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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무풍에어컨 빚어낸 삼성전자 '디자인 싱크탱크'


서초구 우면동 서울 R&D 캠퍼스 디자인경영센터 방문기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1971년 단 두 명의 디자이너로 시작된 조직이 지금은 1천500명이 됐습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각 사업부 디자인부서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제품 디자인을 완성해냅니다."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전무)은 1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강조했다.

기자는 1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찾았다. 지난 2015년 완공된 디자인경영센터에서는 약 1천500명의 디자이너들이 근무한다. 가전부터 휴대폰, 부품뿐 아니라 미래형 차세대 먹거리까지 이들의 손을 거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 디자인 혁신 사례로 '무풍에어컨'을 소개했다. 무풍에어컨은 2011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5년여의 연구 끝에 2016년에 출시된 프리미엄 에어컨이다. 사용자에게 바람을 직접 보내지 않고 천천히 냉기를 발산하면서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무풍에어컨, 껴안으면 시원한 '메탈 죽부인'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이날 무풍에어컨 개발 당시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개발 당시 무풍에어컨의 별칭이 '메탈 죽부인'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 상무는 "개발진들이 메탈 소재로 된 무풍에어컨을 '메탈 죽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냉기를 품은 메탈 소재 에어컨을 껴안으면 너무 시원해서 죽부인을 연상시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풍에어컨이 죽부인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건 메탈 메시(metal mesh) 소재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금속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망처럼 제작한 소재다. 주로 프리미엄 스피커에 채용된다.

송 상무는 "에어컨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가리면서도 촉각적·시각적 시원함을 제공하기 위해 메탈 소재에 13만5천개의 마이크로 홀을 뚫었다"며 "가장 강한 소재가 가장 섬세한 바람을 품는 소재로 거듭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풍에어컨은 앞서 일부 소비자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불만을 자아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악취는 모든 에어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송풍 기능을 통해 습기를 잘 관리해 주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 켤 때 소리도 디자인…가정환경서 UX 테스트

이곳에서는 작곡가들도 디자이너가 된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디자인한다. 에어컨이나 휴대폰의 전원을 켜고 끌 때 나오는 짧은 멜로디도 모두 회사의 정체성을 나타내 주는 디자인의 산물이다.

남명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책임은 "현재 사운드의 기획과 제작, 튜닝, 녹음까지 전담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며 "냉장고나 에어컨, 휴대폰 등 각 기기에 맞는 사운드 브랜드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R&D 캠퍼스에서 약간 벗어나면 외국인 직원들이 거주하는 사택단지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 중 약 52평 규모의 사택을 가전제품 실험실로 활용하기도 한다. 바로 홈 익스피리언스 센터(Home Experience Center)다.

여기에는 무풍에어컨을 비롯한 30개 가전제품이 설치돼 있다. QLED TV와 셰프컬렉션 냉장고·오븐 등 삼성전자 제품도 있었지만 아마존의 에코 스피커와 독일 밀레(Miele)의 스토브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UX디자인 담당자는 "타사 제품도 체험해 봐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에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구비해뒀다"며 "이곳에 연간 500명의 소비자들을 초대해 인터뷰를 하고 이들의 의견을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디자인경영센터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과 럭셔리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와 교류하면서 협업 전략을 찾고 있다.

이돈태 전무는 "하만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철학이 있기에 이를 존중하면서 부분적으로 협업할 요소를 찾고 있다"며 "데이코는 가전사업부 디자인팀에서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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