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사례로 본 M&A진단- 중] 적대적 M&A 결코 쉽지않다


 

M&A 중에 가장 흥미 진진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적대적 M&A다. 적대적 M&A는 곧바로 한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 그러다 보니 치밀한 사전 전략과 신속한 행동, 자금력이 잘 조화돼야 가능한 일이다.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입장에선 성공한 뒤의 '달콤한 열매'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적대적 M&A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도하다가는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 위험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사례 1] 적대적 M&A에 발목잡힌 두 기업

장외 제조업체이던 A기업은 한 브로커로부터 코스닥 등록 B기업의 주식인수 제의를 받았다.

장내로 진입해 자금 조달을 원했던 A기업은 브로커로부터 B기업 주식을 인수했다. 이 브로커는 주식과 함께 경영권을 함께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B기업은 브로커가 장내에서 모은 주식과 B기업의 2대 주주 주식을 인수해 단숨에 최대주주가 됐다.

문제는 브로커가 경영권을 넘겨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최대주주 지분이 낮은 B기업은 한 순간에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지만 이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CEO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기존 대주주들의 지원도 없이 직원들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 나섰고 A기업의 전략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경영권 확보후 증자를 하고 A사의 기존 자금을 활용하려던 계획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오히려 A기업에게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A사는 B사 인수를 위해 명동시장의 사채 자금을 빌려 쓴 상황이었다.

매입한 B사의 주식이 사채업자들의 손에 담보 형식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가마저 하락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사채업자에 맡긴 B사 주식의 담보가치가 하락해 주식이 장내에서 매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시에서는 일부 사채 업자들이 B사의 주식을 일부러 받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계속된 M&A 시도속에 횡령, 부당한 이사회 개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고 양사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결국 맞고소 전까지 펼쳐지던 A기업의 적대적 M&A는 시도는 B기업 사장 구속과 A기업의 부도로 막을 내리게 됐다. 두 기업 모두 엄청난 타격만 입은채 상황이 종료되고 만 것이다.

A기업은 지나치게 성급하게 적대적 M&A에 나서게 된 것이 실패 요인이다. 적대적 M&A는 목표 대상 기업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거나 일부 경영진의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확한 사전 전략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권을 빼앗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그에 따른 손실이 너무 크다.

국내 기업중 적대적 M&A 시도에 성공한 예는 세중나모, 솔본 정도 뿐이다. 이들 역시도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던 내부 직원과 임원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기업은 브로커의 말만 믿고 섣불리 기업 인수에 달려든 결과 오히려 M&A를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맞았다. 브로커는 브로커일 뿐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꼭 상대측 회사와의 명확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물론 이러한 합의들은 감독기관 등 공식적 수면위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선의의 M&A로 시작한 것이 적대적인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사례 2] 선의로 시작했다 적대적 다툼으로 번진 경우

휴대전화 부품 업체인 D기업은 한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이 투자자는 국내 굴지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본 것으로 유명한 인물.

몇 년이 지나서도 D기업이 코스닥에 진입하지 못하자 투자자는 자금 회수를 서둘렀다. 그가 D기업에 권한 방법은 이미 코스닥에 등록된 E기업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이었다.

E기업은 벌서 몇차례 이 투자자의 좋은 작업대상 역할을 했다. 작업은 투자자와 특별한 관계인 창투사 등이 진행해 줬다. 처음에는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아무런 사업 내용이 없던 E기업도 활기를 찾는 듯 했고 D사의 ㄱ사장도 등록 법인 사장이라는 지위를 즐겼다.

그러나 몇 달 뒤 D기업이 부도를 내며 본격적으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투자자측은 감자와 증자를 거쳐 E기업 최대주주가 됐고 자금력이 달렸던 E사장은 본인이 경영하던 D기업과 E기업을 모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이 와중에 그는 증자 과정에서 빌린 사채 상환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ㄱ사장은 회사의 어음을 마음대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막기위해 투자자는 이사들을 통해 ㄱ 사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결국 이 사건은 횡령등의 혐의로 ㄱ사장이 구속되고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얼마후 E기업도 결국 코스닥 시장서 퇴출됐다.

이 사례의 ㄱ사장은 특별한 목표 없이 M&A를 시도했다가 사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철저한 실패를 겪은 경우다.

그가 스스로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대상 업체를 물색하고 정확한 사후 운영 계획을 세웠더라면 일이 이 정도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과 다른 목적을 가진 외부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물론 투자자도 성급하게 우회상장을 추진하며 자본회수에만 집착하다 결론적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당시 이 투자자는 ㄱ사장이 노골적으로 반항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고 결국 ‘선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다.

그가 우회상장을 시킨 기업들이 적지 않았지만 ㄱ 사장과 같이 노골적으로 충돌할 경우는 없었다.

장외 기업 H사도 적대적 M&A에 나섰다 혼쭐이 나고 간신히 손을 턴 케이스.

[사례 3] 혼쭐 난뒤 손 턴 경우

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던 코스닥 등록 기업 H의 지분을 사들여 단번에 최대주주가 된 I기업은 극심한 저항에 부딪친다.

주주총회까지 거치면서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H사도 주식 인수를 위해 빌린 자금 상환 기일이 다가왔지만 경영권 장악은 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H사는 발을 뺄 준비를 시작했다. 새로운 원매자를 찾아 나선 것.

H사의 경영진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과거의 문제에 얽혀 있어 오랬동안 싸움을 할 수록 손해였다.

결국 H기업과 I기업 경영진은 보유한 주식을 제3의 인물에게 넘기며 네버엔딩스토리로 남을 뻔한 M&A 시도를 마감지었다.

등록 기업과 비상장 기업이 서로간의 교감을 갖고 M&A를 시도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장외 기업 피델릭스와 합병한 씨엔아이. 이 회사는 코스닥 활황때 확보한 수백억원의 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입했지만 사업적으로는 성과를 보지 못했고 침체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사업차 알게된 피델릭스와 업무를 진행하며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됐고 한집 살립을 차려야 겠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양사의 대표는 두 회사에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언 창투사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결국 얼마전 두 회사는 상당기간의 준비 끝에 한 회사로 거듭났다.

합병직전 매출합계 269억원(2003년)에서 합병 후 매출은 550억원(2004년)으로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머니 게임이 아닌 진정한 구조조정을 위한 M&A 덕에 씨엔아이는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괜찮은 장외기업과 쓸만한 쉘컴퍼니(코스닥에 등록된 합병 대상 회사)간의 결합이었기에 좋은 결과를 낳았다.

M&A시장에 나오는 매물 기업들은 대부분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싼 값에 인수를 하더라도 인수자에게 어떤 생각지 않은 부담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반면 아직 경영진의 비리나 과도한 부채를 지지 않은 몇몇 기업들은 쉘컴퍼니로 활용도가 높다. 최근에도 이러한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

보다 빠른 시간안에 원하는 시기에 M&A로 코스닥에 등록하고픈 경영자라면 무조건 싼 매물을 찾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값을 치르더라도 곧바로 활용 가능한 기업과 짝을 짓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사례로 본 M&A진단- 중] 적대적 M&A 결코 쉽지않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