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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해부]-(제2부)-1. 영국 통신정책...'규제 완화'와 '경쟁력 제고'로 탈바꿈


 

영국의 통신정책이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거대통신 기업인 BT(British Telecom)는 "10여년동안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 이제 규제를 완화할 때"라고 주장했다. 독립 통신규제기관인 Oftel(Office of Telecommunications)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정책을 가져가겠다"고 밝혀 영국의 통신규제정책이 완화의 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Oftel은 독립 통신규제기관에서 최근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Ofcom(Office of Communications)으로 확대개편되면서 Oftel은 독립규제기관청에서 Ofcom 산하 위원회로 바뀌게 된다. Ofcom은 통신, 공중파방송, 라디오, 정보통신 분야 모두를 총체적으로 규제하는 기관으로 이르면 오는 2003년에 출범하게 될 전망이다.

Ofcom의 출범은 영국에서 통신정책의 주요한 변화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강력한 독립규제기관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Oftel이 하나의 영역(sector)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통신을 규제하기 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방송과 통신, 정보통신의 융합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유럽의 전기통신사업자들은 EU(유럽연합)의 새로운 권고안(Directives)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U는 지난 4월 유럽의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담은 권고안을 채택했다. 오는 2003년 7월 실행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권고안은 '기술적으로는 중립을 지키지만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향'이 주안점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안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권고안에는 'an enhanced right of appeal against regulatory decisions(규제 결정에 강력 항의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유럽 각국이 규제정책에서 벗어나 규제완화로 가면서 유럽연합을 통한 자유경쟁체제로 통신정책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Oftel에서 Ofcom으로 변화, "통신규제에서 미래 통신정책으로 탈바꿈 시사"

영국 정부는 지난 80년 우정과 통신사업을 분리했다. 분리이후 BT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84년 BT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독립규제기관으로 Oftel을 만들었다.

매각업무를 정치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Oftel에서 관장함으로써 매각에 따른 경쟁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BT는 84년 정부지분 50.2%, 91년 25.9%, 93년 21.9%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면서 완전 민영화의 길에 들어섰다. Oftel의 기능을 두고 전세계의 전문가들은 "BT의 민영화는 세계에서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BT의 민영화 이후 Oftel의 기능은 '효율적인 경쟁구도 정착(effective competition)'을 통한 소비자 혜택 극대화(benefiting consumers)로 규재정책을 일관했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통신 네트워크와 서비스 전체에 대한 경쟁 정착을 위한 규제가 시작됐다.

Oftel측은 "90년대의 대부분 기간동안 유선망과 무선망에 여러 사업자들을 경쟁시킴으로써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곳에 정책의 강조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Oftel의 이러한 정책의 결과 영국은 현재 ▲ 전체 가정 절반의 케이블망 구축 ▲ 영국 전체를 커버리지로 하는 4개의 이동통신망 구축 ▲ 기업체 고객과 주요 기업체의 경우 망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 부여 ▲ 주요 도시 사이를 잇는 중계선의 용량 극대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거대 통신공룡인 BT의 민영화에 따라 독점을 방지하고 BT의 망을 타사업자에게 임대하고 경쟁업체를 키움으로써 영국 전체에 저렴한 가격의 통신 네트워크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Oftel의 이러한 기능이 최근 개편의 움직임에 노출돼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Office of Communications 법령을 통화시켰다. 이 법령이 통과되면서 Ofcom 이사회 구성과 예산 책정 등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지난 5월 Ofcom의 설립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초안이 발표됐으며 오는 2003년 여름에 최종 결정이 나면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Ofcom의 설립은 미래 통신정책의 변화점에 주목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통신과 방송, 정보통신의 구분이 없어지고 이들이 계속 서로의 영역을 잠식하면서 융합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따로 국밥의 규제가 아닌 전체 산업을 키울 수 있는 미래 발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표출이다.

◆ Ofcom의 비전, "미래발전적인 산업 육성위한 기관"

Ofcom의 설립을 두고 BT는 대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BT 그룹의 프레스 오피스 로스 쿡(Ross CooK)은 "Ofcom의 설립을 두고 업체와 관계기관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았다"며 "우리는 의회에서 프리젠테이션하고 준비하는 작업에 어느정도 기여도 했다"고 말했다.

