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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적합업종 이견…'소상공인 보호' vs '통상 마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여야 간 세부 방안도 온도차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소상공인들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는 가운데, 여야가 이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향후 법제화 방향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 및 생계형 적합업종 대상 업종 지정 등 세부 방안, 통상 마찰·소비자 권익 침해 등 적합업종 법제화가 미칠 영향 등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나타났다.

20일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의도 국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법률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자유한국당 추천),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바른미래당 추천),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민주평화당 추천) 등이 전문가로 참석했다.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지난 2011년부터 발효됐다. 당시 73개 품목을 지정해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 사항으로 운영해 왔다. 강제성은 없었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적합업종 해제 품목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제조업 49개 품목의 권고 기간이 만료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품목들은 한시적으로 만료 기간이 1년 유예됐지만, 이조차도 오는 6월 30일이면 끝난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 등 업계에서는 국회에 생계형 적합업종의 조속한 법제화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음식료·제과·제조업 등 생계형 사업 분야에 대기업의 진출을 법적으로 방지하는 제도로,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비해 강제성이 명확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4일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19일에는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국회에는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훈 의원과 정유섭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이 논의됐다. 두 법안 모두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대기업 등의 사업 인수·개시·확장을 금지했으며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도록 했다.

다만 차이도 크다. 이훈 의원의 안은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대상의 제한을 두지 않는 반면 정유섭 의원의 안은 기존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업종 중 현재 해제된 업종만을 대상으로 한다.

제재 정도에서도 이훈 의원의 안은 위반 시 관련 매출의 3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징수하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고시 이전에 해당 업종의 사업을 하고 있던 대기업 등에 대해 소상공인 육성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한 반면, 정유섭 의원의 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지는 등 차이가 있다. 대신 정 의원은 위반 대기업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제재가 보다 강력한 이훈 의원의 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동주 수석연구위원은 "생계형 적합업종 문제는 왜곡된 시장 구조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보장하고,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져야 하는 조치"라며 "대기업의 시장 철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영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적합업종 제도로 지정된 품목들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이러한 시장에 진출한 사례도 없고, 앞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낮으며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도 관심도가 낮은 시장"이라며며 "그렇기 때문에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이 선정된다고 해서 산업 경쟁력 저해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준모 교수는 "법 제정 시 소비자 권익은 물론 재산권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산업경쟁력 확보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통상마찰 유발도 우려된다"며 "애초에 생계형 적합업종의 정의도 매우 모호하며,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부작용의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그나마 제재 강도가 약한 편인 정유섭 의원의 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그나마 생계형 적합업종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됐고 합리적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으나 여전히 고소 남발이 우려되며, 통상 마찰의 문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권순종 이사와 양창영 변호사는 모두 생계형 적합업종의 조속한 법제화를 주장했다. 권순종 이사는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대기업·준대기업의 소상공인 생계형 영역사업 진출이 81.6%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제화가 되지 않는다면 비율이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이사는 이행강제금이 법의 실효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창영 변호사는 "소상공인 지원·육성법이 많은데도 왜 여전히 소상공인들이 어려운가 하는 고려가 있었기에 이 같은 법이 발휘됐다고 본다"며 "통상마찰 문제는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것이고, 생계형 적합업종의 정의 역시 그간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이미 생계형 용어를 기준으로 경제지표·성과지표를 연구하고 수십 년 동안 발표해 왔다"고 짚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국내의 불균형적인 경제 구조를 지적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법제화로 인한 시장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다소간의 온도차를 보였다.

법안 대표발의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장애인고용의무제도를 지키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편을 택한다"며 "부담금 수준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니 한시적으로나마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영권을 침해할 만큼 제재를 세게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싶어서 제재를 다소 약하게 해서 발의했다"며 "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일단 신청 품목을 최소화하는 요건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중견기업·대기업 간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산자중기위는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취합했다. 이날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추후 이훈·정유섭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병합하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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