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사례로 본 M&A 진단 - 상] 정보가 생명이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M&A 시장은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거나 아예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M&A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편이다. M&A라고 하면 적대적 M&A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자비한 기업 사냥을 연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M&A는 치열한 협상의 산물이다. 협상 조건과 방법에 따라 기업의 운명과 희비가 엇갈린다. 그런 만큼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어이없는 일이 적지 않다. 속고 속이는 폭탄 돌리기식의 행태도 자주 벌어진다.

M&A 사례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매도자, 매수자, 투자자가 알아야 할 M&A 체크 포인트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바뀐 시장

최근 M&A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파워의 이동'이다. 매도자, 즉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됐던 M&A 시장이 최근 들어 수요자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원하는 기업의 수가 급증하며 수요자들의 파워가 막강해졌다. M&A 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수요 공급자 간의 정보 불균형 현상이 바로 그것. 특히 매도자들이 매수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M&A 협상을 할 때 매도자는 매수자에게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매수자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정보 격차는 바로 이런 입장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고 매수자들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음출납, 이상 거래 징후 등 회사 상황뿐 아니라 매도자의 신원, 부채현황, 자금 출처, 인수 목적 등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외의 부채가 발생하는 등 향후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

[사례 1] '먹튀' 매수자에 당한 경우

코스닥 기업인 A사 창업자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히던 사람이다. 재벌기업에서 분사한 업체를 이끌고 코스닥 등록까지 성공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어느날 M&A 전문 인력에게 회사를 넘기고 떠났다. 지분 매각 후 그는 A기업과 동일 업종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A기업은 본연의 업무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했다. 그렇지만 경영 상황은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결국 주인이 바뀐지 1년여 만에 새주인도 또 다른 인수자 물색에 나섰다. 원매자는 쉽게 나타났다. 그는 자신을 국내 굴지의 창투사로부터 투자 받은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인수 자금은 충분하다는 말로 매도자를 현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도자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매수자의 부인이 외국계 은행 간부급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 '믿음'을 갖게 됐다. 매도자는 "이 정도면 큰 문제는 없겠다"고 확신한 것. 곧바로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매수자가 주식 인수 계약금을 치르고 난 뒤에 벌어졌다. 매수자는 대금 지불 후 회사 자금이 예치된 통장을 요구했다. 매수자의 이같은 요구에 매도자도 한동안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주식 매각 대금을 받은 만큼 그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날 저녁 매수자는 회사 직원들을 모아놓고 오랜만에 회식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 잘 해 보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다음날 이 매수자는 종적을 감췄다. 물론 회사의 공금 역시 함께 사라졌다. 사채업자들까지 회사에 나타나 매수자를 찾기 시작했다. 매수자가 지불한 주식 매입 대금은 바로 사채업자에게 빌린 것이었다.

확인 결과 매수자는 이미 회사 자금을 갖고 한국을 떠난 뒤였다. 외국계 금융기관에 다닌다는 부인 역시 또 다른 나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한 순간 매도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M&A 사기 행각에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고 매도자는 또 다른 매수자에게 적잖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헐값에 지분을 넘기며 회사에서 손을 뗐다.

최근 발생했던 위 사례는 M&A 때 흔히 발생하기 쉬운 유형 중 아니다. M&A 되는 회사에 어느 정도 자산이 남아있는 경우 매도자는 더욱 신중하게 매수자를 선택해야 한다. 장외기업의 M&A는 대부분 우회상장이 목적이지만, 간혹 회사 자산을 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은 매수자의 번듯한 겉포장에 어이없이 사기를 당한 케이스다. 매도자도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과 유명 인터넷 기업등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였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 뚜렷한 판단 원칙 없어 더욱 어려워

상대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M&A 거래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같은 원칙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상대방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례 2] 매도자의 감언이설에 속은 경우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퇴출된 B 기업은 매수자가 매도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선뜻 회사를 인수했다. 계약 후 회사에 들어와 보니 그 기업은 회계 장부가 엉망임은 물론 자산이 거의 없었다.

전 주인이 단물을 모두 빼먹고 기업을 되팔아버린 것. 그렇지만 매수자 역시 인수 회사에 적잖은 해사 행위를 일삼았고 결국 연이은 두 사람의 횡포로 이 회사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이 경우는 매수자가 매도자를 지나치게 신뢰한 점이 문제였다. 통상 매수자들이 그럴듯한 학벌과 뛰어난 언변으로 매도자들을 현혹 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경우는 반대였다.

매수자가 자신에게 회사를 팔았던 젊은이들에게 당한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깎듯한 매너와 언변으로 무장한 이들은 손쉽게 타인의 호감을 얻을 수 있었고 매수자도 큰 의심 없이 이들을 믿었다.

통상 M&A의 경우 인수하려는 측이 기업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실사를 하는 기업도 한 두 곳이 아니다. 통상 M&A딜이 이뤄지기 까지는 여러 기업들과의 협상과 실사가 이뤄지는 것이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들은 그동안의 비리나 현상황을 정확히 전달 하지 않는다.

[사례 3] 부당한 요구 때문에 거래가 무산된 경우

지난해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C사장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매수하려는 기업의 최대 주주가 실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덮어줄 것에 대한 내용을 문서화로 요구한 것. 그는 결국 이 거래를 포기하고 말았다. 도저히 그러한 사항들을 눈감아줄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자세한 기업내용과 인수자 정보를 알 수 없는 만큼 매매 결정을 내리는 판단 근거는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느냐 여부와 가격으로 압축된다. 주관적 요소의 영향이 많은 만큼 잠시만 방심하면 너무나도 어이없게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M&A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사례로 본 M&A 진단 - 상] 정보가 생명이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