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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가자 세계로/도쿄리포트-4] "니혼진무키(日本人むき)가 성공의 열쇠"


 

"일본인의 취향에 맞춰야만 상품을 팔 수 있다"

아이모드, 플레이스테이션2(PS2), 이찌타로, 멜후란도(멜친구), 드레곤

퀘스트VII, 디지몬, 아키하바라, 기모노, 사미센, 헬로키티, 다레팬

더, 워크맨, 기무치(김치), 하마자키 아유미, 소푸란도...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벤처 기업들은 일본인의 취향에 맞춰 그들

의 지갑을 열기 위한 분석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임 전문 C사는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 게임 산업은 사실상

한국 업소용 게임 시장과 비디오게임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한 상태"라

며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약한 게임으로 일본에 진출한다는 것은 계란으

로 바위치기"라고 말했다.

이 업체 측은 "일반 전자제품의 경우 통상 마찰이라도 발생하지만 게임 관

련 제품은 무역 불균형이 아무리 심화돼도 경쟁 제품이 없어 아무 대책도

세울 수 없는 게 우리 게임 산업의 현실이자 경쟁력의 한계"라고 설명했

다.

더욱이 국내 게임 산업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온라인 시물레이션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아케이드 분야에

만 관심을 두고 있어 시장 접근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섣불리 일본 시장에 발을 디뎠다간 ‘쪽박 차기’ 딱

알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전 분석 작업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런 배경 때문이다.

일본에서 솔루션 구축 사업을 하고 있는 e사 측도 "일본에서 한국의 기술

력과 자본력으로 승부하면 고전하기 쉽다"며 "오히려 우리 제품의 가격경

쟁력을 내세우는 것이 설득력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시장 규모가 크다는 생각에 왔지만

정말 일본 시장에 파고 들 수 있을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고 말하고 있

다.

도대체 일본인이 한국 벤처기업에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은 "지금의 일본은 경제 변혁기임에

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없어 문제"라며 "10년 넘게 끌어온 일본의 경제 변

혁을 끝내고 도약하기 위해 한국의 적극성을 수혈받아야 한다"고 말해 해

답의 실마리를 던졌다.

그는 또 "양국은 물건을 사고 파는 관계에서 벗어나 인간적으로 가까워져

야 한다"며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차세대 IT 플랫폼을 개발해 세계 시장

을 선도하려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한국벤처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분석한 일본인 취향을 통합해 정리

한 '일본 시장을 사로 잡기 위한 10가지 전략'이다.

1. '뻑' 가게 만들어라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로는 단연 '무라카미 하루키'가 꼽힌

다. 젊은이들의 애환과 사랑을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그는 지금

일본에선 '베스트셀러 보증수표'로 통한다.

하루키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아메리카 선호주의'. 그는 한 마디

로 미국에 '뻑' 간 작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그 주

인공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은 하나같이 아메리카다.

주인공이 듣는 모든 음악은 거의 팝송. 소설 속 주인공이 읽는 소설도 전

부 미국작가가 쓴 작품이다. 심지어 먹는 음식, 상품 등 소재가 온통 미국

이다.

현재 그는 고양이를 포함한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뻑 갈려면 이런 정도로 가야 한다. 한국처럼 '골고루 어중간한 상품'은 일

본에서 안 팔린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뻑’ 간 작가가 쓴 소설에 ‘뻑 가는 게’ 일본 사람의 특징이다.

2. 국가색을 지워라

88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극장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홍길동', 모

방송국의 창사특집 '빛돌이'는 너무 한국적이어서 일본에서 팔릴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포켓몬과 헬로키티는 국적 불명, 나이 불명, 성별 불명이기 때문에 전세계

에서 세대에 관계없이 남녀가 다 좋아한다.

일본 캐릭터의 이런 특징은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계산된 전략의 결과다.

누가 봐도 이것이 일본의 캐릭터란 것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게 일본 상업

주의의 원칙.

한국의 30~40대들은 대부분 어린시절 '아톰'이 한국 것인 줄 알고 자랐

다. 다른 나라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되니까 억지로 알릴 필요가 없다.

3. 집단 의식을 이용해라

집단 춤인 '파라파라'가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라파라는 거의 제자리에 정지한 채 손과 팔, 다리를 이용해 추는 춤으

로 10대들이 친구 집에 모여 좁은 방안에서 신나게 댄스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솔루션으로 떠올랐다.

파라파라 때문에 돈 번 업종은 '파라파라'풍 CD를 내놓은 음반, 교습 비디

오, 파라파라 디스코텍. 그리고, 소니가 IT업체로 유일하게 돈을 벌었다.

소니는 '파라파라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으로 DDR처럼 친구와 즐길 수 있

는 플레이스테이션2용 댄스 게임을 발매해 대 성공을 거두었다.

집단 의식을 분석해 아이템을 발굴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일본이

다.

4. 디테일(detail; 세심함)로 승부해라

우리 나라에서 가장 히트한 일본 영화는 '러브레터'. 이 영화를 감독한 이

와이 ??지 감독은 작품 콘티를 먼저 책으로 발표했다.

