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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게임과 함께' 또 한 명의 스타 개발자 탄생


2014 게임대상 '블레이드' 탄생의 주역…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

[문영수기자] 2014년 한국 게임산업을 빛낸 영예의 주인공이 드디어 호명됐다. 이어지는 플래시 세례. 잠시 뒤 상기된 표정의 한 남자가 단상 위에 올라 대상 트로피를 번쩍 치켜든다. 한국 게임산업이 주목해야할 또 한 명의 스타 개발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메이저 게임사도 받기 어렵다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설립 2년차 신생 모바일게임사가 수상했다. 올해 4월 출시한 '블레이드'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액션스퀘어(대표 김재영) 이야기다. 이 회사의 대표작 블레이드는 모바일게임으로는 사상 최초로 게임대상을 수상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게 됐다.

김재영(42) 액션스퀘어 대표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선하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바로 어젯밤 있었던 일처럼 매순간 순간이 떠오른다.

"긴장되면서도 기뻤죠. 아,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단상에 오르면서도 감회가 새로웠죠. 신생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대상 수상작이 어느정도 예견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 게임대상은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해 누가 최고 게임의 영예를 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블레이드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 '한방'은 무엇이었을까.

"메이저 게임사 위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게임 스타트업들에게 희망이 되주고 싶다고 심사위원들께 호소했습니다. 기존 흥행 문법을 따르지 않은 우리만의 개발 스타일로 성과를 거둔 점도 적극 강조했죠. 블레이드가 향후 해외에서 국위선양에 앞장설 게임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요."

김재영 대표의 말처럼 블레이드는 기존에 볼 수 없는 고유한 재미를 선보여 국내 시장에서 우뚝 선 게임이다. 이른바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하드코어 액션 장르인데다, 대중화된 유니티엔진 대신 고가의 언리얼엔진으로 독보적인 게임성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는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바를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그의 개발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장인 정신'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또한 블레이드는 '코딩의 달인'으로 통하는 김 대표의 실력이 고스란히 담긴 게임이기도 하다. 게임 속 영웅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액션은 모두 김 대표가 직접 코딩한 결과물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은퇴하지 않고 코딩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골수 개발자이기도 하다.

◆될성 부른 천재 개발자

여느 게임인이 다 그렇듯 김 대표도 일찌감치 게임의 매력에 눈을 떴다. 게임은 그의 하루 일과 중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특히 액션 게임을 잘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그렇게 가지 말라는 오락실에 갔다가 신천지를 봤죠. 절정을 이룬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스트리트파이터2에 그야말로 푹 빠졌죠. 단돈 50원이면 세시간은 거뜬했습니다. 소위 도장깨기도 하러 다닐 정도였어요. 그래도 최고수는 아니었습니다. 진적도 몇번 있었으니까요."

그가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꿈을 키운 것은 대학교 1학년(92학번) 때 선배가 권한 '삼국지2'를 접하면서부터다. 7박8일 동안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삼국지2에 빠져든 그는 문득 자신이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삼국지2의 비교적 간단한 그래픽은 게임 개발의 문외한이었던 김 대표에게 자신감을 북돋워줬던 것이다.

그해 여름방학에 김 대표는 기초 프로그래밍 언어인 베이식(basic)을 활용, 간단한 게임 개발에 도전한다. 그는 "게임을 하는 것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2001년 일본 코에이에 입사하면서 김 대표의 개발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흥미롭게도 코에이는 그가 개발자로 눈을 뜨게 한 마성의 게임, 삼국지2를 내놓은 곳이었다.

코에이 입사 후 김 대표는 자신만의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의 천재성이 돋보인 일화도 여럿이다.

불과 일주일만에 3D 그래픽을 활용한 비행 슈팅게임을 홀로 제작하는가 하면, 맥스나 마야와 같은 3D 프로그램 없이 순수한 코딩만으로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액체로봇 T-1000을 연상시키는 그래픽 알고리즘을 구현해 코에이 임직원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3D 기술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은 2000년대 초반, 김 대표가 보여준 기술력은 가히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입사 1년도 안된 신입이 잇딴 '대형사고'를 치고다닌 셈이다. 당시 코에이가 보유한 미국·일본 특허 10개 중 2개가 김 대표가 주도했을 정도였다.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03년 코에이를 퇴사한 그는 소프트닉스·네오위즈를 거쳐 2012년 8월 액션스퀘어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콘솔과 PC 온라인 분야에서 10여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그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게임 세상이 올 것으로 판단했다.

이윽고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소위 국민 모바일게임들이 등장하면서 그의 주변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김 대표에게도 간단한 캐주얼게임을 만들 것을 종용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고품질 액션 게임을 만들기로 맘을 굳힌다. 앞서 PC 게임이 그랬듯 캐주얼게임으로 시작한 모바일게임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깊이있는 액션 게임들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캐주얼 게임에 열중할 때 김 대표는 일찌감치 고품질 모바일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안겨준 블레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불과 5명으로 출발한 블레이드는 결과물도 15명으로 마무리한 소규모 프로젝트. 개발 기간도 1년 6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게임은 출시 후 불과 6개월 만에 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전무후무한 대형 게임으로 거듭났다. 가장 적은 인력으로 가장 최고의 결과를 낸 셈이다. 두세단계를 멀리 본 그의 혜안이 빛을 발했다.

"그동안 게임을 만들면서 늘 한 걸음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입사 당시 코에이는 일본 톱5위 안에 든 대형 게임사였지만 이미 대두되기 시작한 콘솔 위기론에 시달려 왔었죠. 또 뒤늦게 뛰어든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대형 게임사들이 선점하고 난 뒤였습니다. 새로이 다가오는 모바일 세상을 주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캐주얼게임)이 아닌, 그 이후의 단계를 멀리 내다보기로 했죠."

◆"잠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겠다"

김재영 대표와 액션스퀘어는 여전히 바쁘다. 새로운 보금자리와 식구가 늘었지만 할 일은 여전히 태산같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쉴틈 없이 매진해야 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이용자도 챙겨야 한다. 신작 게임도 슬슬 준비해야 할 때다. 그는 핵심 모토인 액션을 토대로 한 다양한 장르 도전에 나설 구상을 머릿 속에 세워뒀다.

모바일게임을 떠나 새로운 플랫폼에도 도전할 의사도 내비췄다. 미래 기술로 알려진 가상현실 기기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어쩌면 김재영 대표가 만든 블레이드의 세상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체험하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른다. 어떤 기기에서건 액션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고 늘 도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품질을 상승시키고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노력할 겁니다. 잠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겁니다."

문득 궁금했다. 그가 줄곧 액션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좋아하는 분야예요. 가장 자신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그 짜릿함이 너무 좋습니다. 나이 50이 넘어서도 멋진 액션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할 겁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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