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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 해부]-제3부-3. CDMA 꿈에서 깨어나자


 

'CDMA가 통신기술 발전과 수출경쟁력 제고에 크게 일조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젠 CDMA 지상주의 같은 패러다임은 점차 변화돼야만 하고 또 변화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통신업계에는 새삼스럽지 않게 들릴 정도다.

'단군이래 우리나라가 세계를 무대로 가장 큰 소리 칠 수 있는 기술'이라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그렇지만 CDMA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통신업계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CDMA는 그 커다란 성과에도 불구하고 'CDMA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통신정책에 결정적인 파워를 행사하면서 상당한 '기회비용'도 치뤄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CDMA 이외의 기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이단'시 돼온 분위기 였다.

'CDMA'... 굳이 토를 달지 않아도 우리 나라 국민이라면 이 'CDMA의 신화'에 대해 한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성공", "세계 최초 3세대(CDMA200 1x) 서비스 제공", "단말기 수출 100억 달러 신기록 돌파 초읽기" 등등.

국가 이동통신 단일 표준으로 CDMA라는 설익은 푸른 바나나를 들여 온지 어언 6년이 흘렀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 91년 미국 퀄컴의 CDMA 기술을 국책연구과제로 지정, 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동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96년 1월부터 디지털 방식의 CDMA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우리와 CDMA의 인연은 10년이 훨씬 넘은 셈이다.

지난 5년간 국민의 정부는 CDMA를 지상 과제로 여기면 IT 강국을 외쳐왔다. 장관이 취임하면 관례처럼 CDMA 로드쇼를 개최하고 업체들을 몰고 해외 순방길에 오른다. 최근에는 중국이 CDMA를 도입하자 이곳에서의 CDMA 수출 성과를 내세우는 데 열심이다.

그럼, 'CDMA 강국 코리아'가 현재 CDMA 과실을 얼마나 따 먹고 있을까. 과연, 우리의 단말기와 시스템 수출산업이 CDMA의 덕을 얼마나 보고 있으며 또 앞으로 이러한 정책기조가 그대로 지속돼도 괜찮은 것일까.

◆ 통신산업 수출경쟁력, 오히려 GSM이 효자

정보통신부가 올 1월부터 6월말까지 집계한 국내 통신장비 및 단말기 산업현황(노키아 TMC 생산량 포함)에 따르면 CDMA 단말기가 4조6천75억원, 시스템은 6천540억원으로 총 5조2천615억원이다.

반면, TDMA(시분할다중접속) 기반의 GSM(유럽형이동전화) 단말기는 4조2천464억원이다. 언뜻 보기엔 CDMA가 GSM보다 약 1조원 가량 많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같은 수치는 전체 CDMA와 GSM의 생산액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국내 시장까지 포함한 수치다. 순수 수출 시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CDMA 독자 표준을 표방하는 국내 단말기 시장과 시스템 소화량을 제외하면 아직도 GSM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게 우리 현실이다.

이동전화 단말기 업체 관계자는 "정통부의 자료는 국내 시장까지 포함한 수치일 것"이라며 "수출시장에서는 아직도 GSM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올해 전 세계적으로 4천200만대의 휴대폰 판매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경우 GSM폰이 55∼60%, CDMA폰이 40∼45%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CDMA폰보다는 GSM폰이 수출 효자 상품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11월까지 내수시장에서 판매한 CDMA 단말기가 810만대이고 연말까지 예상되는 미국 수출물량 900만대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내수 시장과 미국 시장 이외에서 CDMA 단말기를 판매한 수치는 100만대도 채 안 되는 극히 소량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DMA가 수출용이 아니라 안방 시장용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90년대부터 GSM폰 개발에 나섰으니 망정이지 CDMA만 바라보고 있었다간 전 세계 70∼80%을 차지하고 있는 GSM 계열 시장을 다 놓쳐 버렸을수 도 있었다는 얘기다.

또,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3위의 휴대폰 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거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GSM 전략을 한쪽에서 가장 부러워 하고 있는 게 LG전자다.

LG전자는 GSM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재작년 GSM 단말기 첫 해외 선적을 시작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3.8%로 6위권에 머물고 있는 LG전자는 중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GSM 단말기 수출확대를 관건으로 보고 내년도 GSM 사업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 1천500만대의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 고작 100∼200만대 가량의 GSM폰을 판매하는 LG전자가 세계 시장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GSM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도약이란 없다"면서 "CDMA는 '수성', GSM은 '확대'가 우리의 사업전략"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이외에 맥슨텔레콤, 팬택, 세원텔레콤, 벨웨이브, 인터큐브, 기가텔레콤, 에버콤, 아세텔레콤, 원우텔레콤 등 중소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앞다퉈 GSM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CDMA 종주국 한국의 단말기 업체들이 더 넓은 시장을 찾아 노키아나 모토로라, 지멘스,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GSM 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는 것이다.