BT그룹측은 "우리는 정부의 Ofcom 설립에 대해 대환영한다"며 "특히 Ofcom의 설립 초안에 게재된 '규제정책에 대해 사업자가 항변할 수 있는 조항'은 현실적으로 아주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체가 앞서 환영할 만큼 Ofcom은 규제에 강조점을 두기 보다는 '미래 발전적인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Ofcom에는 그동안 독립적으로 활동했던 규제기관이 뭉쳐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신, 방송, 라디오, 케이블 TV 등을 관장했던 조직이 Ofcom으로 합쳐지면서 융합에 따른 사업 발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fcom조직으로 들어오는 규제기관은 Oftel, BSC(Broadcasting Standards Commission),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 RA(Radiocommunitions Agency), Radio Authority 등 다섯개 기관이다.

Ofcom의 이러한 확대개편은 세계에서 앞서 있는 영국의 콘텐츠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캠브리지대학의 최종주교수는 "영국이 라디오, 방송, 통신을 아우르는 Ofcom을 설립하게 된 것은 영국의 앞서 있는 콘텐츠 시장과 연결돼 있다"며 "이들 업종을 융합함으로써 지식사회에 기반하는 곳으로 움직이는 변화속에서 선도국가로 나서고자 하는 목적이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Ofcom의 연간 예산은 약 2억달러(약 2천400억)에 이르고 통합된 조직 인력은 약 1천1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대한 예산과 1천100여명에 이르는 조직원들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 전략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Ofcom의 새로운 의장에 런던시티대학 데이비드 커리(Lord David Currie)학장이 임명됐다. 커리학장은 토니 블래어총리를 포함한 정부 각료들에게 그동안 금융과 규제에 대한 자문역할을 수행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통으로 알려진 커리 의장은 앞으로 금융 지식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통신과 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대해 최 교수는 "커리교수는 그동안 토리 블래어총리 등 정부각료들에게 여러 가지 정책 제안을 해 온 만큼 Ofcom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것으로 영국민들은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 BT, "규제정책에 경영 효율화로 버텼다"

BT는 지난 84년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령과 98년 발효된 경쟁법령에 따라 여러 가지 차원에서 규제를 받아왔다. 특히 BT는 민영화 이후 유선망에 대한 '인가'를 Oftel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아야 했다.

Oftel은 또한 BT의 회계감사 보고서와 연간 이행계획서에 대해서도 일일이 간섭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이중 가장 강력한 조처는 Oftel의 가격규제정책이었다.

BT는 유선망에 대한 강력한 가격 제한선에 부닥쳐야 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이 부분에서 Oftel의 간섭을 받지 않는 반면 BT는 매년 검증을 받고 가격 산정을 했다.

가격 산정방법은 RPI-X가 사용됐다. RPI는 소비자물가지수이며 X는 Oftel이 민간과 합의해서 수익과 비용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정해지는 가격이다. 이에따라 BT는 매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화 이용료를 내려야 했다.

BT그룹의 로스 쿡은 "오랫동안 지속된 Oftel의 가격규제로 BT그룹이 맞설 수 있는 무기는 기업 경영 합리화였다"며 "BT는 가격규제에 따른 매출감소를 경영 효율화로 버텨나갔다"고 설명했다.

BT그룹의 전체 직원은 2002년 회계연도가 끝난 지난 3월현재 10만8천6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01년의 13만7천여명에 비하면 무려 3만여명의 인력이 감축된 모습이다. BT의 직원은 2000년과 2001년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세계로 진출하면서 인력이 늘어난 것에 따른 것이다.

◇ BT의 직원수 규모

2002년 2001년 2000년
영국 10만100명 10만6천400명 11만5천900명
영국외 8천500명 1만400명 4천900명
감축인원 - 2만200명 1만6천명
전체 직원수 10만8천600명 13만7천명 13만6천800명

그러나 최근 통신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전화번호부 사업부문인 옐(Yell)를 팔고 이동통신업체 mmO2를 매각하면서 직원수가 대폭 감소했다.

