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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中 반도체굴기 대응에 정부 지원 필요"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백운규 "지원 아끼지 않겠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반도체 업계·학계가 한목소리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한 위기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재로 열린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서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최대 소비국으로 원유보다 반도체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쓴다"며 "그런 중국이 1조위안(170조원)을 투자해 현재 15%인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소재 부품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비중은 작았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급성장했고 결국 2017년 면적 기준 점유율에서 한국을 앞섰다"며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말 중국 업체들이 D램과 낸드플래시 양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에는 현재보다 생산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공급과잉으로 가격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과 달리 한국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히 이 틈을 타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산업자원통상부 소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비용이 줄어드는 등 정부 지원이 아쉽다는 점이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산업부가 편성한 반도체 R&D 사업비는 2010년 1천111억원, 2015년 750억원에서 지난해 314억원까지 삭감됐다. 더욱이 신규사업 예산확보에 쓰이는 비용은 지난 2016년 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신규 R&D 비용도 0원이 된다.

R&D 예산이 축소되다 보니 고급 반도체 R&D 인력도 줄고 있다. 서울대학교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2006년 97명에서 2016년 23명으로 10년간 77% 감소했다. 이는 산업부의 국가 반도체 R&D 예산 감소폭과 같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R&D 예산이 줄어드니 대학교의 연구도 더디고, 인력 배출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 특히 반도체 소재·장비업체들은 어렵게 고급 인력을 채용해도 해외 업체나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큰 고민이다.

박 회장은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국가 R&D 사업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정부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며 "자칫 4차 산업혁명의 성장 동력이 소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를 호소한 것이다.

이날 참석한 반도체 업계·학계 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업체 육성을 위해 성능 평가가 가능한 '테스트베드' 형태의 팹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산업부는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율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업체 육성을 위한 1차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중국이 하지 못하는 기술을 시작해야 하고, 중국이 갖지 못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며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원경 라온테크 대표는 "새로운 부품을 가져와도 현장에서는 양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라며 "테스트베드에서 신뢰성 높은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면 현장 엔지니어들도 믿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반도체 업계의 하소연에 정부와 정치권도 빠른 대응과 인식 변화를 약속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축사에서 "중국이 범정부적으로 '반도체 굴기'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소홀한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며 "향후 10, 20년을 반도체가 석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간담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인 양항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삼성이 메모리반도체에서 25년째 세계 1등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다"며 "어차피 우리가 세계 1등이니까 굳이 더 지원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 최고위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 것은 R&D와 인력의 공이 크다"고 덧붙였다. 권칠승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책에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반도체 업계·학계의 주장에 대해 박영삼 산업부 전자부품과장은 "산업부와 과기부가 대규모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기획재정부에 신청하는 과정에 있다"며 "정부에서 R&D 예산을 증액하는 문제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베드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장비업체, 소자업체, 부품업체들이 모두 연관된 문제라 세부 시행 계획은 하반기 중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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