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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백업시스템이다-7] "미러(mirror)는 아니더라도 핫 정도는 돼야"


 

백업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은 단연 금융권이다. 고객이 많을 뿐더러 현금 거래가 오고 가는 '핫 창구'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발생한 '동원증권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에 '원거리 백업 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

지난 9.11 미국 테러로 인해 백업 시스템의 '고귀함'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됐다. 전세계 금융권이 집결돼 있는 WTC(세계무역센터)가 굉음을 터트리며 잿더미로 변했지만 그곳에 보관돼 있는 정보는 고스란히 보관돼 있었던 것.

미국 금융권과 입주사들은 원거리 백업센터를 통해 전산복구에 돌입했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완전 복구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이를 두고 놀라움을 표현한다는 자체가 열악한 국내 백업 시스템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 2000년 동원증권 물 난리… ‘말 뿐이었던 3시간 내 복구’

지난해 9월28일. 소방점검을 받고 있던 동원증권. 안전 점검을 위해 수압을 높이는 순간 5층에 위치한 스프링클러용 배수관이 파열됐다. 지붕 위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졌다. 물은 급기야 아래층으로 흘러 들었다.

아래층인 4층은 증권사의 모든 데이터와 정보를 취급하는 전산실이 있는 곳. 전산 시스템이 물을 먹는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때가 오전 11시40분쯤.

동원증권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시스템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급기야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든 시스템의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그때부터였다. 한창 거래가 활발한 시간에 전 시스템이 마비됨으로써 동원증권을 통한 거래가 전면 중단된 것.

직원용 거래시스템은 물론 홈트레이딩, 사내 랜, 홈페이지 등 모든 전산지원이 끊긴 것이다. 사태 발생 후 동원증권은 고객을 향해 "3시간 안에 복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곧 바로 복구 작업에 들어간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오후 1시 긴박한 소식이 전해졌다. "오후 3시까지 복구는 안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난 것. 동원증권 측은 “늦어도 저녁까지 복구를 마칠 것이며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또 다시 "저녁 9시까지는 복구된다"는 '복구 필연성'만 계속 강조했다.

완벽한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는 '최악'을 보여줬다.

◆ "미러(Mirror)는 아니지만 핫(Hot) 정도는 돼야 한다"

신한은행 일산 전산센터에는 400여명이 근무한다. 일산이 메인센터이다. 서울에 위치한 본사 백업센터와 30여km 떨어져 있다.

일산에 근무하는 이 모 과장이 백업센터에 있는 김 모 과장에게 연락을 취한다. 화상회의시스템이다.

이 과장은 그 동안 모은 여러 가지 전산관련 자료를 보내면서 몇 가지 당부의 말도 덧붙인다. 김 과장은 "정보 제공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각종 백업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수시로 화상회의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일산 전산센터와 서울 백업센터에는 T3급이 구축돼 있다. 신한은행 백업센터는 현재 '핫(Hot)사이트'로 구축돼 있다. 핫 사이트는 고객정보자산과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전산 위기상황에서 최소한 '3시간 안에 완전 복구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을 말한다.

신한은행 백업센터의 김선수 대리는 "웜(warm)이나 콜드(Cold) 사이트를 넘어 금융권이라면 최소한 핫 사이트 정도로 백업시스템을 구축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드 사이트는 평상시 주기적으로 주요 데이터를 테이프에 백업해 금고에 보관하거나 원격지에 분산시킨다. 재해 발생시 복구 불능 상태의 시스템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웜 사이트는 콜드 사이트에 비해 발전된 형태를 말한다. 주요 데이터를 테이프로 백업해 금고에 보관하거나 원격지에 분산시키는 것 이외에 로그 데이터를 실시간 원격지(Warm Site)에 복제해 둔다.

재해시점까지의 로그 데이터를 이용해 주요 데이터를 복구하는 시스템이다.

일산 메인센터의 김영진 팀장은 "신한은행은 조만간 핫 사이트 수준의 백업 시스템을 미러(Mirror) 수준으로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러 사이트는 한 사이트의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 A,B 등 두 군데서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를 말한다.

즉 A사이트가 파괴되더라도 아무 이상 없이 B를 통해 운영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의 '최상의 조건'을 갖춘 상태이다.

◆ 금융권-대기업, 발 빠르게 구축 나서

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LG-EDS시스템 정보처리센터 내에 전산 재해복구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 원격지 이중화 방식을 구현, 재해 발생 시에 원격지에 이중화된 데이터와 백업 테이프를 사용해 재해 복구를 완료하고 은행 업무를 재개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특히 계정계(입출금 관련), 정보계(고객 실적 등 자료), 대외계(타 은행과의 거래)를 포함, 재해시에도 2시간에서 24시간 내에 전국 100개 영업점과 타 은행 사이의 모든 거래가 가능하다.

이 밖에 LG화재, LG캐피탈, LG전자, LG화학 등 LG 계열사들도 LG-EDS 시스템을 주사업자로 선정, 논현동 KIDC에 재해복구센터 구축을 완료했다. LG화재와 LG캐피탈은 중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백업해 데이터를 완벽하게 복구한다.

LG전자와 LG화학은 자원예약 방식을 사용해 데이터 복구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그 동안 미비했던 '백업 시스템'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금융사 전산실 부서장과 실무자간 만남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잦은 만남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자사 백업 시스템 구축에 나설 차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00년의 '최악의 상황'에서 올해 최상의 상황으로 백업 시스템이 하나, 둘 구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이유선기자 sun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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