◆ 해외 CDMA 시스템 사업...알고 보면 손해

CDMA 시스템의 경우는 어떨까.

올해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시스템 사업은 단말기 사업과 비교해 볼 때 한 마디로 처참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국 차이나 유니콤이 각 성에서 진행했던 CDMA2000 1x 업그레이드 물량에 대한 2기 사업자 선정에서 지난해 1기 사업자 선정 당시 받았던 물량 증설이외에 별다른 사업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중국과 미국간의 정치적 밀월관계가 작용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상해(상하이), 화북(허베이), 천진(텐진), 복건(푸젠) 등 4개 성에서 1차 공급했던 IS95-A 물량을 수의계약을 통해 cdma-2000 1x 물량으로 그대로 확보했다. 감숙성, 길림성, 중경, 운남 사천성 등 당초 올해 노렸던 지역 확대 목표가 수포로 돌아갈 판국이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관계자는 "삼성이 잘해서 다른 한국 기업들에게 CDMA의 후광 효과를 나눠줘야 하는데 한정된 물량을 놓고 큰 기업들과 경쟁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다"며 "겉으론 대접을 해주지만 삼성도 중국에서 아직 어린아이 취급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중국 CDMA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려다 중국 협력업체에게 막판에 배신을 당했던 LG전자는 올해 기회를 엿봤지만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미국 CDMA 장비시장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1x 장비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발도 못 붙이는 홀대를 받고 있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프린트PCS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등 cdma 2000-1x 서비스를 확대하고 cdma200-1x Ev-DO를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모토로라, 루슨트, 노텔 등 북미 기업들만 받아주고 한국 기업들의 사업 참여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초에야 유일하게 스프린트PCS가 제공하는 1x 망 사업에 참가 자격을 받아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성과가 없다.

삼성전자 통신기획 임원은 "미국 시장의 사업자 시황이 좋지 않아 지역 확보가 만만치 않다"며 "1x 신규 지역 확대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계약 성사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 임원은 또 "해외 시스템장비 사업은 그야말로 죽 쑨 한 해"라고 표현하면서 "그나마, 내수시장 덕분에 손해를 안보고 흑자를 기록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CDMA 시스템 사업에서 적자 안보고 사업하는 업체는 국내에선 삼성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KTF의 cdma2000-1x RTT 및 1x EV-DO 물량을 거의 독식했다.

삼성전자에게 미국 cdma2000-1x 시스템 시장 개척은 내년도 숙제중에 하나이다.

◆ ONIY CDMA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라

3세대 이동통신 IMT-2000 시장에서도 동기식 CDMA가 GSM 계열인 비동기식 UMTS 시장보다 우리에게 더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SKIMT, KTF 등 두개의 비동기 사업자가 국내에 존재하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계도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2GHz 대역의 UMTS 장비 및 단말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퀄컴과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W-CDMA라고 지칭하지만 사실은 3G 시장의 70%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동기 IMT-2000 기술의 대부분은 시분할(TDMA) 방식에 기반을 둔 GSM 계열상 UMTS로 봐야 한다.

노키아, 에릭슨은 지멘스 등 유럽의 GSM 장비 업체들이 비동기 IMT-2000 장비의 라이선스 비용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3G에서의 동기 CDMA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cdma2000 1x와 EV-DO를 3G로 간주하는 입장이다.

모 통신사업자 임원은 "cdma2000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2.1GHz 대역의 상용장비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며 "국내의 경우 동기 장비보다는 비동기 장비에 대한 개발이 더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2G에서 우리가 CDMA와 GSM으로 나누듯이 비동기 IMT-2000에서 이 두 기술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스펙트럼 스프레드, 즉 무선전송 파워 부문이 공히 CDMA 기술 개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G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오직 CDMA만이 살길이라거나 CDMA가 시장을 주도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유무선 망의 융합에 따른 기술적 구분이 애매모호하게 진행되면서 동전의 양면처럼 두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으로도 3G 시장에서 우리가 예전 퀄컴의 CDMA 종속국 처럼 'ONIY CDMA' 보다는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 위에 다양한 기술수용을 통해 정책적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같은 정책적 의지가 4G에서 기술표준화에 선도적으로 나서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CDMA 단꿈에 젖어 있기 보다는 정책 패러다임을 유연하게 전환해 차기 정권에서는 더 넓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장으로 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CDMA가 우리 이동통신 기술 발전과 수출경쟁력에 기여한 부분을 전면 부인할 수 없지만 CDMA에만 매몰된 우대정책으로 기업들의 착시효과를 만들어 내거나 더 큰 시장을 놓치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는 업계의 지적이 높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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