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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 해부]-(제3부)-1.규제의 틀과 마인드를 바꿔라


 

"국내의 현실은 정부정책이 정보통신 서비스의 전환 추세와 기술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일 이용경 KT 사장이 홍콩에서 열린 ITU 아시아 텔레콤 2002의 '도전과 기회'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지적한 내용이다.

이 사장은 "정보통신 서비스가 디지털 가전, 주택건설, 금융산업 등과의 원활한 연계를 통한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에 반하는 현 정부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내 IT산업은 GDP 비중이 지난 97년 8.6%에서 2001년 12.9%로 급증하는등 국민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IT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내수시장의 기반이되는 통신서비스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통신 규제정책의 향방이 국내 IT산업 활성화를 가름하는 주요 잣대로 작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통신서비스 산업 정책이 현실적으로 기술발전과 서비스 전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통신서비스 산업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시 중심의 단기정책이 통신시장의 하향평준화 주범

"전기통신사업법, 기본법, 전파법등 통신 3법은 당국이 어떠한 지원과 규제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무소불위의 법률이다."

SK텔레콤이 KT의 대주주로 부상한 후 정통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SK텔레콤의 규제 범위를 놓고 단언한 발언이다.

법률을 등에 업고 정책 당국자가 결정할 수 있는 수위에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통신 3법이라고 불리는 이들 법률이 대부분의 권한을 고시로 위임해 놓았기 때문이다. 고시는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하부에 있는 정책으로 해당 부처의 장관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제정할 수 있는 법적수단이다.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고시에 의존하는 정통부 정책이 과다하다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지적에 대해 "고시가 많아 매번 법률을 개정할 수 없는 정책에 대해 유연하게 정책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정보통신 관련 법률 제·개정 건수는 10건이었으나 고시 발효는 총 79건에 달한 것으로 정통부는 집계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8월말까지 법률과 시행규칙이 각각 1건씩 제·개정 된 반면 고시는 31건이 발효됐다.

그러나 고시에 의존하는 정책은 장관의 재량권이 과다해 장관의 교체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 정통부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에 불과했다. 배순훈 장관의 재임기간이 8개월 이었으며 남궁석 장관은 1년 2개월, 안병엽 장관은 1년 1개월, 양승택 장관은 1년 3개월간 재임했다.

결국 고시에 의존하는 정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장관이 교체되는 1년마다 정책의 변화를 고민하고 언제 정책이 변화할지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서비스 사업을 하는데 중요한 재원으로 인정되는 번호, 요금, 상호접속, 원가기준 등에 대한 정책이 모두 고시로 위임돼 있는 상황이다.

현직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취임 직후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이 고시로 결정한 번호이동성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제시했다.

양 전장관의 경우 내년 6월 3세대 IMT-2000서비스에 대해 번호이동성을 적용하고 이후 6개월 내에 2세대서비스에 대한 번호이동성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고시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2세대 이동전화 서비스에 대한 번호이동성 조기 도입을 강력히 주장, 양 전장관의 고시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양 전장관이 고시를 통해 시행을 결정한 시내전화 가입자 선로 공동활용제(LLU)의 경우 이 장관 취임 이후에는 정확히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 조차 검토되지 않고 있어 하나로통신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고시 중심의 정책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임 장관이 취임과 함께 정책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약한 통신사업자들은 마케팅과 기술발전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를 통한 수익 창출 보다는 장관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건의 의존형 경영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각 사업자들이 일제히 시장경쟁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시장원리를 뒷전으로 한 채 정책건의에 중점을 둬 선발사업자에 대한 규제정책을 만들어내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발사업자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후발사업자 역시 스스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통부 역시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고시가 과다한 현재의 정보통신 정책은 예측 가능한 시장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현재 고시로 위임돼 있는 정책 가운데 주요사안에 대해서는 법률로 상향하는 통신법 제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부분 고시 위임형으로 돼 있는 통신관련 법률의 전반적인 수정 없이는 제대로된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통신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로드맵을 제시하라

"일반 산업이 100년간 이뤄낸 성과를 IT산업은 10년만에 발전과 변화를 이뤄냈다. IT산업의 발전 시계는 그만큼 빠르고 급속한 것이다."

이상철 정보통신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통신서비스 산업은 서비스의 유형이 유선과 무선의 결합, 통신과 방송의 융합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발전은 물론 기술변화와 전환의 속도가 일반 산업의 10배나 된다는 말이다.

정통부는 통신서비스 산업의 이같은 급속한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정책에는 반영하지 못한채 겉으로만 변화를 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신 서비스 분류체계이다.

90년대 초반 결정해 놓은 기간통신, 부가통신, 별정통신의 서비스 분류체계가 현재도 그대로 존속되고 있다.

