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공짜폰처럼 공짜 태블릿 시대 올까?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최근 북미지역에서 발 빠른 사람들은 큰 횡재를 했다. HP의 태블릿 PC를 단돈 99 달러에 산 것이다. 이 정도면 샀다기보다 거저주웠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의 원래 가격은 499 달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99 달러라는 가격은 부품 및 조립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이 제품의 제조비용은 306 달러다. 결과적으로 HP로서는 대당 207 달러의 손해를 보고 울며 겨자 먹기로 판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2년 내에 다수의 태블릿 PC를 99 달러나 그 이하의 가격에 심지어 공짜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다. 휴대폰처럼 이동전화 서비스나 콘텐츠 서비스에 가입하는 조건이 따른다.

◆태블릿도 보조금 모델 출현 기대

최근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미국의 유명한 IT 칼럼리스트인 마이크 엘간(Mike Elgan)이다. 컴퓨터월드에 기고한 칼럼에서다. 엘간은 향후 태블릿 PC의 유통 구조가 PC와 달리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블릿은 주로 영화, TV 드라마, e북, 잡지, 앱 등을 소비하는 무선기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용자는 태블릿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소비한다. 또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콘텐츠 사업자나 무선 통신을 운용하는 서비스 사업자는 자사 서비스의 가입자 확대를 위해 태블릿에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서비스 사업자가 단말기에서는 손해를 보고 콘텐츠에서 남기는 셈이다.

아직 이런 사업 모델이 일반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이지만 태블릿 가격은 분명 하향 추세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한 뒤 태블릿 PC 가격은 가장 낮은 사양의 제품이 499 달러로 정해진 듯했다.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하거나 오히려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모토로라와 삼성전자 등의 초기 태블릿 제품은 아이패드보다 사양을 높였고 그런 이유로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애플 아이패드 독주 속 가격 인하 압박

그러나 올해 애플이 아이패드2의 가격을 기존 아이패드와 같게 내놓음으로써 경쟁업체들의 가격 정책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이면 아이패드를 구매하면서 아이패드의 판매대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시장경쟁에서 의미 있는 판매대수를 발표할 수 있는 경쟁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그야말로 아이패드 독주다.

올 2분기 태블릿 출하대수는 1천360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에 비해 88.9%, 2010년 2분기에 비해서는 무려 303%가 늘어난 것이다. 업체별로는 단연 애플의 독주가 돋보였다. 930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체 시장의 68.3%에 해당하는 것이다. 1분기 65.7%보다도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같은 기간 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은 4.9%를 점유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1분기 34%에서 2분기에는 26.8%로 상당 폭 줄었다.

IDC는 3분기에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이 23%까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계 PC 시장에서 1위인 HP가 첫 태블릿 PC ‘터치패드’를 출시한 지 불과 한 달이 조금 더 지나 이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같은 가격으로는 아이패드와 시장에서 견줄 수 없고 가격을 내리자니 손해만 볼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애플과 아이패드에 대한 HP의 ‘항복 선언’ 세계 IT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 했다.

◆HP의 ‘항복 선언’은 가격인하 압박의 절정

최근에는 일본의 샤프도 태블릿PC 갈라파고스를 출시한지 1년도 채 안 돼 3개 모델 가운데 2개 모델 판매를 중단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샤프의 갈라파고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전자책용 태블릿PC다. 샤프는 구체적으로 갈라파고스의 매출이 얼마나 부진했는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5.5인치와 10.8인치 모델의 주문을 10월부터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프측은 다만 갈라파고스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며 갈라파고스 7인치 모델의 일본 판매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이 만든 '블랙베리 플레이북'도 대폭적인 할인에 들어간 분위기다. 최근 캐나다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로저스가 내부 직원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애초 499.99 달러(메모리 16GB 기준)인 블랙베리 플레이북을 50% 할인해 249 달러에 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짐 발실리 RIM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 블랙베리 플레이북 판매 촉진을 위해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할인 정책이 일반 대중에게도 확대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중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 다수 선보여

아예 가격을 낮춰 나온 제품들도 많다. 중국의 PC 업체 레노버는 '아이디어패드 A1'이라는 8GB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 가격을 199 달러로 책정했다. 이 제품은 앞뒤로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보다 사양이 높은 16GB 버전은 249 달러로 책정됐다.

인도에서는 99 달러 제품도 발표됐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라크쉬미 억세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라는 회사는 지난 8월 7인치부터 10인치까지 4종의 태블릿 제품을 내놓았다. 이중 7인치 제품인 ‘매그넘 페퍼’의 기본 가격이 99 달러다.

물론 사양은 하이엔드 제품에 비해 밀린다.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2.2(프로요)를 운영체제로 하고 800MHz 프로세서, 258MB 램 등의 사양을 갖고 있다. 메모리는 4GB를 내장하고 있으며 마이크로SD를 통해 16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7인치 해상도는 800*480이다. 또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하고 앞면에 한 개의 카메라를 달고 있다.

이처럼 태블릿 가격이 하향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업체는 아마존이다. 최근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오는 11월 쯤 7인치 태블릿 PC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제품이 잘 팔리면 내년 1분기에 10인치 제품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 콘텐츠 기반 중저가 태블릿 선봉장 될 듯

게다가 아마존은 인터넷 사이트를 태블릿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태블릿을 매개로 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아마존의 태블릿 가격은 250 달러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e북 판매 사업을 위해 e리더 가격 파괴를 주도해왔다.

따라서 e북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상품 쪽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는 아마존이 파격적으로 태블릿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크다. 아마존 태블릿 구매자가 아마존에서 다른 상품들을 구매하면 태블릿 가격을 많이 받을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로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들에게는 ‘킨들’이 공짜로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런 일은 태블릿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엘간은 내다본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업체나 미디어 업체들 그리고 이동전화 사업자들도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맞춰 태블릿 제조업체들도 보조금이 실릴 경우 거의 공짜에 맞출 수 있도록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체들도 아이패드와의 경쟁을 위해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 및 콘텐츠 업체와 콘텐츠(또는 서비스)와 단말의 번들 상품 구성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가능성이 높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공짜폰처럼 공짜 태블릿 시대 올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