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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통신시장 빅뱅 - 끝] 3강 재편론의 함정과 정책 제언


 

'함정을 조심하라'

정보통신부가 새해 첫 화두로 던진 '3강 재편론'의 이면에는 함정이 숨겨

져 있다.

3강 재편론의 명분은 과열 중복 경쟁을 방지하고 사업자들에게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 하지만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 또한 만

만치 않다.

업계와 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3강 재편론'의 취지를 살리려면 보다 냉철

한 상황 판단과 주도 면밀한 정책 추진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시장

에 맡길 것은 맡기고 정부 본연의 조정 기능만 철저히 하라는 메시지를 담

고 있다.

우선 함정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론이다.

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업계와 정책 전문가들 역

시 각자 처한 위치와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해법을 제시한다. 때

로 이들의 주장은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한다.

정부의 재편 의지는 이런 이해당사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철저히 대비할 때

에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관치주의의 함정..'국가 시책에 역행한다'

지난 26일 김대중 대통령은 사상 처음 과천과 세종로 중앙정부청사를 화상

으로 연결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의 개혁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

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민간이 할 일만이 남았고 따라서 정부가

아닌 금융권이 시장원리에 따라 개혁을 추진한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 정통부는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통신시

장을 3개 유무선 종합통신사업그룹으로 재편할 것임을 천명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대통령과 정통부의 시장재편 방식은 이렇게 차이를 드

러냈다.

정보통신업계는 정부 주도와 민간 자율이라는 두 가지 카드사이에서 중심

을 잃고 있다. 정부도 혼란스러워 하는 문제를 두고 과연 어디에 무게를 두

어야 할 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3강 재편의지'는 자칫 '이같은 국가 시책에 역행한다'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은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냉철한 상황판단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우선적으로 촉구

한다. 정부의 인위적 조정작업에는 무리수가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이 합종연횡할 수 있지만 정부가

임의로 3개 강자를 키워내겠다는 계획은 역시 무리가 적지 않다고 본다. 정

부가 원하는대로 시장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M&A 유도 구상'은 이같은 관치경제의 위험을 내포하는 함정이다.

업계는 정부의 M&A 유도 계획을 믿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해 준다 해서 기

업간 인수 합병이 성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철저히 손익 계산에

근거, M&A를 결정할 뿐 정부의 의지는 받아들여질 사안이 못된다.

대표적인 예가 포철의 통신사업 진출이다. 지난해 포철은 한전의 자회사인

파워콤을 인수, 통신사업에의 진출 의사를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가 파워콤 인수 조건으로 중견 초고속인터넷사업자 1~2개를 흡

수하도록 하자 포철은 이를 포기했다. 초고속인터넷사업자 인수가 조건이라

면 파워콤도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게 당시 포철이 내린 결론이었다.

정부가 '3강 재편'의 한 카드로 꼽고 있는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역

시 관치경제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 LG그룹 모두 비동기를 고집했던 상황에서 정부의 '동

기 권장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의 동기식 사업자 선정은 국내 통

신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금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M&A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3강 재편 계획'은 시

장을 앝잡아 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그동안 실패한 정책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공유되

지 않는 것이었으며 더이상 정부가 시장논리에 개입해 관치경제를 재현해서

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기반기술이 기업으로 빠르

게 이전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3강의 함정...시장에는 2강1약만

한 전문가는 "정통부가 지금의 시장상황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면 '3

강'이라는 단어는 뺏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 개선은 정부의 몫이지만 시장 주도 세력이 3개냐 2개냐 하는 문제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몫이라는 주장이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은 정부 스스로 '3강' 구도를 깨버린 원죄로 꼽힌다.

지난 해 11월까지만 해도 국내 통신시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중 '3강재

편'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12월 IMT-2000사업자 발표 이후 시

장은 '양강 체제'로 전환됐고 지금에 와서 '3강'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 사

람 역시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동기식 IMT-2000 대권주자도 '누구 누구가 움직여주지 않

는다면' 3강이 되기 어렵다. 제 3의 사업자로 주목받는 이들도 동기식 사업

권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설령 이를 거머쥔다 해도 강자가 되라는 보

장이 없다. 양강의 세력권을 벗어나는 것부터 만만치가 않다.