로스 쿡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규제는 철폐됐지만 아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화료 가격규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로스 쿡은 "BT가 기업대상 점유율이 50%에 그치고 있는 반면 여전히 일반 소비자 대상의 유선망 시장점유율은 72%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가격규제를 중단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격규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의 경쟁 상황이 충분한 만큼 시장의 자율적 질서에 맡길 때라고 강조했다. 로스 쿡은 하지만 "Oftel의 가격규제 정책이 아무런 근거없이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그같은 정책을 받아들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기업 경영합리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Oftel의 가격규제는 그 강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조만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격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ftel의 데이비드 에드몬드 사무국장은 "경쟁환경이 충분히 형성된 통신시장에 대해서 규제를 최소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BT, "이제는 유럽과 신규 사업이다"

BT가 지난 84년부터 Oftel의 규제를 받아오면서 잃은 것도 많지만 반면 얻은 것도 많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거대 공기업에서 민영화되면서 조직 합리화에 나선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는 독립규제기관인 Oftel의 '합리적인 자료에 의한 규제'가 BT의 내부 경쟁력을 키워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BT그룹측은 "이제까지 규제를 받으면서 우리가 Oftel에 제출한 서류만 몇트럭은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한번도 그것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Oftel과 자유로운 의견을 통해 입장을 정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BT그룹은 크게 네가지 사업영역으로 나눠져 있다. 유선망 서비스인 BT Retail, 영국내 다른 통신업체에 제공하는 네트워크 서비스와 솔루션 판매업체인 BT Wholesale, 유럽 전지역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솔루션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BT Ignite, 그리고 브로드밴드 사업체인 BT Openworld로 나눠져 있다.

◇ BT 그룹 경영실적( 단위:파운드)

부분별 2002년 2001년
BT Retail 120억8천500만 120억6천300만
BT Wholesale 122억5천600만 117억2천800만
BT Ignite 44억7천600만 34억6천800만
BT Openworld 2억2천200만 1억4천만

최근 BT는 통신정책의 변화에 따라 ▲ 전세계 전략에서 유럽 공략으로 ▲ 기존사업보다 신규 사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EU를 통해 유럽 전체가 경제 공동체로 공고히 묶이고 통신규제정책도 완화되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유럽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는 BT Ignite의 미디어팀 메니저 로저 웨스트버리(Roger Westbury)는 "앞으로 유럽 전체지역을 대상으로 사업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갈 것"이라며 "유럽 각국도 나름대로의 규제정책이 있겠지만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BT는 브로드밴드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BT그룹을 방문했을 때 층층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회의하는 장면이 엘리베이트를 타고 가는 눈길에 들어왔다.

무슨 회의를 층층마다 동시에 하느냐는 질문에 로저 웨스트버리는 "브로드밴드 전략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고 조만간 대형 이벤트를 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귀띔했다.

Oftel은 얼마전 영국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이 BT의 네트워크망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망개방을 주문한 바 있다. 웨스트버리는 "현재 영국에서는 200개의 업체들이 BT의 네트워크망을 통해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BT Openworld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BT Openworld는 브로드밴드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BT그룹은 ISP들에게 망을 도매로 공급하면서 자회사인 Openworld를 통해 브로드밴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Oftel의 데이비드 에드몬드 사무국장은 "규제는 최소한으로 가져 가겠지만 아직 경쟁이 정착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경쟁 배가 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밴드는 아직 경쟁이 정착하지 않은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Ofcom의 주요 정책 방형도 ▲ 네트워크와 서비스 분야에서의 경쟁 촉진 ▲ 내수 시장(유럽전체를 내수시장으로 보고 있음) 발전을 위한 전략 수립 ▲ 유럽 전체 시민들을 위한 이해 달성 등으로 삼고 있어 BT의 전략은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BT그룹 크리스토퍼 블란드(Christopher Bland)회장도 2002 정기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는 곳으로 BT의 전략을 집중시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런던=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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