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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컨트롤타워, '비서실→구조본→기조실→전략실'…역사의 뒤안길로


삼성·현대차·한화 '폐지', 롯데·SK '축소'…일각서 부작용 우려 제기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그룹 내 계열사 간 의견을 조율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주요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잇따라 폐지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의 컨트롤타워는 초기에 회장 비서실이 맡았으나 IMF를 거치면서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바뀐 뒤 기획조정실과 경영기획실, 미래전략실로 변천했다.

하지만 그룹 총수의 전위부대 역할로 낙인 찍힌 뒤 부정적인 여론에 휩쓸려 결국 폐지에 이르게 됐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이 중대한 결정마다 사안을 조율하고 업무를 수행해 온 그룹 컨트롤타워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31일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함께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에 초점을 둔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이 중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일환의 골자에는 그룹 중심 경영의 상징이었던 경영기획실 해체가 담겼다. 대신 그룹 지배회사격인 (주)한화가 기존 경영기획실이 하던 기능 중 일부를 맡게 했다.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설치된 구조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구조본은 IMF 여파로 경영위기에 내몰린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계획을 짜고 실행 지침을 만들기 위해 설치했다. 대기업들은 당장 비서실과 기조실을 잇따라 폐지하는 대신에 구조조정본부를 설치하고 총수들을 주력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한화그룹도 같은 맥락에서 구조본을 만들었다.

이어 한화그룹은 2006년 말부터 구조본을 대체하기 위한 경영기획실을 설치하고 그룹 전략·재무·인사·운영·법무·홍보 등을 총괄하게 했다. 하지만 이날 경영기획실을 전격 폐지키로 하면서 2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앞서 삼성그룹도 지난해 2월 28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공식해체를 선언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미래전략실 소속 7개팀 200여명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으로 분산돼 배치됐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전신은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이다. 이건희 회장 체제이자 IMF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2006년에는 전략기획실로 개편됐다가 2008년 삼성 특검으로 해체됐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이 부활했지만, 지난해 2월 58년 만에 폐지됐다.

롯데그룹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2월부터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기능과 인력을 대폭 줄였다. 롯데그룹은 비서실·대외협력단·운영실·개선실·지원실·인사실·비전전략실 등 총 7개실로 운영하던 정책본부 조직을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으로 축소했다. 300여명에 달하던 인력도 40% 감축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신동빈 회장이 후계자 시절 차기 경영 구상을 위해 직접 정비하고 다듬어 온 조직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부회장이던 2004년 정책본부의 전신인 경영관리본부의 본부장을 맡으며 조직의 명칭을 현재와 같은 롯데그룹 정책본부로 바꿨다.

이어 2007년부터는 호텔과 쇼핑 등에 흩어졌던 본부 내 부서들을 한 곳으로 통합해 서류상으로는 그룹 정책본부를 롯데쇼핑 내에 두고 지금의 모습으로 다듬었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도 인력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이어 인력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형제의 난으로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중반까지 기조실을 운영했지만 폐지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꾸리지 않고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를 중심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일찍 구축한 LG그룹과 GS그룹은 주요 계열사 경영관리, 계열사간 업무조정, 신성장사업 추진 등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지주사로 귀속됐다.

다만, 재계가 연이어 그룹 컨트롤타워을 폐지하거나 축소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조율이나 중요 결정 등 경영비효율성 문제가 거론된다. 또 정부와 협의할 창구도 부재해 민관협력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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