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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치퍼필드 "사회적 공간 꿈꾼 서경배 아모레 회장 인상적"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 설계…"서 회장, 오피스 이상의 공간 추구"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신사옥이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공간이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공간이 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했습니다. 건물의 상업적인 목적을 뛰어넘어 사회공헌 역할까지 생각하는 경영자는 흔치 않습니다."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는 14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 건축 기념 간담회에서 "오피스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서 회장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 설계를 맡은 그는 현재까지 100여 건의 건축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준공을 마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는 2004년 8월 토지 매입,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으로 장장 13년 간의 준비 끝에 세워진 서 회장의 역작이다. 지난 60년간 본사로 쓰였던 부지에 세워진 세 번째 본사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1956년 이곳에 터를 잡은 후, 사업 확장에 발맞춰 1976년 신관을 준공한 바 있다.

신본사는 노출 콘크리트로 설계된 국내 최초의 고층 건축물로, 지하 7층·지상 22층으로 구성돼 연면적만 5만5천150평(18만8천902㎡)에 달한다. 2010년 현상설계 공모에서 최종 설계안이 선정된 뒤 약 7년간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건립을 이끌어온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한국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1988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도자기에 관심이 많아 인사동 등에서 꽃병 등 저렴한 도자기를 수집해왔다"며 "뷰티업계를 위해 건물을 짓는다면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조선 백자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물로 기술이 접목돼야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신본사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기업과 사회의 소통'이었다. 이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겠다"는 서 회장의 경영이념과도 일치했다. 서 회장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독일 베를린의 한 뜰을 걸으며 "이런 공원이 서울 도심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서 회장의 여러가지 이념을 생각했을 때 직장이란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 직원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머무르는 곳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도시 전경에 이바지하면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이념을 잘 담은 건축물을 만들 것인가가 가장 큰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본사는 로비층에 문이 사방으로 나 있어 공용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인근의 용산공원이 완공되면 신본사 입구가 도시에서 공원를 잇는 입구 역할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공용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1층 로비에 들어서면 1~3층까지 이어진 대형 공간 '아트리움'이 자리한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아트리움엔 상업 시설 대신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전시도록 라이브러리(ap LAP)' 등이 자리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 저층부는 수익성을 고려한 사업 용도로 많이 쓰이는데, 아모레퍼시픽처럼 공공 성격이 가능한 공간으로 비워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하드웨어에 투자한 게 아니다"라며 "시장주의 질서의 다른 나라들을 봤을 때 이렇게 필요 이상의 기준을 위해 돈과 시간 등을 쏟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신본사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이자 아름다운 선례"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 신본사가 '지속가능한 건축'을 지향하는 것과 달리 밤새 불을 켜 놓아 자원을 낭비한다고 지적한다. 또 신본사 입주 당시 '새집증후군' 논란이 일어 직원들이 철수했던 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밤 동안 불을 켜놓는 것은 미학적인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 건물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을 쓰는데, 이마저도 중앙의 모든 불을 끄고 바깥쪽 벽면의 불만 키고 있다"며 "환경 기준에 대해선 저희 회사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한국의 규범보다 더 높은 수준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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