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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패러다임이 바뀐다 -상] 음반


 

인터넷은 인류가 수천년간 즐겨온 문화생활의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신세대들은 자신의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더이상 사지 않고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 감상한다. 영화나 드라마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편하게 감상한다. 온라인게임이 패키지 게임이나 오락실 게임을 앞지른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 급속하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문화콘텐츠 유통패러다임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음악이 껍데기를 벗고 있다. CD와 테이프라는 플라스틱 옷을 벗어던지고 디지털로 변신하는 화려한 시도다.

음악이 음반이 아닌 문화콘텐츠로 변신하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오프라인 CD판매가 주 수익원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활용되는 디지털음원이 부각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3월 17일 온라인음악 유료화를 전제로 한국음원제작자협회에 저작인접권 신탁을 허가했다.

이날 저작인접권 신탁허가 발표는 그동안 소리바다, 벅스뮤직, 와레즈 사이트 등 저작권 침해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온라인음악이 이젠 음반시장을 갉아먹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장으로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음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음반업체들의 움직임은 미국 서부시대의 골드러시와 흡사할 정도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음반업체와 온라인음악 시장을 선점한 인터넷업체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CD와 카세트가 주축이었던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중심의 온라인음악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 음반 매체별 생산현황 (단위 : 천개)

구분 1998 1999 2000 2001 2002(추정)
CD 72,228 122,144 135,982 135,688 104,790
카셋트 128,512 137,744 147,302 141,930 105,342

◆ 지는 음반시장, 떠오르는 온라인음악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97년 4천104억원을 정점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2001년 3천700억원에 이르던 이 시장은 지난해에는 2천8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는 인기가수들의 판매량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오프라인 시장의 우울함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음반협회의 3월말 가요음반 판매량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조성모가 발표한 가인의 판매량은 37만4천572장, 김건모의 8집 앨범도 27만5천53장에 불과하다. 이 두 가수는 2001년에 나란히 앨범을 출시, 1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100만장 이상 판매되는 이른바 '밀레니엄 셀러'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쿨과 브라운아이즈의 앨범이 64만7천052장과 61만8천026장에 그쳤다. 이는 2001년 최고 앨범판매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 국내 음반시장 규모 (출처 문화관광부)

구분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추정)
국내시장(억원) 4,045 4,104 3,530 3,800 4,104 3,700 2,800
세계시장(억달러) 377 380 381 385 369 337 306

반면 문화관광부는 올해 온라인음악 시장규모가 다운로드 460억원, 스트리밍 530억원, 전화이용 서비스 3천억원 등 약 4천억원에 이르며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저작물 이용에 대한 저작권자, 음반제작자 및 실연자의 저작권료 수입도 86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온라인음악업체들은 이미 막강한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 온라인업체인 벅스뮤직은 1천400만명이라는 엄청난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상위 5개업체의 회원수는 무려 3천만명에 이른다.

무선인터넷 시장도 이미 수익성이 검증됐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통화연결음의 전체 시장규모는 500억원 정도. 올해는 2배 가량 성장, 1천억원 시장도 무난할 전망이다. 벨소리시장은 이보다 2배 이상 더 크다.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 인기상품의 다운로드는 한 곡당 2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통화연결음이 곡당 1천원임을 감안한다면, 1곡이 파생상품으로 2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는 웬만한 앨범 판매량 2만장에 맞먹는 수준이다.

◇ 온라인음악 서비스 이용비율 (문화콘텐츠진흥원)

구분 온라인음악서비스 이용경험있음 온라인음악서비스 이용경험없음
전체 (2,005명) 50.7% 49.3%
인터넷이용자 (1,603명) 63.4% 36.6%

◆ '음악이 껍데기를 벗는다'…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음반업체들은 온라인음악사이트들을 인수하거나 새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온라인음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디지털음원 판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음원대행업체 10여개사들도 등장하면서 이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온라인시장의 성장가능성은 온라인 마케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화 및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인터넷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김정은이 부른 '나항상 그대를'은 새로운 온라인음악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영화 '광복절특사'에서 송윤아가 부른 '분홍색 립스틱'은 CD없는 노래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시켜 주고 있다.

벅스뮤직은 '815'라는 인디밴드를 온라인으로만 알리고 있다. 이미 리치 등이 온라인음악사이트로 유명세를 얻은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벅스뮤직이 본격적으로 이 자리에 뛰어든 것이다.

모바일쪽에서도 SK텔레콤은 동영상서비스인 '준'을 통해 '노을'이란 가수를 데뷔시켰다. 준에서만 활약을 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가수 노을은 이제 TV 등 일반무대에도 진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 온라인음악과 오프라인음악과의 결합 아직은 '진통중'

지난해 12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이 곳에서는 음반유통업체와 음반제작업체들의 성토가 거셌다.

이날 참가한 업체들은 인터넷업체들이 그동안 음반업체들이 당했던 피해를 모두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온라인음악사이트들을 불법사이트로 규정하고 모두 없애야 한다는 강도높은 주장도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음반기획사의 이사는 "음반산업이 쇠퇴기를 겪는 과정에서 온라인음악들이 판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업체들을 좌시해서는 안되며 강도 높은 책임추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리바다의 서비스중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소리바다는 아직까지는 서비스중이다. 벅스뮤직을 없애기 위해 법정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류중인 상태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의 음반업체들에 대한 불만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음반업체들의 불만은 온라인음악 사이트의 폐쇄로까지 이어졌으며 보다 강도높은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음반회사협의회 회원사 10개사를 중심으로 '음원담합'을 낳기도 했다.

또 음반업체들이 제기한 벅스뮤직의 법정 소송도 무려 5건에 이른다.

일부 음반업체의 관계자들은 최근 테헤란밸리로 사옥을 옮긴 벅스뮤직에서 육탄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음반업체들의 수익을 빼앗아간 벅스뮤직이 얄미워 그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음악시장의 쇠퇴와 온라인 및 모바일음악시장의 성장, 그리고 새로운 음악장르의 등장으로 대변되는 최근의 변화는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권력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누가 온라인음악시장의 강자가 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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