22 52.28

서비스 제공업체는 DT를 비롯해 DT 망을 임대해 제공하는 소규모업체 등 43개 업체가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이동통신은 4개의 망으로 구성돼 있다. D1(T모바일), D2(보다폰) ,E1,E2 등이다. 현재 5천630만명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의 이동통신 시장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난 2000년에 비해 2001년에 9%의 요금인하가 있었지만 가입자는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3세대 사업권을 위해 수조원을 투자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대해 독일 유력 경제지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통신담당 라이델(Donata Riedel)기자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투자에 비해 수익이 변변치 않으면서 주식가치가 하락하고 경쟁력이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 내부 경쟁력을 키우고 비용절감과 부채정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델 기자는 "최근 DT가 인터넷서비스 분야로 눈길을 돌리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유선통신시장에서 철저한 경쟁정책과 가격 규제에 묶이고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성장이 둔화되는 현 상황에서 DT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줄곧 유지해 왔던 세계 진출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제살을 깍는 구조조정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아마도 DT가 앞으로 가장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초고속인터넷등을 비롯한 인터넷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AOL과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DT의 자회사 T온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규제는 최소, 경쟁은 최대...통신정책의 기조

지난 98년이후 독일 통신정책은 '경쟁 촉진'이 하나의 흐름이다. 경쟁 촉진이 선발업체를 규제함으로써 이뤄지는 경쟁은 아니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DT를 강력 규제하는 것을 떠나 경쟁업체를 계속 성장시켜 규제의 효과를 거둬들이는 곳으로 정책의 중심점이 놓여 있다.

Reg TP의 쿠르트(Matthias Kurth) 회장은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자율경쟁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이라며 "자율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체가 많아야 되기 때문에 많이 설립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 준다"고 말했다.

◇ 독일 DT의 가입자 회선 임대 현황(2001년)

회선수 누계
1분기 7만4천519 39만5천727
2분기 8만232 47만5천959
3분기 7만3천208 54만9천167
4분기 7만4천457 62만3천624

두 업체가 협상을 벌여 나가게 되면 자본금이나 경쟁력 면에서 우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있기 마련. 이 과정에서 Reg TP는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업체'를 지원해 준다.

Reg TP는 이러한 협상업무를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하고 있다. 쿠르트 회장은 "협상의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은 법적, 경제적인 논의에서 열등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Reg TP의 인원들이 이때 개입해 작은 기업에 대해 법, 경제, 산업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 Reg TP 쿠르트 회장

Reg TP의 조언을 통해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협상하는 데 전혀 밀리지 않도록 '지원'해 준다는 의미이다. 즉 Reg TP의 업무는 큰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업이 미처 가지지 못한 여력을 보충해 공정하게 협상을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이다.

자율시장 경제 기능을 철저하게 강조하는 입장인 셈이다.

쿠르트 회장은 "그러나 시장을 강력하게 독점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가격을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DT의 가격이 규제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가격규제도 Reg TP의 독단적인 결정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쿠르트회장은 "가격을 산정할 때 우리는 통신업체와 관련있는 모든 업종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물가지수 등 입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적절한 가격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 DT, 구조조정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

DT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독일 통신시장과 전세계 통신업종의 어려움으로 이미 2001년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실제로 DT는 지난 2001년말 1천여명에 소폭의 인력감축에 나섰다.

여기에다 지난 14일 카이-웨 리케를 새로운 CEO를 임명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윤곽을 발표했다. DT는 9월말까지 245억유로(245억 달러)의 사상 유례 없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DT는 전세계 25만5천명의 종업원 중 약 5만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독일 정부는 DT의 지분 43%를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매각작업도 조금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Reg TP 쿠르트회장은 "나머지 정부 지분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시장에 내다 판다는 원칙"이라며 "외국인 업체 등 자율 시장에 따라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DT는 2001년 말 현재 5천70만 유선망 회선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독일 전체의 97%에 이르는 규모이다. 눈여결 볼 점은 지난 2000년 이후 망을 ISDN 등의 디지털화 작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아날로그망(72%), ISDN(28%)의 비율이었는데 2001년 말에는 아날로그망(60%), ISDN(40%)로 급격히 변화했다. 이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 유선망을 음성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마켓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철저한 경쟁체제가 DT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환경변화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DT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베를린=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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