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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스마트폰 잇는 제3의 스크린"


미디어 소비 새로운 영역 개척...'스크린 전쟁' 신호탄

[김익현기자]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화면만 키운 아이폰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4월 실제 제품이 출시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의 새로운 가능성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트북PC 시장까지 잠식해 들어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태블릿 바람'이 분 지 1년 6개월여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태블릿과 PC(혹은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의 영역은 어떻게 정리되고 있을까?

이런 복잡한 의문을 풀어줄 의미 있는 자료가 하나 공개됐다. 구글이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자료는 태블릿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 일지 형식으로 미디어 이용 형태를 기록하도록 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구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태블릿이 스마트폰과 데스크톱PC를 이어주는 제3의 디지털 스크린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제3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 그럼 구글의 연구 결과를 구체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TV 보면서 태블릿 작업 하는 경우 많아

일단 이번 조사에 따르면 태블릿의 주 용도는 엔터테인먼트나 휴식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작업용으로 쓰이는 노트북PC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대목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체 태블릿 이용 시간의 91%를 개인적인 용도로 주로 쓰고 있다고 응답했다. 업무와 관련된 작업을 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더 흥미로운 건 바로 기기간 용도 이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태블릿을 구입하게 되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하던 각종 엔터테인먼트 관련 활동들을 재빨리 옮겨온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태블릿으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메일 확인, 게임, 그리고 SNS 활동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 연구 결과에 기기 이용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눈에 띄었다. 태블릿을 주로 멀티 태스킹 용도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 결과 태블릿 이용 시간은 42% 가량은 다른 작업을 하거나 TV 시청 같은 활동을 하면서 부차적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메일 확인, 게임, SNS, 검색 같은 활동은 주로 TV를 보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이용자들은 식사를 하면서 이메일 확인을 하고, 요리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등의 용도로 태블릿을 활용했다.

가정 내에서의 용도도 눈에 띄었다. 소파나 침대, 혹은 부엌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가 바로 태블릿이었던 것.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소파나 침대에서 이메일 확인이나 게임을 하는 용도로 가장 많이 쓰고 있었다.

주중과 주말의 이용 경향도 확연히 구분됐다. 구글 조사 결과 주중에는 주로 SNS나 이메일 처럼 짧은 시간을 요하는 활동들을 주로 했다. 반면 주말에는 영화나 TV 시청처럼 긴 시간이 필요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행태를 보면 더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난다. 우선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고 다닌다. 반면 노트북은 직장과 집 사이를 다닐 때 주로 갖고 다닌다.

하지만 태블릿 소유자들은 집에서 나설 때 휴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신 휴가를 떠나거나 업무차 출장을 갈 때 노트북 대용으로 갖고 가는 경우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블릿은 대부분은 혼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영상 시청 행태 변화도 두드러져

그 동안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태블릿은 '소비용 기기'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소비 형태에 상당히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야후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다. 당시 야후는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 4천100명을 대상으로 2009년과 2011년의 변화된 시청 행태를 조사했다.

당시 조사 결과 가장 두드러진 것은 2년 전에 비해 훨씬 긴 동영상을 많이 보게 됐다는 점이다.

야후 조사 결과 여전히 짧은 동영상이 74%로 전체의 4분의 3 정도에 이르렀다. TV쇼 전체 영상을 본 비중은 18%, 영화 한 편을 통째로 본 사람은 8%에 불과했다.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5분 내외의 짤막한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다소 달라진다. 우선 짧은 영상 시청 비율은 84%에서 74%로 10%P 줄었다. 반면 TV 쇼 한 편 전체(11%→18%), 영화 한편 전체(5%→8%)를 본 사람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온라인 공간에선 여전히 짧은 영상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조금씩 영화나 TV 한 편을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 이건 온라인 동영상이 TV의 자리를 조금씩 파고 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년 간의 추세를 살펴보면 그런 패러다임 변화의 단초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의미 있는 결과는 시청 시간 대 비교 그래프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라임 타임'이라고 불리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온라인 동영상 시청 비율이 2년 전에 비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연히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란 의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야후는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서비스가 성장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이용자는 200%, 훌루 이용자는 67%가 늘었다고 한다. 결국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입지를 굳혀가면서 TV의 자리까지 조금씩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태블릿의 등장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구글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태블릿을 이용해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과 야후의 연구 결과를 수평적으로 연결하긴 힘들테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태블릿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읽기-미디어 소비 패러다임도 달라져

온라인 상의 '읽기 행태 변화'를 살펴보면 더 두드러진다. 이번엔 리드잇레이터(ReaditLater)란 사이트가 지난 1월 자신들의 사이트에 저장된 콘텐츠 1억 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아이패드 이용자들의 독서 행태를 비교한 그래프다.

리드잇라이터는 글자 그대로 이용자들이 나중에 읽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이 연구는 이렇게 저장한 콘텐츠를 언제 주로 읽는 지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패드 이용자들은 점심 시간 전후를 제외하곤 컴퓨터로 뭔가를 읽는 시간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저녁 시간 대에 집중적으로 뭔가를 읽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될 당시 많은 매체들은 아이패드 때문에 TV시청 시간이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렇게 연결시키는 것은 성급하다. 둘 간에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구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TV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태블릿으로 뭔가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TV를 켜 놓은 채 다른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변화는 태블릿이 '읽기(혹은 미디어 소비)'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거실을 둘러싼 경쟁이 꽤나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든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TV를 들고 나올 경우 기존 시장의 판도가 또 다른 쪽으로 확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장 내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크린 전쟁'이 흥미를 끄는 것도 이런 분석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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