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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훈] 표절은 평판으로 되돌아온다


[성상훈기자] '넷플릭스의 귀환?'

지난 18일 국내 모 경제전문방송에서 내보낸 방송 꼭지 중 하나다. 지난 18일 넷플릭스가 깜짝 놀랄 만큼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을 분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매출 예상치 22억8천만달러를 웃돌아 3분기 매출 22억9천만달러를 기록했고 3분기 예상 가입자는 232만명 정도였으나 실제 가입자는 357만명였다. 매출과 가입자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 방송의 주요 골자였다.

미국의 주식 전문가로 출연한 패널은 넷플릭스의 실적 호조 요인을 ▲캐나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쇼미의 종료 ▲폴란드와 터키의 현지어 자막과 더빙 제공 ▲미국 최대 케이블 회사인 컴캐스트의 셋탑박스에 넷플릭스 탑재 등을 꼽았다.

이쯤 되니까 간담이 서늘해졌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넷플릭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누구나 예상해 봄직한 일이지만 '쇼미'와 '컴캐스트' 부분은 국내에서 단 1명만 내놨던 분석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석을 내놨던 해당 관계자는 미디어업계에서 몇 안되는 손꼽히는 전문가중 한명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SNS에 이 사실을 게재하면서 분통을 터트렸고 해당 방송을 질타했다.

외신에서조차도 같은 분석을 내놓은 이는 없었던데다가 방송 내내 나오는 멘트는 이 관계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써놓은 분석글 그대로 흘러갔기에 표절이라는 것은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 콘텐츠나 미디어업계를 담당하는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봄직했던 글이기에 더욱 그랬다.

방송에 출연했던 패널 역시 미국 주식을 전문으로 다루며 10년 이상 활동한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었기에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사태가 알려지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혀를 찼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해당 패널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이 관계자에게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음에도 해당 방송은 여전히 사이트에 남아있고 이 방송사는 이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사태의 전말은 알려지지 않은채 그렇게 잊히고 있다.

업계 취재를 하다보면 '표절' 사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달에는 GS리테일이 스타트업 콘텐츠 제작사의 오리지널 포맷을 표절하는가 하면 공영방송 KBS가 또 다른 스타트업 콘텐츠 제작사의 포맷을 그대로 따라했다.

아이디어 도용이나 강탈 사례도 많았다. 자주 만남을 가졌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제조사 임원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가 애플리케이션 패키지(APK) 공개를 요구당했다며 토로하는 것을 봤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심지어 공공기관이 자사 서비스를 그대로 가져다가 새로운 서비스로 출시했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페이스북에는 유튜브에서 유명한 동영상을 그대로 다운로드 받아 게재하는 방식으로 좋아요 수를 늘리는 방법이 수년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공유'가 아닌 '불펌' 형태지만 올린이는 '출처'를 표기하며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믿는다. 유행처럼 번지는 이 방식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실제로 잘못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사례지만 대부분은 그냥 넘어간다.

법제도가 미흡하다보니 이런 문제는 법적 공방으로 가기도 쉽지 않고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그저 가해자의 도덕적인 양심을 믿는 수 밖에.

한 토론회에서 만난 업체 대표가 남긴 말이 뇌리에 남는다.

"악의든 미필적 고의든 베꼈다는 것이 확실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해도 상대방은 그것이 곧 평판이 됩니다. 그러면 그 평판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기도 하지요."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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