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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 해부]-(제1부)-2. 성급한 KT민영화...후유증 클 듯


 

KT가 지난 82년 공기업으로 설립된지 20년만인 2002년 5월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완전 매각함으로써 민간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KT 민영화는 IMF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큰 짐을 안고 탄생한 '국민의 정부'의 5대 개혁 목표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개혁에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철학과 민영화 이후 KT의 경영 및 소유구조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지분매각에만 초점을 맞춰 서둘러 추진하는 바람에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이동통신 제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유선업체 제1위인 KT의 최대 주주가 되는 모양새를 낳아 많은 갈등을 잉태시켰고 그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통부가 통신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KT민영화에 대해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것은 2001년 3월 공청회 이후 이렇다할 것이 없었다.

정부가 KT의 주식매각 세부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5월 6일. 이후 실제 주식청약이 시작된 것은 5월 17일이고 20일에 EB(교환사채)청약까지 마무리 됐다. 정부의 공식적인 KT 주식매각 방식이 공개된지 불과 열흘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민영화가 추진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KT노조, 심지어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정부의 방안대로 KT주식을 매각할 경우 특정재벌의 KT 장악 우려가 있으며 통신시장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정부는 이같은 여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KT주식의 완전 매각 외에 민영화된 KT 의 소유, 지배구조의 변화상황등에 대해서는 면밀한 대비책이 없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1대주주로 부상하는 것으로 사태를 낳았다

정부 주식 매각 이후 5개월 동안 KT와 SK텔레콤은 상호 보유하고 있는 상대방 회사의 지분 해소를 둘러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관련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은 KT 주식 매각 직후인 5월 24일 "SK텔레콤이 KT의 1대주주가 되는 것은 KT민영화에 대한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언급 파문이 확대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정한 룰에 따라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KT주식 매각 정책에 허점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양사의 주주들은 4조원 이상의 자금을 서로의 주식에 매몰시켜 놓고 지분협상의 추이만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부는 KT민영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 보다는 SK텔레콤에게 주식매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부규제의 고리를 벗어난 KT는 벌써부터(예상된 일이지만) '주주가치 극대화'를 명분으로 무차별적 정책을 쏟아내며 통신시장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앞뒤가 바뀐 민영화 정책 목표

지난해 3월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한국통신 민영화 기본방향'이라는 용역보고서를 통해 "KT는 오랜기간 통신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중한 민영화 정책을 당부했다.

AT커니의 주문은 ▲KT의 투자결정이 한국의 통신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소유구조를 결정할 것 ▲통신서비스의 공공성과 국적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소유구조가 마련되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발표된 정통부의 KT민영화 정책 목표는 이같은 당부는 아랑곳 없이 ▲정부보유 주식의 완전 매각 ▲적정가 매각을 통한 국익확보에 우선순위가 맞춰졌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KT민영화 방안은 정부보유 주식 28.36%를 완전 매각하기 위해 EB와의 연계방안등이 담겨 있을 뿐 우려됐던 KT의 소유구조와 향후 경영효율화를 위한 방안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정통부가 KT 주식 매각에서 동일인의 매입한도를 5%로 제한할 것을 공기업민영화특별위원회에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방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동일인매입한도를 정하지 않을 경우 통신시장의 독과점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당시 민영화특별법에 의해 제한된 동일인지분한도 15%내에서 누구라도 KT의 1대 주주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내세워 재벌들의 KT주식 매입을 독려한 셈이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라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민영화 이후의 KT와 통신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원길 의원과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당시의 정책목표가 잘못 수립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통신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정통부는 정부 주식 매각 이후 "정부의 KT민영화는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며 민영화 이후 KT의 소유구조 및 경영효율화는 KT의 몫"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영KT의 경쟁정책-조일 것인가 풀 것인가

정통부는 KT 민영화 이후 통신시장 경쟁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영 KT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민영화의 성공적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 또 국내 통신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KT의 경영활성화를 지원해야 하는 것이 정통부의 역할이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KT의 경영 활성화는 KT경영진의 1차적 과제이긴 하지만 그간 국내 최고 선발사업자라는 점에서 받아온 셀 수 없는 비대칭규제에서 KT를 풀어주는 것은 정통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KT의 독점력을 막고 후발 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규제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KT는 국내 유선통신시장의 80%, 자회사를 통해 이동전화 시장의 30%등 통신시장의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다. 게다가 전국민을 연결, 모든 통신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시내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결국 정통부는 KT민영화 이후 통신시장 경쟁체제 안정을 위해 KT에 대한 '규제의 칼'을 움켜쥐어야 하는 한편으로는 그동안 정책차원에서 쌓여있던 규제를 '해소'해야 하는 양동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지난 5월 KT민영화 이후 이같은 두가지 정책과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유선통신 업계에서는 당장 정통부가 시내망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제시한 가입자망 공동활용(LLU) 정책은 사실상 효과가 없는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2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이미 음성전화 시장에서 KT와의 경쟁을 포기한데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 역시 자체망을 구축해 놓은 상황이다. KT의 망을 임대, 이를 자사 주력 네트워크로 활용해서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가 없다는 것이다.

KISDI의 한 관계자는 "LLU정책은 우리나라와 같이 이미 각 사업자들이 자체 통신망 구축을 마무리한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시내망 중립화 차원에서 후발 시외전화 사업자들이 제기한 LM시장 개방은 KT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실행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KT는 보편적서비스 기금에 대한 100% 보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초고속인터넷 망 구축 의무화등 과거 정통부가 묶어 놓은 규제가 너무 많아 경영의 효율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후발 사업자를 살리기 위해 경쟁사의 요금고지서까지 대신 발행해 주도록 하는 일방적인 정책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주장했다.

