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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韓입맛 잡은 '고메 함박'…CJ 인천냉동식품공장


"만두 제조 방식 차용해 겉은 바삭·속은 촉촉…매출 급증"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납작한 고기반죽이 오븐에 들어가자 빵처럼 둥글게 부풀었다. 2.5~3cm로 두툼해진 반죽을 직화구이방식의 그릴마커에서 한 번 더 구워주자 보다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변했다. 고기반죽을 손으로 수차례 치대 토치로 노릇노릇 구워준 전문점 함박스테이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고기의 육즙과 수분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서 겉 반죽을 밀어 올려 두툼해지는 겁니다. 가공식품에 육즙을 더하려면 일반적으로 젤리틴과 같은 보조원료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고메 함박스테이크는 인위적인 방법 없이 고기 자체의 육즙을 보존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양태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6일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진행된 ''고메 함박스테이크(이하 고메 함박)''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양 연구원은 풍부한 육즙과 식감을 극대화하는 함박스테이크를 개발하기 위해 약 2년간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해왔다.

프리미엄 서구식 브랜드 고메(Gourmet)의 대표상품인 고메 함박은 출시 첫 달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는 5월 말 기준으로 총 1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1년간 총 3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제품 출시 2주 만에 추가 증설을 결정, 올 2월 3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2개로 늘렸다. 이에 따라 하루에 최대 1.2톤의 고메 함박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방문한 인천공장도 고메 함박의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을 입고 손 소독·에어샤워 등 까다로운 살균과정을 거쳐 들어선 공장에서는 해동·세절·선별·분쇄·혼합 등의 전처리 과정과 ▲성형 ▲조리가공 ▲동결 ▲포장 과정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만두''처럼 만드는 함박스테이크…식감·풍미 UP

고메 함박의 특장점은 전자레인지로 2분30초가량 조리해 먹는 냉동상품임에도 외식전문점 수준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냉동 스테이크 제품은 육즙이 부족하거나 고기 식감이 퍽퍽해 맛과 품질 면에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았다. CJ제일제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제조공정을 포기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섰다.

고기의 ''씹히는 맛''과 풍부한 육즙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원재료 전처리 과정부터 변화를 줬다. 간(Chopping) 고기 대신 깍두기처럼 칼로 굵게 썬(Dicing) 고기를 이용해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렸다. 덕분에 씹었을 때 입안에서 가득 차는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고메 함박이 기존 국내 함박스테이크와 차별화되는 점은 제품의 겉과 속을 구분해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만두피가 만두소를 고기를 감싸듯 제품을 설계해 단단한 겉면이 육즙의 손실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냉동 함박스테이크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겉과 속의 고기 써는 방식과 혼합물 비중과 수분 함량 등 황금비율을 찾아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겉 반죽이 속을 감싸며 유부초밥 모양의 고기 반죽을 만들면 성형기가 이를 두드려 함박스테이크 형태를 만든다. CJ제일제당은 이 성형기에만 14억원을 투자했다. 강한 압력으로 고기를 찍어 누르면 입자가 으깨지고 조직도 파괴돼 퍽퍽한 식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 성형기는 고기를 진공으로 저압 성형해 손으로 치댄 듯한 외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시간 내 고온 조리…겉은 바삭·속은 촉촉

고기 반죽이 1분당 약 60개의 속도로 만들어지면 증숙과 오븐과정을 거친다. 짧은 시간에 23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해 겉은 단단하고 바삭하게, 속은 육즙과 재료 고유의 맛 성분을 잃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함박스테이크에 불을 직접 쏘는 직화가열방식을 활용해 단백질의 풍미를 높이고, 그릴에 구운 듯한 외관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양 연구원은 "달궈진 돌판에 구워먹는 스테이크 메뉴 원리를 응용해 제조공정을 설계했다"며 " 스테이크를 올리는 순간 표면 수분이 증발해 겉은 빠르게 익으면서도 속은 신선한 육즙이 풍부하게 남아있어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던 특징을 기술로 구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갓 구워진 레일 위의 고메 함박을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서 촉촉한 육즙이 터져 나왔다. 엄마가 칼로 다져 만든 함박스테이크처럼 고기가 알알이 씹히는 맛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토마토와 양파 향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데미그라스 소스와의 어우러짐이 좋았다.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덕분에 새콤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웠다.

양 연구원은 "크게 썬 토마토가 37%가 들어가는 등 소스 생산 단가가 고메 함박보다 높다"며 "덕분에 소스 추가 증정 이벤트를 하면 고메 함박 판매량이 늘어날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함박스테이크 시장 1년 간 8배↑…차기 ''고메 함박''은?

고메 함박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고메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던 2014~2015년 당시만 해도 국내 함박스테이크 시장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내부에서도 제품이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그러나 간평가정식 열풍에 힘입어 올해 함박스테이크 시장은 최대 400억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 고메 함박의 시장점유율은 73.5%에 달한다.

황석희 생산팀장은 "고메 함박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조리제품 중 월 3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제품이 없었다"며 "떡갈비의 경우 많아봐야 월 매출이 10억 규모인데, 그마저도 떡갈비가 많이 팔리면 같은 밥 반찬류인 너비아니의 매출이 줄어들어 총 매출액이 예상만큼 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간편가정식인 고메 함박은 다른 제품과 겹치지 않아서 100% 추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CJ제일제당은 고메 함박의 베트남·독일·러시아 등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육가공 제품은 수출이 불가한 만큼, 현지 공장에서 현지인의 입맛에 맞도록 제품을 수정해 생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기 고메 시리즈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차기 제품이 고로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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