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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운 드리운 생보사 실적…'IFRS17' 늪에 빠졌다


자본 늘리고 늘렸지만…남은 수십조원 '부담'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의 순익이 또다시 급감했다.

1분기에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영향력은 건재했다. 상품 포트폴리오 변경과 자본확충 부담 속에서 실적 반등의 틈이 보이지 않았다.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도 발목을 잡았다. 남은 분기마저 IFRS17 그늘이 예고돼 보험업계의 '반전패'는 요원한 상황이다.

◆생보사들 1분기 순익 22% 뚝…IFRS17·숨은보험금 영향

금융감독원은 국내 생명보험사 24곳의 올해 1분기 잠정 순이익이 1조2천324억원이라고 23일 밝혔다. 전년보다 21.7%(3천416억원) 감소한 수치다.

보험영업에서 5조6천733억원의 손실이 났고 투자영업 이익 5조9천722억원이 이를 보전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보험영업손실은 5천664억원 늘었고 투자영업 이익은 623억원 축소됐다.

'빅3'도 순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의 1분기 순익은 2천66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9% 줄었다.

6개 중소형사(1천452억원)와 7개 은행계 생보사(788억원)의 순이익은 각각 283억원(24.3%)과 49억원(6.6%)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8.7% 떨어졌다. 1분기 수입보험료는 26조1천1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4천860억원(8.7%) 감소했다. 보장성이 39.4%, 저축성이 33.0%, 변액이 19.3%, 퇴직연금·보험이 8.3%다. 2011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를 앞질렀다.

금감원은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가 2조7천억원 줄었고,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 등으로 지급보험금이 1조9천억원 늘어난 게 보험영업 손실의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시행되는 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를 원가에서 시가로 바꾼다. 이 기준에서는 미래 환급금이 많은 저축성보험의 매출이 부채로 잡힌다. 때문에 보험업계는 채무 부담이 많은 저축성보험보다 보험료가 적은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초회 보험료가 당기 실적의 핵심이었던 만큼 보험사들의 실적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은 개시 6주 만에 누적 미지급 보험금 중 8천310억원을 털어내는 등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1분기를 기준으로 ‘내 보험 찾아줌’에 생보사가 지출한 금액은 1조9천억원이다. 초반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는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실적 추락' 2년간 허리띠 졸라맸지만…갈 길이 먼 자본확충

IFRS17은 2016년 11월 명칭과 도입시기(2021년)가 확정되며 매 분기 실적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생보업계의 초회 보험료는 최근 7년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IFRS17이 부채 평가를 시가로 바꾸며 저축성보험 영업이 쪼그라든 탓이다. 실적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2017년 보험업계 순익은 성장세였지만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호조와 금리상승 덕이었다.

실적 직격탄을 감내한 채 자본금을 끌어올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예금보험공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의 영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를 바탕으로 산출한 책임준비금 잔여액은 약 41조3천억원이다.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에 비해 IFRS17 영향력이 큰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대 업계 중 한 업계가 추가로 쌓아야 할 돈만 40조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향후 할인율 변화에 따라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노석균 예보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보험사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개별 보험사 재무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실정리제도를 정비해 보험계약자 보호와 사회적 비용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준비과정만 만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산 넘어 산인 셈이다. 보험업계가 지난해 각 회사별로 수천억원대의 자본확충을 치르며 자본확충 여력이 이미 소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IFRS17에 맞춘 신RBC(킥스·K-ICS) 탓에 지급여력(RBC)비율 압박에 시달린 중소사들이 발등의 불부터 끄다 보니 향후 건전성 후폭풍도 우려된다.

한편 IFRS17이 2011년 도입된 IFRS4의 후발 격으로 'IFRS4 2단계'라 불릴 때에도 '시가 평가'라는 큰 틀이 예고되면서 보험업계의 자본확충을 부추김과 동시에 실적을 끌어내렸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2016년 보험업계 CEO들을 만나 IFRS4 2단계(IFRS17)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당해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이 서서히 자리를 바꾸는 등 외부 변화로 생보사의 당기순익은 25%(8천965억원) 감소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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