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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월드 1조 투자 유치 연기…왜?


"亞사모펀드에 고수익 보장하면서 투자 매력 떨어져"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이랜드그룹이 국내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1조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이랜드는 지난 연말까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1조원을 납입받기로 했으나, 투자자와의 의견 차로 협상이 지연된 것이다.

4일 이랜드는 1조 자본 유치와 관련해 2천억원을 확보했으며, 나머지 8천억원은 투자 유치 구조를 새롭게 해 올 상반기 중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지난달 29일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애쿼티파트너스로부터 1천억원을 납입 받은데 이어 해외 투자자와도 이달 내 납입을 목표로 투자를 논의 중이다. 남은 8천억원은 키스톤PE 뿐만 아니라 해외 다양한 투자자에게도 투자를 개방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키스톤PE가 1조원 규모의 이랜드월드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하는 방안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키스톤PE는 7천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이랜드월드의 CPS를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펀드에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이랜드 간 의견차로 협상이 지연됐다.

일각에서는 협상 지연은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한다. 후순위 투자자인 앵커애쿼티파트너스가 키스톤PE가 조성하는 펀드에 참여하는 대신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투자하는 조건으로 연 20%에 달하는 고수익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후순위와 선·중순위 투자자 간 수익률 차이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선·중순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투자조건에 서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키스톤PE를 비롯해 메리츠종금증권과도 계속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작업과 자본건실화를 동시에 추진하다보니 협상 주도권을 잃었었다. 기간을 연장해 투자 조건과 파트너 등을 유연하게 하면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랜드가 협상 주도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과도한 배당부담이 또다른 재무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조원 규모의 CPS 발행 계획 실행 시 이랜드월드와 그룹 전반의 유동성 확충 및 재무안전성 개선이 가능하지만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방안에 따라 회사와 그룹 전반이 사업적 재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이랜드리테일 프리 IPO 투자자와 회사 전환우선주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현금흐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차입금 상환 급한데 추가 투자 유치 쉽지 않을 듯"

이랜드의 목표대로 올 상반기까지는 투자자금 유지를 완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만 2조7천억원(2017년 9월 기준)으로, 이랜드의 현금성 자산(1조6천억원)보다 9천억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즉, 이들 차입금을 상환 및 차환하려면 1조원의 투자자금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 측은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춘 만큼 추가 자금 유치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추가 자금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던하우스와 티니위니 매각으로 순차입금이 2조원 가까이 줄었지만, 소위 돈 되는 사업을 모두 팔아 향후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연 매출이 3천억원에 달하던 모던하우스는 국내 유통부문 중 고수익을 내던 사업 중 하나였으며, 티니위니 역시 중국 패션부문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의 상황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재무건전성과 사업성장성이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투자 수익률과 회수방안이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다른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주력사업인 패션부문의 업황 전망 및 티니위니 브랜드 매각에 따른 수익성 저하효과를 감안할 때 2018년 이후에도 이랜드 수익성이 단기간에 개설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유통부문 역시 모던하우스 매각과 중국 유통부문의 실적 저하로 매출 감소 및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매각 후 글로벌 시장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랜드 브랜드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것"이라며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매각으로 매출이 줄어든 건 맞지만 전체 브랜드만 250개에 달하고 티니위니급 브랜드도 40개 정도 되기 때문에 2년 내 실적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구조와 자본구조 개선이라는 도전적인 목표 속에서도 작년 말 광군제 매출액이 767억원에 달하는 등 사업성과도 나타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상태"라며 "당장 1조원을 유치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주도권을 가지고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자협상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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