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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라 벤처(4)-CEO 재무장하라


 

'벤처기업의 경쟁력 70%는 CEO가 좌우한다'

지난해 열병처럼 번졌던 벤처기업 붐이 경기침체와 함께 수그러들고 있다.

이제는 거품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막연한 '닷컴기업'이 아니라 확

실한 수익모델을 갖춘 벤처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예측도 쏟아지고 있다.

확실한 수익모델도 좋지만 그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문제가 있

다. CEO의 경영능력이 그것이다.

벤처기업은 젊다. 대기업처럼 맡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일을 찾

아야 한다. CEO도 마찬가지다. 특히 벤처기업 CEO들은 직원들을 부리는 것

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창의성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사업으

로 만드는 것이 벤처기업이다. 강압과 명령보다는 화합과 토론이 벤처기업

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모두가 젊은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자기의견이 강하고 충돌

도 잦다.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

상을 실현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CEO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젊은 열기와 창의력을 성공이란 곳으로 이

끌려면 CEO가 교통정리와 방향제시를 잘 해줘야 한다.

창투사들이 투자를 할 때 CEO의 경력과 인품을 가장 먼저 보는 이유도 CEO

의 능력이 회사 성공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 "경영학 공부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 사장은 요즘 대학원에서 경영학

을 배우고 있다. 전산학을 전공한 이 사장은 회사가 점점 커지자 회사 업무

를 뒷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깨닫고 야간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우기 시

작한 것이다.

그는 "직원이 50명을 넘었습니다. 예전 3~4명이 처음 시작할 때는 몰랐는

데 매출액이 10억원을 넘으니까 불안하더군요. 예를 들어, 회계분야에서는

경리담당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지만 이달에 돈을 누가 얼마나 썼고 또 얼마

나 들어오는지를 모르다보니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경영학

을 배우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대학원에서 다양한 업종과 직급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도움

이 된다고 덧붙였다. "굴뚝산업에 종사하는 이사에서부터 공무원, 저와 같

은 벤처 사장 등 여러 사람들과 같은 학생 입장에서 솔직하게 대화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간접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 "내 회사는 내가 책임진다"

사업과 장사의 차이는 뭘까.

이에 대해 한 벤처기업 사장은 '책임감'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적어도 '사

업'을 한다면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사회에 대한 책임감, 가정에 대한 책

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성공하기 위해 혼신

의 힘을 다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업이 힘들어, 또는 돈에 욕심이 나 직원

들을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은 사업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의 회사는 요즘 힘들다. 지식경영 분야의 솔루션을 개발해놓고 있지만 경

기가 어렵다보니 솔루션을 구입하겠다는 회사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까지 법인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직원들 월급을 줬

다. 그나마 한계에 부딪혀 이달에는 부인의 카드를 빌려 현금서비스를 받아

야 한다. 이 역시 몇 달을 버틸지 불안하다.

지난달 월급을 지급할 때 그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제 돈이 바닥났다.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라. 남고 싶은 사람은 남아라.

그러나 만약 남겠다면 적어도 여러분이 받을 만큼의 돈을 벌어라.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그는 회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스

스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면서 직원들 월급과 사무실 월세를 마련할

계획이다.

"법인은 내가 만든 법적인 인격체다. 남녀가 결혼해 자연인인 아기를 낳듯

이 CEO는 회사를 창업해 법인이라는 자식을 낳는다. 내 자식은 내가 책임진

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 "제 회사 좀 맡아주세요"

최근 한 벤처기업 사장은 다른 사람에게 사장 자리를 내줬다. "아직 회사

를 경영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 그는 현재 학생으로 돌아가 공

부를 마친 뒤 2~3년 후에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할 생각이다.

그가 처음 창업할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좋았다. 여기저기서 투자하겠다

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가 벌였던 사업 아이템도 모두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창업과 함께 사회에 첫발을 딛으면서 그가 부딪힌 벽은 기술력 부족

이나 부실한 사업계획이 아니었다. 학연·혈연·지연으로 얼키설키 엮여 있

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이 그를 좌절하게 만든 것이다.

"S대 출신이 아니면 투자받기가 힘들더군요. 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학연과 혈연으로 묶여 후배 회사에 투자하고, 선배 회사에 제품을 판매하

는 게 거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제가 S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원

망스럽더군요"

그도 열심히 노력했다. 소위 대기업 출신 개발자와 영업담당자를 채용했고

S대 출신들도 많이 뽑았다. 그러나 "회사도 조그마한데 왜 직원들이 오냐.

사장이 직접 오라고 하라"는 기업 구매담당자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나이 어

린 사장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 등도 그를 힘들게 했다.

결국 그는 새로운 사장에게 회사를 넘겨주고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으로 돌

아갔다.

◆ "사람 좀 구해주세요"

지난해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때 사람들은 엔지니어들을 찾느라

혈안이 됐었다. 엔지니어들은 여기저기서 오라는 곳이 많아 몸값이 천정부

지로 치솟았다. 대다수 기업들은 오직 '기술'만이 사업성패의 관건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막상 제품을 개발해놓고 보니 판매할 곳이 없어 우왕좌왕했다.

"처음 창업할 때까지만 해도 제품개발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

품을 개발하고 보니 어디에 판매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인맥도 없고 시장

조사도 못하겠고.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 벤처기업 사장의 말이다.

지난해 초 엔지니어 확보 열풍은 하반기 들어 영업맨 확보로 이어졌다. 대

기업에서 영업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지금도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마케팅이나 영업능력이 없어

문을 닫는 벤처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주먹구구식 경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CEO들이여, 이제는 재무장하라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중대한 변화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정보사회, 디지털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

이에도 거대하게 진행되고 있다.

순간 순간의 분위기에 편승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회사를 경영하다가

는 바람에 휩쓸려버리기 쉽다.

진정 회사를 살리려면 CEO 자신부터 재무장해야 한다. CEO는 기술을 개발하

는 엔지니어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기술동향도 모른 채 사람에만 의존

해 영업하는 영업전문가여서도 안된다. 마케팅 전문가에 머물러서도 안된

다.

CEO는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직원들을 조율해 화음으로 만드는 오케스트라

의 지휘자다. 연주해야 하는 곡의 전체 분위기와, 모든 악기의 특성을 알아

야 지휘를 할 수 있듯이 CEO는 회사의 사업방향 뿐만 아니라 각 직원들의

개성과 능력, 시장동향, 전반적인 사회 움직임 모두를 알아야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1%에 속하는 성공기업이 되려면 CEO 자신부터 변해

야 한다.

윤휘종기자 hwipara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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