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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 식품업체, 상처 난 소비자 마음 되돌려야


[장유미기자]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농심 신라면의 진실'이라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쓴이는 한·중·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 컵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 사진과 함께 용량, 내용물을 친절하게 비교 분석해 놨다.

이 글만 보면 다른 국가와 달리 면과 건더기의 양이 확연히 적은 한국 제품이 눈에 띄어 농심이 자국민을 차별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이에 대해 농심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농심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국내용 제품은 65g에 850원, 75g인 일본 수출용 제품은 173엔(한화 1천730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 현지 생산하는 신라면 제품은 72g에 1천25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이런 논란은 2009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우리는 각 지역의 경제상황, 식문화에 맞춰 가격과 용량, 성분 등을 차별화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용량과 가격을 동시에 고려하면 자국민 역차별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몇 소비자들은 게재된 글을 보며 "농심도 제과업체들처럼 한국 소비자를 역차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 제과업체들이 국내용과 수출용 제품에 차이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예전부터 제기된 신라면 사례도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

이미 한 차례 국내 업체에 배신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한국 기업은 한국인에게 제일 엄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망우보뢰'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으로 이미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식품업체들은 원재료값 부담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야금야금 인상해오며 수익을 유지해 왔다. 또 제과업계를 중심으로 업체들은 제품 겉포장의 부피를 점점 키우고 있으나, 내용물의 용량은 예전에 비해 갈수록 줄여가는 모습이다.

이같은 모습에 소비자들은 점차 국내 업체들을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화가 난 일부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업체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국산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려 하고 있다.

또 국내용과 수출용 제품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업체들은 현지 상황에 맞춰 제품에 차별화를 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해외서 마주친 양도 많고 값도 싼 국산 제품을 보며 왠지 모를 배신감에 씁쓸함을 느끼고 있다. 업체들이 해외 사정을 너무 고려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은 깊이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가격 인상과 과대포장, 자국민 역차별 논란에 휘말린 국내 식품업체들은 이제 소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신뢰 회복을 위해 제대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 제품의 공세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요즘, 국내 소비자들의 상처 난 마음을 되돌려 놓지 않는다면 곧 수입 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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