오히려 지금 체제에서는 '2강 1약'이나 '2강 2약'을 인정하는 게 명확한 정

책 방향 잡기에 수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엇갈리는 시장의 목소리

"지금의 비대칭적 규제는 후발사업자의 육성보다 선발사업자의 경쟁력을 낮

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3강의 후보)

"현재의 법테두리에서는 누구도 강자가 될 수 없다. 더 이상의 추가 투자

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대기업통신업체)

"준조세를 축소해야 한다. 출연금 외에 통신사업자들이 매년 납부하는 정보

화촉진자금이 사업자들의 가장 큰 부담이다. 사업자들로부터 되도록 많은

돈을 뜯어내야 한다는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정보통신사업자)

"중소규모의 초고속 사업자들은 상황이 어려우므로 정부측이 대형 통신사업

자들이 M&A를 빨리 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초고속 망사업자)

"군소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체망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가입자의 수

도 열악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초고속인터넷사업자)

"별정사업자는 규모가 작다고 정부가 방치하는 것 같다. 소규모 별정통신사

들은 살 궁리를 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한국통신과 같은 대형사업자가 별

정통신을 인수해 대리점 형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별정통

신 국제전화)

"별정통신업체들은 통신시장의 전면 개방에 따른 해외업체들의 국내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해외사업자가 좋은 조건으로 M&A를 제의해 오면 응할 계획

이다."(별정2호 사업자)

정부의 3강 재편론 발표 이후 시장의 목소리는 크게 엇갈린다. 공통점이 있

다면 각자 입장에서 유리한 해석과 주장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어느 누구

도 각자의 입장에서 물러 서지 않고 또 양보하지 않는다.

시장 자정을 위한 정부 제안 역시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초고속 인터넷만 해도 '시내가입자선로에 대한 공동활용 방안'은 각 사업자

들의 첨예한 이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통신은 '정부의 무조건적 공동활용방안은 안된다'고 손을 내젓는

다. '후발 몇몇 사업자들의 무임승차 방안을 인정하면 인프라 확보 기업들

이 계속 손해를 본다'는 게 이유다.

후발사업자들은 '자체 망도 없는 상황에서 과열 중복 투자와 출혈 경쟁만

이 남는다'고 반발한다. '가입자 선로에 대한 공동 활용'이 선행돼야 한다

는 주장이다.

M&A 역시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인수 주체라 할 대규모 사업자들은 시

장 가치와 각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 제안에 선뜻 답을 못하는 반면

중소, 군소 사업자들은 정부가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목소

리를 높인다.

물론 실제 M&A의 성사 여부는 기업들의 철저한 손익 계산과 미래 청사진 위

에서만 성사될 것이다.

시장의 매듭을 찾아라

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상황을 명확히 직시하고 합리적으로 매듭을

풀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제로 줄을 끊거

나 새로 선을 대기보다 근본적인 매듭의 시작점을 찾는 것이 정부의 할 일

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자 한다면 법과 제도가 우선적으로 마

련돼야 하고 만일 이 작업이 실패하면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

고 이들은 지적한다.

물론 정책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최상의 해법은 '시장 자율'이다. 통신시장

의 구조조정도 시장에서 해야 하는 일이고 만일 정부가 해야 한다면 시장

구조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인위적 조정에 앞서 시장 스스로 자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공

정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정부가 취할 최선책은 구조조정에 앞서 무엇을 도와주어

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며 "이 때 '인위적인 3강 재편'은 탄력적

으로 접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은 '3'이라는 숫자보다 '매듭'에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는 것이다.

/김윤경기자 yoon@inews24.com 이구

순기자 cafe9@inews24.com 국순신

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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