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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코드? 문제 많다" 정치·의학·게임 한목소리


WHO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조승래 의원, 복지부·문체부 융합 연구 제안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근거과 기준이 모호하며 게임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정신의학계, 게임업계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롯데액샐러레이터 15층에서 개최한 'ICD-11, 게임질병분류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행사에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경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 참석해 게임의 질병화 시도가 미치는 여파를 논의했다.

앞서 WHO는 지난 연말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기준이 모호해 보다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알려진 게임 중독을 정식 질병으로 인정하겠다는 것. ICD는 WHO가 발간하고 잇는 인간의 모든 질병과 사망에 대한 표준 분류법을 가리킨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ICD에서 가리키는 게임 중독의 범위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덕현 교수는 연구 근거와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DSM(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에서 게임 중독이 정식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점을 언급하면서 "ICD에서는 중독의 핵심 증상을 다 제거하고 게임을 많이 해서 일상 생활에 방해되니까 이를 중독으로 생각하면 안될까 정도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 역시 "WHO가 추진하는 ICD 내용을 보니 게임에 대해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했다"며 "그정도라면 모든 콘텐츠 산업에까지 적용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강경석 게임본부장 역시 "의학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슈를 다룬다는 게 문제가 있다"며 "의학계 내부에서도 게임을 행위 중독으로 보자는 입장도 있는 반면 충동조절장애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어 충분히 토론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B라는 환자를 놓고 A라는 의사과 C라는 의사가 서로 엇갈린 진단을 내릴 정도로 WHO의 진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끝내 ICD-11에 게임질병코드가 등재될 경우 부정적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대표적인 수출 역군이자 문화콘텐츠 산업인 게임이 중독을 일으키는 중독 물질로 낙인찍힐 경우 인재 유입이 끊기는 것은 물론 게임을 즐기는 멀쩡한 청소년들이 정신 질환자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신철 게임협회장은 "특정 일부의 이익 때문에 만약 게임질병코드가 관철된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며 "게임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게임을 잘 모르던 일반인에게도 자칫 게이머들이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게임이 문화 콘텐츠 중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독물질로 낙인찍힐 경우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창의력 있는 우수한 인재들의 영입은 고사하고 기존 종사자들 마저 혼란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게임협회는 국내 게임 관련 협단체는 물론 글로벌 게임단체들과 공조해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해서도 같이 대응해주기를 청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게임 중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덕현 교수는 "지구상에서 게임 관련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지켜본 느낌을 말하면, 게임 중독의 경우 공존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이 90%를 상회할 정도로 이는 알코올, 마약과 같은 다른 물질 중독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며 "게임 중독이 게임 때문인지 다른 공존질환 때문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게임 중독과 관련한 종적 연구가 너무 없는 실정"이라며 "그간의 종적 연구는 게임 관련 문제를 앓고 있는 아이가 아닌, 일반 아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등 게임 자체에 대한 종적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승래 의원은 "보건복지부 정신의학계가 게임 중독 등재를 목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게임 자체 연구를 통해 게임의 긍정성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게임이 신체적·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융합 연구를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에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게임은 중독을 일으킨다는 전제로 출발하는 연구가 아닌, 게임 자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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