KT관련 경쟁정책에 대해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KT의 체질을 경쟁체제에 맞도록 변화해 주는 방안이 심도있게 연구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기업활동에 관한 규제는 일제히 축소, 자유로운 시장경쟁 체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책임과 소유구조 및 망 중립성에 대해서는 규제의 틀을 사전에 고시하고 규제의 선을 넘지 않도록 사후규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통부의 정책 수립 기능과 통신위원회의 규제기능을 분리, 소비자 후생과 경쟁체제에 어긋나는 KT의 경영에 규제를 적용하되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의 정책과 맞물린 규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KT의 국적성 보장 불가-소유구조 불안의 원인

KT는 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를 둘러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9.55%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 SK텔레콤이 KT의 경영권을 넘보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경 KT사장은 10월 2일 국회 정무위 증인으로 출석, "SK텔레콤이 KT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등의 다양한 방식이 동원될 수 있으며 KT는 이같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이 직접 "SK텔레콤은 KT의 경영권을 확보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공언하는 가운데서도 KT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로 필수설비를 보유한 KT의 국적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더욱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5월 23일까지만 해도 SK텔레콤에 이은 2대 주주는 미국의 템플턴펀드로 4.3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열흘이 지난 6월 10일 미국의 브랜즈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사는 KT의 지분 6.01%를 확보, 새로운 2대 주주가 됐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결국 열흘만에 외국의 투자자에 의해 2대주주가 전환된 것이다.

특히 KT지분 34%가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구모 지분 확보는 국내 규제기관이나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조차 없는 상황에서 KT의 소유권 변화는 사전 예측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통부는 "KT는 외국인 대주주가 금지돼 있어 외국인의 소유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KT 역시 "외국 투자자들은 KT의 경영권 보다는 투자수익에 더 관심이 많다"며 KT의 국적성 보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누군가 KT의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기업이 있다면 국내인을 대리로 내세워 1대 주주가 될 수 있고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KT의 국적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통신서비스의 공공성 보장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게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일관적인 예측이다.

해외 주요국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KT민영화 정책이 이렇게 정부주식의 제값받고 팔기에 맞춰진 것과는 달리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등 해외 주요국가들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민영화 이후 제1 통신사업자의 소유구조에 대한 고민과 국적성 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이 포함돼 있다.

특히 장기계획에 근거한 민영화 추진으로 민영화 과정 속에서 소유구조를 안정화하고 민영화 이후에도 통신의 공익성 보장은 물론 경영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84년 BT 민영화를 기획, 93년까지 10년에 걸친 민영화를 추진한 영국 정부는 우선 BT민영화를 위해 독립적인 규제기관 옵텔(OFTEL)을 설립하는 것으로 민영화를 시작했다.

민영화 이후 BT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없이 통신시장의 발전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영국정부는 총 3차에 걸친 BT의 주식 매각 과정에서 국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하고 소액투자가들이 BT의 주식을 장기보유할 수 있도록 100주 이하의 주식보유자들에게는 3년간 매 15주에 한번씩 주식 1주씩을 보너스로 지급하는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했다.

이같은 정책은 국민들이 BT의 주주가 되도록 유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와함께 3%이상의 주식을 획득할 경우 BT에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동일인지분제한 15% 규정을 마련, 특정인의 BT소유를 방지했다.

특히 영국 정부는 민영화 이후에도 황금주를 보유, BT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활용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97년 FT민영화를 시작, 현재 정부주식을 50%로 낮춰 놓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는 5%의 동일인지분제한선을 설정, 국내투자자는 5%이상의 주식 집중 매입을 사전에 방지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FT 주식 5% 이상을 취득할 경우 경제부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프랑스 정부는 FT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대주주 권한을 유지한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뉴질랜드의 TCNZ(Telecom Corporations of New Zealand)는 지난 90년 민영화를 시작, 그해 벨 애틀랜틱과 아메리테크 컨소시엄에 49.9%의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는 특별주(Kiwi Share)를 보유, 외국인의 동일인지분한도와 대량 주식 매매에 대한 통제권을 갖도록 해 TCNZ의 소유구조에 대해 정부의 통제기능을 마련했다.

이와함께 TCNZ의 국적성 확보를 위해 지분매각 청구권(Sell Down Requirement)를 정부가 확보하고 있다.

◇해외 주요 통신업체 민영화의 소유구조 특징

영국(BT) 프랑스(FT) 뉴질랜드(TCNZ)
소유구조 분산형 정부대주주(50%)+안정주주군 분산형
동일인지분제한 15%(3%이상 취득시 BT에 통보) 해외 : 5%이상 취득시 경제부 장관 동의 필요 없음
외국인지분제한 없음 20% 49.9%
공익성 확보방안 황금주 정부대주주, 황금주 특별우선주(Kiwi Share)

민영화 후유증 해소 방안 불투명

그렇다면 이처럼 KT의 소유권과 국적성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통신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사실상 보완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와의 약속'을 명분으로 단행한 KT민영화를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이미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다시 정부의 규제나 국적성 보장을 명문화하는 규제장치를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KT는 국내 통신시장의 규제정책이 선발사업자에 대한 비대칭규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반발, MS등 외국인 우호지분을 내세워 정부 규제 축소를 요구하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LM시장 개방등 정부정책에 반대할 경우 주가하락, 투자자 반대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 이용경 KT사장은 취임 일성에서 "현행 49%로 돼 있는 외국인지분한도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T의 이같은 최근 추세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 KT의 공공성과 국적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규제정책들을 서서히 물밑에서 작성해야 할 것"이라며 "민영화 정책의 오류로 인해 국내 통신사업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이 외국 투자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바로 현실화 될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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