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정부 시책 IC카드단말기 교체…주유소 불만폭주 "부르는 게 값"


단말기 교체비 대당 최대 2천500만원…업주들 "가격 적절성 조사 필요"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카드 단말기가 긁은 마그네틱 방식에서 꽂는 IC 방식으로 교체를 앞둔 가운데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의 무인 단말기 '키오스크(KIOSK)' 교체 비용이 지나치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가맹점이 10만원으로 IC단말기를 바꿀 수 있는 반면 셀프주유소는 선택권 없이 대당 최소 250만원에서 최대 2천500만원의 거금을 내야 해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1일 IC단말기 도입을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둔 결과 95% 이상의 가맹점이 단말기를 교체했다.

다만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는 교체 비용의 부담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IC단말기 도입을 2년간 유예하는 안이 지난 4월 확정됐다. 결제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간이등록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소매점 등 일반 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비용은 대당 10~20만원 남짓이다. 전체 카드 가맹점 수가 267만 곳에 이르는 등 수요가 많고 단순 결제 기능만 탑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2천900개(한국석유공사·한국주유소협회 추산) 셀프주유소가 감당해야 할 대당 교체비용은 최소 250만원에서 2천500만원에 달한다. 주유 등 추가 기능을 탑재했다 하더라도 여타 유통업이나 소매업종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 가격인 300~600만원보다도 훨씬 비싸다.

◆"금융 보안성 취지 공감…기계값 공정성 의문부호"

셀프주유소 업주들은 영업 편의와 별개로 카드 보안성 향상이 필요하다면 취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기계 교체 비용이 합당하게 책정됐는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동화프라임과 뉴론·우주, 유노비전, 조은정보, 미래전자, 장위데이타시스템 등이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의 단말기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7~8개 기업이 전국 2천900여개 주유소를 분담하다보니 업주 입장에서는 설치 가격이 비싸도 선택지가 따로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노원구에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셀프주유기는 일반 주유기에 비해서도 2~3배 비싼 값을 받는데, 단말기 업체는 IC단말기 교체로 또 한 번의 수혜를 본 셈"이라며 "부르는 게 값이라는 하소연이 업주들 사이에서 흘러 나오는 만큼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또 중랑구의 셀프주유소 업주는 "기계 회사가 가격을 너무 비싸게 부른다는 이야기도 많다"며 "주유협회나 정유사에서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게 협의 중이라는 말은 나오는데, 진전이 있는지를 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도 셀프주유소·LPG충전소의 부담감을 인식해 여유를 뒀지만 전환 비용 자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금융위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원칙적인 보안조치가 있는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저장하지 않는 방안까지도 인정한다는 부분"이라며 "그 이후의 조치는 2년 뒤에 다시 결정할 문제로 논의가 있을지 여부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단말기 간이등록은 현재진행 중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단말기 보안 소프트웨어로 관리 등록한 건은 18일 현재까지 58개로, 그에 딸린 가맹점은 이보다 많다"며 "21일 전까지는 간이등록 절차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천만원 냈는데 결제 느리고 카드 분실 늘었다" 불평

한편 결제진행 속도와 편의성에서 사용한 기계 값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바뀐 결제 방식이 주유소 영업 특성상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마그네틱카드와 IC카드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주유소가 많다. 여기에는 주유 적립카드가 생각지 못한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부분의 주유소 적립카드에 IC칩이 내장되지 않아 매장에서 마그네틱 단말기와 IC단말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성북구에서 직영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박 씨는 "주유 적립카드에 결제 정보가 남지는 않지만 일부 개인정보는 담겨 있다"며 "마그네틱 카드가 보안에 취약하다면 이런 개인정보도 유출될 수 있다는 소리인데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셀프주유소 이용객들이 IC카드를 꽂은 채 주유기를 사용한 뒤 카드를 분실하는 사례가 급등했다는 것도 공통된 불만이었다.

박 씨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천만원의 돈이 들어가면 정부가 말하는 정보 보안성뿐 아니라 편의성도 최소한 그 전의 방식과 같은 수준이 유지돼야 하는데 IC단말기는 결제가 느려 손님들이 꽂아놓고 까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솔직한 말로 첨단 기술로 인한 카드 부정결제보다 손님들이 잃어버린 카드로 일어날 재래식 사고가 더 걱정될 판"이라고 꼬집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부 시책 IC카드단말기 교체…주유소 불만폭주 "부르는 게 값"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