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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유통 결산]'한파' 닥친 패션업계, 내실 다지기 '총력'


'성장 보다 생존' 구조조정·매각 나서…유통공룡 강세 속 국내업체 '얼음'

[장유미기자] 패션업계는 장기 불황 여파로 올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경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 소득이 감소함과 동시에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고 얇아진 지갑에 살기 팍팍해진 이들이 의류 지출을 대폭 줄인 탓에 업체들은 타격을 입었다.

또 올해는 애슬레져 트렌드로 스포츠 브랜드와 골프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였으나 아웃도어 시장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이 마켓의 키워드로 부상하며 대형 유통 및 패션기업이 앞 다퉈 뛰어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올해는 패션 업체와 유통사의 M&A, 동대문 기반의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 기존 오프라인 및 제조업 중심의 패션업계에 급격한 변화도 있었다. 또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도 많았으나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여파 등으로 패션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계속되는 장기 불황…패션업계 '휘청휘청'

장기화된 경기 불황은 패션산업도 피할 길이 없었다. 올 한 해 업체별 실적에서 보이듯 일부 패션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은 패션기업들이 차별화된 성과를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다수 패션 브랜드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내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 코오롱FnC 등 국내 패션 대기업과 아웃도어 업체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대부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고 영원무역, 인디에프 등도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각 업체들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개선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SK네트웍스는 패션사업을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인 한섬에 통째로 매각했으며 업계 1위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 핸드백 브랜드 라베노바의 사업을 접었다. 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로가디스, 빈폴 등에서 일부 브랜드 통합 작업을 통해 사업 효율화를 높였다.

LF는 올 상반기부터 여성 영캐주얼 질스튜어트의 세컨드 브랜드인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를 백화점에서 철수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만 남겨두고 몽벨, 스케쳐스 등 다른 브랜드를 모두 정리했으며 희망퇴직을 받아 정직원 절반 가까이를 감축했다. 이랜드그룹은 자금 조달을 위해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기업에 매각했으며 조프레시, 포에버21 등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역시 국내 사업을 철수하거나 수익성이 악화돼 매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웃도어 업계의 어려움은 더 했다. 가격 거품이 심하다고 인식한 소비자들이 점차 아웃도어 제품 구입을 꺼려하고 있는 데다 브랜드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와 스포츠·골프 브랜드의 강세로 각 업체들은 올해 가장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또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이엑스알'과 LS네트웍스 '잭울프스킨', '피크퍼포먼스' 등은 시장에서 올해 철수했고 패션그룹형지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의 오프라인 사업을 접었다.

◆패션업계, 유통사 중심으로 재편되나?

성장이 멈춰있는 올해 패션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바로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유통공룡인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통채널을 다양하게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넓힌 탓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을 3천261억원에 인수하는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덩치를 더 키웠다. 이번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섬은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에 이어 국내 4번째로 큰 패션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1월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사업에 진출했으나 이 과정에서 신세계와 미묘한 신경전을 계속 펼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2년 한섬을 인수할 당시 신세계에 '지방시'를 뺏겼고 최근에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인 '에르노'의 국내 판권과 '끌로에'의 수입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넘겨줬다. 또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가 수입하고 있는 일부 브랜드 역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접촉한 정황이 포착돼 양사 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세계의 스튜디오 톰보이와 보브, 한섬의 타임과 시스템 등 메가 브랜드들은 유통 대기업들을 모기업으로 두고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이 브랜드 인수를 통해 콘텐츠 차별화에 나서 실적을 안정화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강세는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성숙기에 접어든 패션산업의 향후 성패는 유통력이 좌우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국내 의류시장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모기업인 유통업체의 출점 덕에 꾸준히 성장했던 것만 봐도 탄탄한 유통력을 갖춘 기업이 패션시장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슬레저' 열풍에 허물어진 복종 경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슬레저를 중심으로 한 스포티즘이 글로벌 패션 트렌드 중심에 있었다. 룰루레몬, 아보카도와 같은 글로벌 해외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나이키의 아성을 넘보는 언더아머는 내년 초 국내에 직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풀 꺾인 듯한 성장세의 아웃도어 시장은 일상 생활과 운동시 모두 착용 가능한 피트니스 컬렉션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바로 상품에 반영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도 스포츠, 애슬레저 라인을 강화하며 매출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캐주얼 및 남·여성복 브랜드들도 타복종 및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애슬레저 상품을 선보이며 트렌드에 발 맞춰 나갔다.

애슬레져 트렌드와 같이 복종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스타일, 디자인 측면에서도 나타났다. 올해에는 특히나 성별, 나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 엄마와 딸이 같이 입을 수 있는 에이지리스(Ageless)로 전형적이지 않은 기존의 평범함을 거부하는 스타일도 인기를 얻었다.

◆40대 꽃중년 '아재' 돌풍…핵심 소비층 급부상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청년실업이 증가해 젊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경제력을 갖춘 중년 남성들이 패션업계에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1990년대 X세대로 불렸던 40대 중반 연예인들이 오빠인지 아저씨인지 경계가 모호한 모습으로 광고 및 예능 프로그램들에 출연해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 이슈가 되면서 '아재'는 올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권위적인 아버지로서 가족부양에 대한 의무감이 컸던 기성 중년 세대와 달리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본 만큼 중년에 들어서면서 스스로를 가꾸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감각에 안정적인 구매 파워를 보이는 아재들의 등장으로 패션, 뷰티, 식음료, 인테리어, 유통업계 등은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맞춤 콘텐츠를 개발하며 중심 소비층으로 공략 중이다. 특히 란스미어, 분더샵 등 남성 전문 패션숍에서는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을 확대해 세련된 아재 스타일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PA와 명품 중심으로 패션 소비가 양극화 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올해는 명품도 할인 판매에 나서고 SPA 브랜드도 경쟁 심화로 성장이 둔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현대와 신세계라는 대형 유통사의 패션 대결 역시 일반 패션업체들의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더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비자들이 옷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올해는 백화점 중심보다 아울렛이나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더 늘어났다"며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들도 많아져 여러 시즌 활용 가능한 아이템들도 인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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