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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서]디카, 스마트폰에 이길 생각 말아야…


[박웅서기자] "카톡으로 보내게 카메라로 찍지 말고 스마트폰으로 찍어."

최근 모 여행지에서 들은 말이다. 커플인 듯한 남녀가 멋드러진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이었다. 어깨에 큼직한 DSLR 카메라를 걸쳐메고 있었지만 정작 기념사진 촬영은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것 같았다.

카메라가 있어도 안 쓴다는 것. 이게 요즘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는 특히 콤팩트 카메라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40% 이상 급감했다고 한다.

물론 스마트폰 카메라의 침투는 아직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프로 전문가 및 준아마추어들이 선호하는 DSLR 카메라나 디카계 신흥강자로 떠오른 미러리스 카메라는 전반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1일 뉴욕타임스(NYT)가 게재한 사진 하나가 외신에서 화제가 됐다. NYT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1면 톱에 배치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욕양키스의 내야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찍은 이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뒤 사진 앱 인스타그램으로 편집을 거쳐 지면에 올라갔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의 잠식 속도가 자못 빠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사진 트렌드는 '공유'가 됐다. 요즘 우리는 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트위터나 카카오스토리도 마찬가지, 또 자주 가는 웹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공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이 잘 나오는 것보다는 사진을 잘 보내는 게 더 중요해진 시대다.

공유는 어느덧 디지털 카메라에도 필수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의 침공에 저항하려는 카메라 제조사들은 각자 최신 카메라에 와이파이 기능을 채워넣었다. 처음에는 콤팩트 카메라에 시범 삼아 적용해보더니 갈수록 고사양의 미러리스 카메라, DSLR 카메라에도 와이파이를 탑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정말 이것이 정답일까? 디지털 카메라가 스마트폰처럼 공유 기능을 갖추면 소비자들이 다시 카메라에 눈을 돌릴까? 아무리 노력해도 디지털 카메라는 스마트폰과 동등한 수준의 공유 편의성을 갖추기 어렵다. 첫째로 접근성, 둘째로는 휴대성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이른바 '스마트 카메라' 가운데 스마트폰과 필적하는 공유성을 갖춘 제품은 삼성 갤럭시 카메라밖에 없다. 나머지 다른 제품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불편한 접속 및 연결 과정을 거쳐야한다. 사용 범위 또한 스마트폰에 비해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갤럭시 카메라의 인기가 폭발적인 것도 아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처럼 LTE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열광하지 않았다. SKT와 KT의 데이터 공유 요금제가 무료로 풀린 것이 최근 일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또 하나, 휴대성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결국 제2의 전자기기다. 주머니에 항상 들어있는 스마트폰 외에 별도로 일부러, 또 수고로이 챙겨야 하는 제품인 것이다. 최신 카메라의 크기가 아무리 작아지고 무게가 가벼워져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마트폰 말고 다른 전자기기를 따로 들고다니는 것을 점점 귀찮아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스마트폰을 이길 생각을 말아야 한다. 트렌드는 이미 변했고 소비자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생활에 너무도 익숙해졌다. 디지털 카메라가 IT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스마트폰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대형 센서를 내장한 콤팩트 카메라나 초소형 DSLR 등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생존하기 위해선 스마트폰과 별도의 시장을 구축해야만 한다. 뒤를 쫓으면 결국 2등밖에 할 수 없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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