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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연대, 홍대서 시민과 '갑질근절' 목소리 높여


시민, "응원한다. 힘내라"…게릴라 이벤트에도 호응 높아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불금'을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한 1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출구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였다. 지난달 4일부터 시작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는 이날 사측의 채증을 피해 게릴라 캠페인으로 진행됐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갑질근절 게릴라 홍보 캠페인을 열고 조 회장 일가의 퇴진과 갑질근절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매주 이어오던 촛불집회 대신 장소와 시간을 비밀리에 부치고 게릴라 홍보캠페인에 나선 이유는 노무(사측)의 감시 때문이다. 지난 30일 직원연대 '관리자'는 "노무에서 집회 참석이 의심되는 직원들의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주 집회를 취소하게 됐다"고 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오픈 채팅방에 소속된 한 직원은 "사측 스케줄팀에서 집회가 예상되는날 승무원의 일정을 미리 변경하고 있다. 특히 (5차 촛불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8일 일정을 집중해 변경하고 있다"고 전했다.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에 참여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전 집회와 동일하게 저항의 상징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갑질근절 함께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미리 준비한 갑질을 근절하자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와 배지, 네임택을 시민들에게 직접 나눠주며 이와 함께 모금활동도 진행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가이 포크스' 마스크를 쓰고 대한항공 제복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게릴라 홍보 장소에 나타나자 시민들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러나 먼저 마이크를 잡은 대한항공 소속 기장의 인사말에 이내 귀를 기울였다.

기장 제복과 가면을 쓴 직원은 인사와 함께 '우리는 대한항공 직원들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살리고 이 사회에 만연한 갑질을 없애 정정당당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더 좌시할 수만 없는 현실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면서 오가는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캠페인을 지켜보던 시민은 모금함에 소정의 금액을 모금하거나, 가던 길을 멈춰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마포구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17)은 "대한항공 직원들의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어제도 봤다. 회사의 높으신 분들의 감시 때문에 이렇게 몰래 나와 캠페인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 "이곳을 지나가다 기사로만 보던 대한항공 직원들의 게릴라 이벤트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받은 갑질근절 스티커를 다음 주 학교에 가면 책상에 붙일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고생 B양은 "스튜어디스 언니에게 받은 스티커가 너무 예쁘다. 여행용 캐리어에 붙일 예정"이라면서 "대한항공의 오너들이 부하직원을 괴롭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많이 해 조사를 받고 있고, 직원들이 나와 이에 대해 시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친구들은 거의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시민도 지나가던 길을 멈추고 일부러 직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큰 소리로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등의 말을 건넸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관리자'는 "다음 게릴라전은 랜덤으로 진행되며 장소도 계속 바뀔 예정"이라면서 "인원만 모이면 주중에 언제나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번 홍대입구역 캠페인을 해보니 (갑질근절) 홍보효과가 뛰어나다고 느꼈다"면서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홍보대행사 직원 상대 '물벼락 갑질'이 발단이 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모임이다. 연이은 조양호 일가의 탈세·밀수·폭언·폭력 등의 갑질에 총수 일가 퇴진을 촉구하고 있으며, 지난달 4일과 12일, 18일, 25일에 서울 광화문과 서울역광장, 세종로공원, 보신각에서 300~60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한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의혹에 사정당국은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땅콩회항'과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장녀 조현아와 차녀 조현민에 이어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상습폭행 등 7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달 4일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회장의 탈세·횡령·배임 등의 의혹을 포착하고 한진그룹 본사 등 사무실 20곳을 압수 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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