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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계인 앞에 선 개성공단…"재가동되면 평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찾아…부스에 응원메시지 빼곡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부스 사방의 벽이 온통 응원메시지가 적힌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었다. 22일 찾은 평창 올림픽 페스티벌 파크 내 개성공단 홍보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스를 찾은 전세계 관람객들이 남긴 다양한 메시지였다. 응원 메시지를 붙이는 게시판은 물론 현황판이 붙은 부스 벽 여기저기에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었다.

역시나 한국어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지만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머무르는 동안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부스를 둘러보며 개성공단기업 관계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김민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대외협력팀장은 "응원 메시지를 적으면 개성공단 기업에서 만든 양말과 에코백을 나눠주는데 저희가 추산해 보니 현재까지 8천~9천개가 나갔다"며 "응원 메시지를 적지 않고 가시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1만명이 넘는 분들이 부스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연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부스를 찾지만 러시아, 미국, 유럽 관람객들도 상당수 부스에 왔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평화'라는 메시지 강조…개성공단 잘 모르던 외국인들도 큰 관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5일부터 평창 횡계리에 있는 올림픽 페스티벌 파크에 홍보관을 차렸다. 총 4mx7m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개성공단에 대한 각종 정보들을 알기 쉽게 압축적으로 담았다. 개성공단의 발자취와 가치는 물론 개성공단 내 기업들의 운영사례, 생산제품, 북한 근로자들의 생활상 등이 소개돼 있다. 모든 현황판에는 외국인들을 고려해 한국어와 영어를 병기했다.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5분간의 개성공단 소개 영상도 영문 자막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영상에는 개성공단 폐쇄 통보를 받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심정, 개성공단이 재가동돼야만 하는 이유, 개성공단이 '평화'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이유 등이 담겼다. 이 밖에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인스타그램 스티로폼 판넬 등이 마련됐다.

홍보관의 명칭은 '피스 평창! 피스 개성!(Peace PyeongChang! Peace Gaeseong!)'이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개성공단 재가동 역시 남북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세계인들이 평창을 찾는 만큼 '평화'라는 가치를 특히 강조했다.

김민호 팀장은 "외국인들의 경우 특별히 개성공단을 알고 찾는다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관심을 가지고 부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이 어떤 홍보관인지, 저 많은 포스트잇들이 누구한테 가는 메시지인지, 개성공단에서는 주로 어떤 제품들을 만드는지 많이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온 신디씨도 이 같은 경우였다. 이날 홍보관을 찾은 그는 "포스트잇이 빽빽히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무엇 때문에 붙었는지 궁금해서 이곳을 찾았고, 개성공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남북이 재결합될 수 있고, 기업인들이 수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교사인 신디씨는 귀국 후 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날 홍보관에서 상영되던 영상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관광객들도 홍보관을 많이 찾았다. 강원도 동해에서 온 오민필씨는 "개성공단 근로자 분들 화이팅이라고 메시지를 적었다"며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업주들과 근로자들이 모두 울상이고, 그만큼 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처한 만큼 재가동이 조속히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 고색중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왔다는 6명의 여중생들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김민호 팀장이 여중생들에게 개성공단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기도 했다.

간혹 태극기를 꽂은 채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싫은 소리를 하는 관람객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김 팀장은 언급했다. 다만 빼곡한 응원메시지에서 보듯, 대다수 관람객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고대…요즘은 어느 정도 희망 보여"

이날 홍보관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홍익'의 이충균 상무도 방문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매일 한 곳씩 돌아가면서 홍보부스에 머무르고 있는데, 때문에 이날 그는 집이 있는 파주에서 이른 아침부터 평창으로 출근했다.

홍익은 미역, 다시마 등 수산물을 임·가공해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돌파구를 찾고자 중국 다롄으로 거점을 옮겨 사업을 이어갔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6개월 만에 이를 중단했다. 이 상무는 "아무래도 개성공단에 비해 인건비라든지 물류비 부담이 커서 계속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는 어려웠다"며 "당시에는 일본 거래업체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사업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현재도 일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어 기업이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원래 하던 수출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때문에 홍익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상무는 "그래도 요즘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희망이 어느 정도 보이고 있다"며 "물론 북한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재가동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앞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오는 25일 이후 통일부에 재차 방북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방북신청이다. 기본적으로 방치돼 있는 설비 점검이 목적이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내심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 비대위는 방북신청 일정과 관련한 정례회의를 했다. 그 결과 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되는 내주 중 방북신청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개성공단 비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확한 시점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주 중으로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평창=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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