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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특허 스타군단, 누가 이끄나?


삼성 측 존 퀸 '소송의 달인'…애플 측 윌리엄 리, 중국계 스타

[김익현기자]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전쟁이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기술 특허와 디자인 특허를 앞세운 두 회사는 '올림픽 펜싱 게임'을 연상케하는 짜릿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창과 방패를 번갈아 꺼내들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두 회사. 초대형 소송답게 두 회사 변호인단도 '드림팀'이다. 미국 내에서 내로라하는 유능한 변호사들은 총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과 애플을 대리해 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변호인단의 면면을 살펴본다.

◆삼성 대표 변호사 존 퀸, 소송의 천재로 통해

얼마 전 법정에서 기각된 증거 자료를 언론에 전격 공개해버리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부분은 '냉혈한 승부사' 존 퀸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준 사건. 당시 그는 초강수를 둔 뒤 "배심원들은 재판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데 성공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존 퀸의 승부수는 1심 뿐 아니라 항소심까지 염두에 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항소심부터는 법률심이다. 새로운 사실을 갖고 다투지 않고 1심 재판부의 법률 적용 문제만 심의하는 것. 따라서 존 퀸 변호사가 기각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해버린 건 항소심에서 "1심 재판 때 제대로 된 공방을 벌이지 못했다"는 근거 자료를 남기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 간의 세기의 소송에서 GM을 대리해 승리를 이끌어낸 것을 비롯해 수 많은 비즈니스 관련 소송에서 뛰어난 승률을 자랑했다.

'터프가이'로 통하는 존 퀸 변호사는 의뢰인들 사이에선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수가 빠른" 변호사로 꼽힌다. 그는 애플과의 이번 소송에서 '터프가이'적인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다소 불리해 보였던 이번 소송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상황으로 만들었다.

◆찰스 버호벤, 떠오르는 샛별로 각광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호벤 변호사가 '실리콘밸리 특허 소송의 떠오르는 스타'라고 평가했다. 특히 버호벤 변호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대리해 애플과 여러 차례 특허 소송을 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최근에 버호벤 변호사가 거둔 성과 중 하나는 야후와 페이스북 간의 특허 소송이다. 당시 야후를 대리했던 그는 페이스북과의 특허 분쟁을 원만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 시스코 등이 벌이는 특허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최근 들어 버호벤의 명성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섬&왓킨스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론 셜먼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버호벤은 매우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면서 "이에 따라 그의 명성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버호벤 변호사는 때론 거친 면모도 보여준다. 지난 주 소송 때 애플 측이 "삼성 최고위 경영진 차원에서 아이폰 베끼기 작업을 진행했다"고 공격하자 "애플이 불공정하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삼성은 웬만해선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소송하지 않는다"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버호벤 변호사는 지난 해만 혼자서 8건의 소송을 담당했다. 혹독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은 로펌에서도 단연 두드러진 체력과 집중력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애플 측 맥엘히니, 증거 잡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맥엘히니는 산타바바라 대학을 졸업한 뒤 U C 버클리에서 법학박사(J.D)를 받았다. 그는 특히 1990년대 후지쯔와 IBM 간의 특허 소송 때 후지쯔를 대리하면서 유명해졌다. 또 파이오니아가 삼성SDI를 상대로 한 소송 때는 파이오니아를 대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맥엘히니 변호사가 '스토리텔링에 능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맥엘히니는 지난 달 31일 열린 두 번째 공판 때는 "솔직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배심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또 "재판에서 증거를 분명하게 제시한 뒤 배심원들이 제대로 판결하도록 돕는 것이 내가 맡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멕엘로니 변호사 역시 한번 기회를 잡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평가했다.

2006년 파이오니아와 삼성SDI 간의 소송 때는 '파이오니아 특허 위반'을 걱정하는 삼성 내부 이메일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승소를 이끌어냈다. 당시 소송에서 파이오니아는 5천600만달러 피해 보상 판결을 받아냈다.

◆윌리엄 리, 이란 콘트라 조사 때도 활약

현재 유력 로펌인 윌머헤일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시아계가 미국 유력 로펌 대표로 활약하는 것인 윌리엄 리가 처음이다.

윌리엄 리는 1987년부터 1989년 사이엔 유명한 '이란 콘트라' 사건 독립 조사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레이건 행정부가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판매했던 그 사건을 다루면서 윌리엄 리는 핵심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윌리엄 리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선 탁월한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미국 법조전문 잡지인 내셔널 로 저널(National Law Journal)'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변호사'에 지난 2000년 6월과 2006년 6월 두 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IT 쪽 소송에도 많이 관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5년 발생한 EMC와 휴렛패커드(HP)간의 스토리지 특허 소송이다. 당시 그는 EMC를 대리하면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당시 EMC와 HP는 항소심이 진행되던 도중에 3천250만달러에 합의했다.

당시 소송은 2002년 HP가 먼저 EMC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EMC가 HP를 맞제소하면서 판이 커졌다.

윌리엄 리는 이 소송 1심에서 HP가 EMC의 데이터 스토리지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결국 HP는 항소심 도중 EMC에 3억2천5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선에서 특허 공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수임료도 천문학적 수준…삼성이 다소 많아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은 이처럼 '별들의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그런 만큼 수임료도 상상을 초월한다.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최근 법원 제출 자료 등을 토대로 이번 소송에서 애플을 대리하는 모리슨 포스터 쪽 변호인들이 애플로부터 받는 수임료는 시간당 526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대표 변호사들은 시간당 582달러, 보조 변호사들은 시간당 398달러 수준이다.

반면 퀸 에마누엘 어쿼하트&설리번을 고용한 삼성은 시간당 592달러를 지불하고 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대표 변호사들은 평균 821달러를 받는 반면 보조 변호사들은 평균 448달러를 받고 있다.

애플 변호인으로 활약한 모리슨&포스터의 파트너 변호사들은 지난 해 1인당 평균 1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삼성 쪽 퀸 에마누엘의 파트너 변호사들은 평균 416만달러를 갖고 갔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아스테크니카는 "두 회사의 특급 파트너 변호사들이 받는 수임료는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면서 "다만 대표 변호사들의 평균 수임료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표본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고도로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때론 전문가들조차 쉽지 않은 내용들이 오간다.

반면 판결을 하는 것은 일반인들 중에 선발된 배심원들이다. 당연히 복잡한 법률 용어나 기술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총출동한 이번 소송에서 어느 쪽이 마지막에 웃게 될까? 이번 특허 전쟁에선 삼성과 애플 두 기업 간의 자존심 대결 못지 않게 세기의 특허 소송을 수임한 변호사들 간의 자존심 대결 역시 갈수록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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