이 책의 출판담당자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콘티와 너무나 흡사해 감탄했다

고 한다.

한국의 IT산업은 천재성과 기동력으로 성공하는 시장이라면, 일본은 느리

지만 철저하게 기획하는 시장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세심한 곳까지 배려

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

일본은 출판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등으로 연결하는 원소

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일찌감치 간파한 나라다.

그러므로 제품을 발표할 때 디테일을 인정 받지 못하면 더 이상의 비즈니스

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5. 고객을 감동시켜라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돈을 받지 마라.

돈을 지불했을 경우 좋고 나쁨에 대한 상품 정보를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

이 일본인의 습성이다. 따라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감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면 일본인은 일단 감동했다면 돈을 지불하는데 망

설임이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식당 문화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인은 식당에 자리가

없을 경우 기다리지 않지만, 일본인은 자리가 날 때까지 줄을 서며 기다린

다.

바로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에선 맛이 없어도 가게 문을 열면 하나라도 팔

지만, 일본에선 한 그릇도 못 판다.

일본에선 고객이 '밑반찬'을 주문하면 돈을 추가로 받는다. '밑반찬'이 아

니라 '감동'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IT분야도 마찬가지. 계약을 위해 감동을 줘야 하며, 일단 감동한 고객은

자신의 주문으로 상품을 약간만 수정해도 추가 비용을 지불한다.

6. 작품이 아닌 상품을 만들어라

일본인은 어정쩡한 작품보단 확실한 상품에 돈을 낸다.

일본 영화는 일본인에게 인기가 없다. 작품을 지향하는 일본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게 그들의 상식.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별로 인정 받지 못

하는 작품이 많다.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작품이 아닌 상품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인기가 많

다. 따라서 일본 애니메이션과 주거니 받거니 장단을 맞추며 세계 모든 젊

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외화를 쓸어온다.

7. 성(SEX)과 상품을 결합시켜라

일본에선 남자도 여자도 열 아홉이면 이미 성에 익숙해 있다.

따라서 TV드라마 속의 젊은 연인은 동거하는 경우가 많으며, 포르노 배우

인 'AV스타'가 연애 방송에 나와 얼굴을 팔고 있다. AV스타는 포르노 비

디오를 많이 팔아야 하고, 방송국은 시청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이익이

맞아 떨어진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신문, 영화, 소설, 게임을 비롯한 모든 상품에 자연스럽

게 결합돼 있다.

강간을 게임으로 상품화해 한국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잠행'도 일본에선

돈 버는 제품으로 당당히 인정 받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일본인이 생각할 때 건전한 한국 상품은 재미없는 교과

서일 뿐이다.

8. 영업하는데 폼잡지 마라

유교가 남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열.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람은 장사를 하더라도 자존심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

서 뭔가 있는 듯 행동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일본 사람은 다르다. 전투에 임한 사무라이는 승리를 위해서 라면

자존심을 버려야 하며, 적을 죽이는 데 살살 찌를지 세게 찌를지 고민하

지 않는다.

영업은 기업 생존을 위한 전투다.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

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와 '스미마셍'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읊조리며 제

품을 파는 것이 훨씬 낫다고 일본인은 생각한다.

일본에서 쪽박차지 않으려면 영업하는데 폼잡지 않는 것이 좋다.

9. 적절히 비판해라

일본인은 자기네 욕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일본에서 꽤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중에 '이런 것이 한심하다'란 토크쇼

가 있다.

일본어를 잘 하고 도쿄에 사는 외국인 출연진은 곧잘 "일본인은 두 얼굴

을 가졌고 일본문화가 저급하며 일본 사회는 방향을 잃었다"는 독설을 내

뱉는다.

한국이라면 "이따위 프로그램 없애라"라는 비판과 함께 PD와 진행자를 문

책할 것 같은 상황인데도 일본인들은 "너희들 지금 욕하지만 어쨌든 관심

은 있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하며 재미있게 이 토크쇼를 본다.

일본인은 다른 사람이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 때 상대방에 대해 강한 인상

을 받으며 더욱 친절해지는 경향이 있다.

10. 결정하면 포기하지 마라

일본을 말할 때 장인 정신을 빠트릴 수 없다. 일본의 도공은 하나의 상품

을 만들기 위해 그릇을 수 없이 빚고 깬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으로 산업화에 늦은 한국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웹사이트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선 외국의 적당한 웹사이트를 참

조해 대충 만들고, 부족함을 디자인으로 보완했던 게 사실이다.

일본은 이렇게 접근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처음부터 차분 차분 뼈

대를 만들고 꾸준히 살을 붙여가는 게 그들이 갖은 경쟁력이다.

일본에 진출할 때 한국처럼 6개월 내에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최소 5년 동안 일본 시장을 탐색한 후 평생에 걸쳐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

을 가져야 한다.

이 점이 일본인들이 대기업을 뛰쳐 나와 벤처 기업을 차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박형배기자 art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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