이로인해 최근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분류체계에는 속하지 못한채 규제와 지원의 틀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간통신사업자들의 별정통신 사업 진출 역시 기술의 발전 추세를 감안하지 않은채 신고제도로 운용, 별정통신 시장 불공정경쟁 행위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지난 2000년 사업권을 허가한 2GHz 대역 IMT-2000사업 역시 정통부가 기술발전을 이해하지 못한 대표사례로 지적된다.

당시 정통부는 "2GHz대역의 IMT-2000 서비스가 기존 이동전화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진화된 서비스"라고 주장, PCS 사업 허가 당시의 5배 이상에 달하는 주파수 출연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IMT-2000사업권 허가 직후 기존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저마다 '기존 주파수 대역의 IMT-2000 서비스'를 출시했고 현재 국내 통신시장의 IMT-2000서비스는 2000년에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아닌 기존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다.

위성 DAB와 같은 기존 통신서비스와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가 연관되는 사업 분야는 더욱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위성 DAB 서비스에 대한 관할 정부부처를 정통부로 할 것이냐, 방송위원회로 할 것이냐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두 부처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성DAB사업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서비스 준비는 계속 지연돼 이미 일본 등 외국에 비해 2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통부는 최근에야 통신서비스 분류체계를 개선, 변화하는 통신시장 환경을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정통부가 제시한 서비스 분류체계 개선방향은 기간통신과 부가통신으로 구분돼 있는 현행 분류체계를 '전송서비스'와 '정보서비스'로 변경하고 기간통신사업자를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설치하고 전송서비스 또는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또 신규서비스들의 경우 VoIP, 무선랜, 케이블TV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위성DAB 등을 기간통신사업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이같은 정통부의 서비스 분류체계 개선 정책에 대해 통신분야 한 전문가는 "현재 신규사업이라고 불리고 있는 위성DAB, DMC등을 끼워 넣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후 개발될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통신서비스 산업의 발전 추세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서비스 외에 틈새를 찾아내 새로운 기술을 접목, 새로운 사업영역을 만들어내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통부의 새로운 분류체계는 이후 통신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어떤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될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없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규서비스들을 법률의 테두리에 끼워넣는 것에만 중심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의 분류체계는 사업자 구분과 맞물려 통신사업자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어 사업자의 경쟁력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KT의 경우 시내/시외/국제등 유선전화 사업자로 구분돼 있어 유·무선 통합 추세를 반영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없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 SK텔레콤 역시 금융과 통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수용할 수 없도록 사업범위가 지정돼 있어 신규사업을 개발할 때마다 정통부등 관계 부처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정통부가 제도적으로 분류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덕분에 국내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분류체계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면 KT 등 대형 통신사업자가 지금처럼 강력한 마케팅과 투자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정통부는 단편적인 서비스 분류체계 개선작업 등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통신서비스 산업의 로드맵을 설정하고 향후 3~5년 이후의 기술발전까지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시장의 룰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시장에 자랑할 대표기업을 키워라

세계 각국은 자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업들을 내세워 국가 이익 확대는 물론, 국가의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노키아가 없었다면 핀란드는 세계 IT산업에서 그다지 주목받는 국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적인 IT기업 노키아가 있기에 IT산업을 연구하는 학자나 업계 관계자들은 판란드의 산업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기업은 누구인가? 휴대폰 '애니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정도가 있다.

그러나 세계 통신서비스 시장에서는 KT, SK텔레콤, KTF 정도라면 세계적인 기업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으면서 왜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공인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 통신서비스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신규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얘기하면서 "물론 한국에서는 벌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KT, SK텔레콤, KTF가 세계적인 통신서비스 사업자로 공인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이들의 기업가치가 기술력이나 서비스를 뒷받침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활발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더 이상 좁은 국내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요금을 받거나 국내 은행들의 차입금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에 대해 해외투자가들이 안심하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FCC의 로버트 M. 페퍼 국장은 "정부는 투자가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경영자의 합법성 여부를 감시하는 것, 경쟁이 제한되지 않도록 플레이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라운드를 열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직접적인 투자 종용과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위한 선발사업자에 대한 직접 규제 등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운용이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 통신업체의 한 해외지사에서는 국내로 긴급 속보를 전해 왔다.

해외 한 투자업체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산업 발전이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이냐?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에 의해 발전시킨 것이 아니었느냐"며 정부 주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가들이 정부정책의 시장 영향력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 역시 국내 정책이 직접적으로 시장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사업자의 정책건의 의존형 전략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례를 직접 보여주고 통신 사업자 모두가 시장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정부는 룰을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산업에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모든 사업자들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사업자들의 경쟁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이 시장을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한 해외 투자가들은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및 성장 가능성에는 무관하게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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