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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라, 벤처(2)-벤처도 경쟁력이다


 

"Top(톱) 10 이다. 인터넷 리드 그룹만이 살아 남는다. 경쟁력을 확보하

라.”

신사년(辛巳年) 아침 햇살에 외치는 벤처인들의 다짐이다.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벤처열풍이 정리기에 접어 들었다는 판단이다. 1위를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비장함이 스며 있다.

지난 2000년 한 외국계 벤처 캐피털업체인 B사에 얽힌 일화다.

투자대상업체 CEO를 만난 B사 관계자는 ‘투자 조건’을 내세웠다. 100여억

원에 이르는 투자 조인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었다.

“당신 회사는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선(First) 조건을 제시해

야 될 것 같다. 지금 당신들은 주력사업과 관계없는 곳에 지분이 출자돼 있

다. 그 사업을 정리하라. 그렇지 않으면 투자가 어렵다.”

시사하는 점이 많다. B사 관계자의 말은 이어졌다.

“벤처는 다른 곳으로의 확장이 아니다. 내가 가진 한 곳으로의 집중 투자

를 일컫는다. 집중을 통한 경쟁력 확보, 그것이 당신들의 업종을 세계 제일

(No. 1)로 만들어 줄 것이다.”

◆ 벤처는 ‘한곳으로의 집중’이다

미국 한 닷컴업체 부사장을 지난 연말 만났다. 그는 “최근 사업 분야를 재

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그동안 포털 사업과 무

료 웹메일 서비스, 기업체 메일 시스템 구축 등 크게 세가지 사업을 진행

해 왔다.

포털 사업의 경우 지난 99년초만 해도 몇천억 규모에 이르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돈만 쏟아붓는 밑빠진 독’으로 변해 버렸다.

현재 이 업체는 무료 웹메일 서비스를 ‘M&A(인수합병)’ 시장에 내놓았

다. 포털사업의 경우도 대부분 인수합병 시키기로 했다. 인수합병이 어려

울 경우 지분출자 형태로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다.

밑빠진 독을 버리는 대신 '기업간 메일 시스템 구축'으로 역량을 총 집결하

기로 전략을 세웠다.

“올 초까지만 해도 좋았죠. 포털, 무료 웹메일 등 모든 것이 인기절정이었

으니까요. 그러나 현재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해 보십시요.

얼마나 많은 포털과 무료 웹메일업체가 있습니까.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

죠.”

한곳으로의 집중을 위해 다른 사업에서 손을 떼어 내야함을 그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 한국식 벤처,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골고루 원칙’이 국가 경제에는 중요하다. 1차 산업도 발전하고 2, 3차

산업도 균등하게 나아가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이다.

벤처도 마찬가지다. 벤처는 전체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홀로 떨어져 있는

외톨박이가 아니다. IT(정보기술)라는 공간에도 많은 업종들이 있기 마련이

다.

인프라, 솔루션, 컨설팅,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이 많다. 이들 모두는 함께

발전해야 한다. 각종 인터넷 서비스가 톱니바퀴 물리듯 잘 돌아가야 한다.

이들이 원활히 움직이도록 윤활유를 뿌려주는 솔루션과 인프라 업종도 필요

하다.

최근 인터넷업계에서는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의식이 문제점의 하나

로 떠 오르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업종’에 뒤늦게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여 주는 모

습이다.

2000년 한해 수 많은 포털업체들이 생긴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손가락으

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들은 “올해안으로 상위업체 3~4개로 정

리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리되는 업체가 어디가 될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는 절대 아니

다”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한 업체의 경우 포털사업을 병행하면서 주력 사업까지 타격을 입어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급기야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이 업체는 천신만

고 끝에 외부 투자를 받음으로써 위기를 힘겹게 넘겼다.

◆ 명함이 많은 CEO들, 그 중 한가지를 선택하라

한 업체 CEO를 만났더니 어떤 명함을 줘야 할지 무척이나 망설였다. 디자인

과 회사 이름이 다른 명함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

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달리한다.

어떤 때는 포털업체 사장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미디어렙 사장…, 그리고

인큐베이팅 사장…. 그에게 물었다. "재벌식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고.

그는 재벌식 '문어발 확장'은 절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 많은 사

업중에 돈을 벌고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 그의 한계였다.

명함이 많은 것이 ‘부’와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많은 명함

중 하나를 지금 선택해야 한다. 한국 인터넷 산업은 ‘와아! 인터넷이다’

는 격정기를 지났다. 지금은 ‘시장 재편기’이다.

격정기 동안에는 많은 명함이 ‘부’와 ‘권력’의 상징일 수 있었다. 시

장 재편기에는 오히려 색깔이 없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재편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분야만큼은 내가 제일’이라는 경쟁

력 확보가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누가 빠르게 ‘선택을 통한 집

중화 전략’에 성공하느냐가 올 한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심마니는 지난 연말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2실 12팀을 2부문 10팀으로 줄

였다. 글로벌 비즈니스와 유료 콘텐츠 서비스 등의 신규 사업을 전담할 사

업개발팀을 신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조직 개편은 신사업 진출과 수익 모델에 인력을 확대하는 등 ‘선택

을 통한 집중화 전략’의 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직접 운영

해 오던 광고 수주 업무는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했다.

인츠닷컴도 지난 한해 사업 방향 때문에 힘든 한해를 보냈다. 사공이 많으

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이것저것 벌여 놓은 사업이 쌓이면 기업이 ‘쇠퇴

의 길’로 빠져 들 수도 있다.

인츠닷컴은 주주들의 동의 아래 방만했던 여러가지 사업을 정리하고 엔터테

인먼트 분야로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 "지금이다", "나중은" 이미 늦다

앞서 밝힌 외국계 캐피탈업체인 B사 일화의 뒷얘기다.

처음 B사로부터 '기타 사업 정리'라는 조건을 들은 해당업체 CEO은 "투자업

체가 오지랍 넓게 경영까지 간섭하느냐"며 속으로 불만이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지분출자한 업체는 전문 경영인 체제라 별 관계가 없다"며 설득했

다.

그러나 B사 관계자는 "곰곰히 생각해 봐라. 우리가 당신의 경영 방침에 간

섭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사

업에 인력을 확충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당신이 쌓아온 그동안의 탑이 무너

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당신이 하는 업종이 한국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느냐"고 의문을 제시

한 뒤 "우리가 볼 때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문 인력

확충, 해외 진출 등에 대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꼼꼼

히 지적했다.

이후 이 업체는 출자업체를 정리했다. 해당업체 CEO는 "그들의 판단이 틀리

지 않았다"며 "투자받은지 몇개월이 지났지만 그들이 지적한 내용을 아직

다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곳으로의 집중도 찬찬히 뜯어 보면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 그

의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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