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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IT의 '머리' 아시아는 그 '손발'?


애플-구글-MS 패권 다툼에 아시아 업계 요동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구글이 13조5천억 원에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함으로써 애플, 구글, MS 등 미국 업체들이 세계 IT 시장에서 '머리' 역할을 맡고 아시아 업체들은 그 '손발'이 되는 구조가 또렷해지고 있다.

최근 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머리 역할을 맡고 있는 애플, 구글, MS는 PC가 호령하던 때의 기존 IT 시장 강자였던 IBM, HP, 인텔 등과 달리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갖는 회사들이다. 이들은 운영체제(OS)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파워로 아시아의 하드웨어 업체들을 손과 발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해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한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iOS)와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인 앱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 생태계에 필요한 소도구인 단말기들은 모두 아시아에서 생산하다. 부품을 만드는 곳도 아시아 업체이고 제품을 조립하는 곳도 아시아 업체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애플이 모두 기획 감독했기 때문에 나누는 몫에는 큰 차이가 난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애플이 560 달러에 판매하는 아이폰4을 뜯어본 결과 이 제품에 들어간 수십 종의 부품 가격은 178 달러에 불과했다. 또 아이폰을 조립하는 팍스콘이 가져가는 비용은 14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애플이 아이폰4 한 대를 팔아 남기는 수익은 368 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이 기획한 아이폰4 한 대를 만드는데 수십개 업체가 협력하지만 애플이 매출의 거의 3분의 2을 갖고 수십개 협력 업체가 이를 나눠 갖는 셈이다.

이처럼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다지를 캐내자 삼성전자, LG전자, HTC, 소니에릭슨, ZTE, 화웨이 등 아시아의 전통적인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머리'로 빌리면서 구글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OS) 외에 애플 앱스토어의 대항마인 안드로이드 마켓도 제공한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구글과 아시아 휴대폰 업체들의 제휴는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43%까지 치솟았다. 2007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iOS가 18%인 점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 성공은 놀랄만한 일이다. 구글과 아시아의 제휴가 마침내 애플을 압도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구글이 딴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거금 13조5천억원을 들여 미국의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이다. 구글이 휴대폰 제조회사를 인수한 만큼 기존 휴대폰 협력업체와의 관계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구글이 모토로라와 기존 협력 업체를 동등하게 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삼성전자 등 협력업체들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애플과 MS의 특허 공세를 봉쇄하기 위한 훌륭한 선택이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들의 협력 관계가 예전처럼 견고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특허 공세로부터 안드로이드 진영을 보호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구글의 해명이 진실일 수도 있고, 또 일각의 예측처럼 구글이 모토로라의 특허만 남기고 생산 조직을 협력업체 가운데 한 곳에 되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구글의 협력업체들로서는 대안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죽을 써왔던 MS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주목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글 협력업체들은 구글이 모토로라에 특혜를 줄 것에 대비해 MS와의 제휴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머리 격인 3개 업체가 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손발 격인 아시아 업체들이 격랑에 휩쓸리는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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