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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시간전쟁'②]'안드폰' 없이 만든 안드로이드용 앱


네오위즈인터넷 SNS '씨리얼'…구글 개발자 대회서 1위

'쿨 러닝'이라는 옛 영화가 있다. 자메이카의 전직 육상 선수들이 동계 올림픽 종목 봅슬레이에 출전한 실화를 다뤘다. 사시사철 눈이 내릴 리 없는 자메이카에서 주인공들이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연습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2회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대회에서 네오위즈인터넷(대표 허진호, 이기원)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씨리얼(Ce:real, "진짜 세계를 보라"는 뜻)'이 소셜 네트워킹 분야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봅슬레이 없이 연습한 '쿨 러닝'의 주인공들처럼, 이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 폰 없이 이 앱을 개발했다. 에뮬레이터 컴퓨터 화면에 안드로이드 폰 모양을 떠 만들었다. 서비스가 구동될 기기를 만져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만든 앱이 세계 유수의 개발자들이 참여한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했다.

'쿨 러닝'의 주인공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뻔 하다 썰매가 뒤집히는 바람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둬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침 안드로이드 대회가 있어서' 지난 지난 7월부터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만들었다가 덜컥 1위를 해버린 셈이다.

씨리얼은 트위터의 트렌드 키워드를 중심으로 실시간 이슈와 사진을 보여주는 앱이다. 관심 키워드를 입력하면 우유에 타 먹는 시리얼 모양에 맞춰 사진이 뜨고, 이를 터치방식으로 가볍게 넘겨가며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물론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생소한 앱일 것으로 짐작된다. 한마디로, 모바일 SNS 판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라고 보면 된다.

강 팀장은 "한국과 달리 북미권에서는 트위터가 워낙 광범위하게 쓰여 이용자들이 실시간 이슈 정보를 읽는 통로로도 사용한다. 실시간 인기 이미지를 정리해 보여주는 앱이 없었는데 그 부분을 노렸다"며 "한국에서 전화(안드로이드 폰) 개통도 안 된 사람들이 만든 서비스가 더 좋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미 북미권에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문자메시지(SMS) 수준으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바일 SNS 이용이 콘텐츠를 올리는 부분에만 쏠려 있는데 트위터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키워드'를 집계해 보여주는 앱이 많지 않았던 것.

대회 주최 측인 구글은 상을 줘 놓고도 가타부타 말이 없어 어떤 이유로 뽑혔는지 알 수 없다. 강 팀장은 "평가에 참여한 이용자의 반응을 본 결과 이용자 환경과 창의성에 좋은 평가를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막상 구동을 보니 복잡한 앱은 아닌 것 같다. 기능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하지만 '열린' 인터넷 시대에서 한국 인터넷 기업들이 부족한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널리 알려졌다시피 트위터는 '140자 제한의 글자 올리기' 기능 외에 별다른 게 없다. 하지만 API(응용프로그램환경)를 폭넓게 공개한 덕에 수많은 창의적 개발자들이 이를 이용해 만든 앱만 1만1천 종이다.

트위터에는 이미지를 올리는 기능이 없다. 싸이월드 블로그에서 댓글을 쓰면 트위터에 업데이트되는 것처럼, 트위터의 글을 끌어와 그림을 동시에 올리게 해 주는 '트윗픽(twitpic.com)' 같은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씨리얼도 트윗픽 같은 서비스의 API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씨리얼은 검색 결과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는데, 이 또한 구글이 공개한 번역 API를 활용한 것이다.

"국내 사용자가 아닌 미국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 이용자도 평가에 참여하는 대회 특성상 한국인을 위한 앱을 만들면 수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이제 아이폰이 출시된 한국이 모바일 인터넷에서 한참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이야기는 앞으로의 한국 인터넷 '판' 쪽으로 옮아 갔다. 다가올 웹 서비스 세상에 대해서 강 팀장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부터 오픈 API다, 뭐다 해서 주요 인터넷 포털들이 하기는 한다. 그런데 많이 여는 것은 아니고 적당한 수준에서 연다. 몇 쿼리 이상이면 자기네 마크를 붙여야 하든지, 얼마 이상이면 직접 제휴를 맺어야 하는 식이다."

트위터가 단순한 콘셉트로 수많은 창의적 개발자들과 함께 세계적인 서비스가 됐지만 한국에서는 큰 업체들이 모든 것을 다 직접 하니까 군소 개발자들은 입사를 하지 않는 이상 들어갈 여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만간 아이폰 버전과 유료 버전을 내놓으며 이용자에게 다가갈 계획인 씨리얼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가올 웹 세상에서 오픈 API를 이용한 '기술 품앗이'와 그것을 이용하는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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