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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례]반올림, 삼성 백혈병 해결 의지 있나


삼성의 백혈병 보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를 반대하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반대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노숙투쟁에 들어간 반올림은 급기야 9일 30개 교수 연구자 전문가 단체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삼성의 보상 중단과 이를 맡고 있는 보상위원회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 백혈병 보상을 요구했던 주체 중 하나가 반올림이고, 이미 보상을 받은 피해자가 50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반발은 언뜻 이해가 안되는 행보다.

실제로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의 보상과 재발방지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단체다. 삼성 백혈병 문제가 보상까지 무려 8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볼때 과정이야 지난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올림이 일정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유사 사업장에서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반도체 기업에서 보상을 이끌어 냈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작 보상 등 해결 국면에 접어든 현재 상황에서 반올림 측이 삼성과 피해자 가족(가족대책위원회)을 상대로 보상 중단 등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올림의 주장은 이렇다. 이번 협상을 위해 꾸려진 조정위원회가 삼성측에 1천억원을 출연,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보상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 권고했으니 삼성이 이에 맞춰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가족위와 직접협상을 통해 별도로 보상위를 구성하고, 보상에 나선 것은 조정위 권고안과 다르니 당장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정위 권고안에 대해서는 이미 협상 주체마다 수정안을 내놨고, 반올림은 1천억원 출연에 더해 삼성에게 매년 순익의 일부를 내놔야 한다는 수정안까지 제시했다. 협상 주체가 각자 안을 고집하면서 사실 권고안 그대로 이행되기도, 추가 조정 자체도 어려워졌다.

협상이 재차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한 삼성과 가족위가 빠른 보상에 합의, 보상위를 꾸려 신속한 보상에 나섰지만 반올림은 권고안과 다르다며 이를 문제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조정위의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일 뿐 그대로 따라야 하는 구속력은 없다. 더욱이 이미 보상이 시작되면서 조정위 역할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다만 현재 추가 조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재발 방지책 논의가 이뤄지면 조정위 역할도, 반올림의 역할도 끝나는 셈이다.

전후가 어찌됐던 백혈병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는 총론에는 협상 주체 모두 이견이 없고 성과도 있다. 또 방법 등 각론에는 협상 주체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반올림측이 다른 협상주체의 결정을 무슨 야합이나 된 듯 폄하하고, 자신들의 방식만을 주장하는 것은 협상의 원칙도 아니고, 문제 해결의 의지마저 의심되는 대목이다.

반올림은 삼성측 보상 등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지만, 오히려 반올림이 이번 협상을 끝내기 보다 이를 장기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반올림 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피해자 가족이 신속한 보상을 원한다는 점이다. 또 어찌보면 재발 방지는 피해 보상의 주체로 그동안 여러 비난을 샀던 삼성 측이 당사자로서 가장 원하는 일이다. 피해자 가족 구제를 위해 시작된 반올림은 오히려 이제 제3자다.

피해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 이번 백혈병 협상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반올림 활동의 시작도 끝도 이 원칙 안에서 그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삼성 백혈병 보상의 물꼬는 텄다.반올림이 그 걸림돌 역할을 해서야 되겠는가.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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