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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융합, SW가 힘이다-하]'선택과 집중' 필요할 때


정보통신부 시절 정부의 IT839 전략에 따라 탄력을 받았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가 다시금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간 '융합'을 키워드로 내세운 지식경제부가 임베디드SW를 국가 신성장동력중 하나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

임베디드SW가 재조명 받는 이유는 자동차, 휴대전화, 조선 등 기존 전통산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 또 산업 핵심 경쟁력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넘어오면서 유비쿼터스 시대를 선도할 분야로 임베디드SW가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임베디드SW 현실을 들여다보면, '융합의 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제대로 된 원천기술 없이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는가 하면, 직원 50인 이하의 영세한 기업이 사업 존폐를 고민하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고급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략 분야 원천기술 확보하라"

임베디드SW가 적용되는 분야는 셀 수 없이 많다. 휴대전화, MP3 등 일상에서 흔히 쓰는 디지털 제품부터 자동차, 국방, 조선,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가 워낙 넓다.

분야가 광범위하다 보니 시장 규모와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 따라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임베디드SW 관련업계는 늦게라도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가 다음 단계로 추진할 것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휴대전화, 자동차, 조선, 국방·항공 등 전략 산업을 선정해 그 안에 탑재되는 SW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남표 KAIST 총장은 공식석상에서 "미래는 특허 무한 경쟁 시대"라며 "원천기술 확보만이 부존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을 타개할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임베디드SW 업체인 MDS테크놀로지는 지난 해 국산 기술로 만든 항공용 운영체제(OS) '네오스'의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항공용 SW를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국산 OS 개발은 항공 분야 경쟁력 강화의 첫 단추를 끼운 셈.

더욱이 미국 항공국(FAA)에서 인정한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한 운영체제가 전세계 1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혁혁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지경부의 'SW플래그십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민관이 협력, 국산OS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명섭 MDS테크놀로지 연구소장은 "사업 초기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SW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국산 임베디드OS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모든 사람이 말렸다"며 "OS는 SW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기술일 뿐만 아니라 장기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단위로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회고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천기술 확보에 도전하는 임베디드SW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해마다 정부가 내놓는 정부 주도 임베디드 R&D 과제는 업계의 목마름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지경부가 이 분야 R&D 과제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불과 288억원. 임베디드SW를 '융합의 꽃'으로 키우기에는 초라한 규모다.

이는 반도체 HW 경쟁력을 바탕으로 임베디드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5년간 4억달러의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대만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

중국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863 정책 과제 중심에 임베디드SW를 지정하고, 통신, 휴대전화 등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에 공개SW인 리눅스 적용을 적극 유도하며 국가차원에서 임베디드SW를 키우고 있다.

인도는 항공 분야 내수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SW 아웃소싱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세계 임베디드 시장의 30% 점유를 목표로 인력양성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가 임베디드SW 육성에 전력질주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응용SW 등 틈새 시장 '승부수'

아울러 원천기술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응용SW 등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국내 임베디드SW시장만 보더라도, 응용SW가 75%를 차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 지난 해 자료에 따르면, 임베디드SW 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은 임베디드OS가 4.9년인데 반해, 응용 SW는 1.9년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미들웨어와 응용SW에 집중 투자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데브피아 박병록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찾아 집중 육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최근 스마트폰, 넷북, 휴대 인터넷 기기(MID) 등이 각광 받으면서 이들 기기에 탑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응용SW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이 각각 자사의 충성도 높은 SW개발자를 확보하고,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결국 향후 격전지로 떠오를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SW개발자 커뮤니티 지원을 강화하고, 각종 임베디드SW 개발 경진대회를 통해 SW개발자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바로 인력 양성을 통한 고급 개발자 확보다.

지난 해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국내 임베디드SW업체 178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비율이 전체 30.2%였다. 응답기업의 과반수가 넘는 59%는 임베디드SW 개발인력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인력양성, 脫 SW식민지화 해법"

정부가 고용계약형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맞춤형 SW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임베디드SW업체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이 보유한 인력도 초급과 중급에 몰려있어, 이들을 이끌어줄 고급 개발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관련업체의 48.3%가 신기술 개발을 위한 고급 연구인력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을 정도.

그나마 비트교육센터, MDS아카데미 등 사설 교육기관이 보완책이 돼주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비트교육센터는 2006년부터 기업맞춤형 교육을 시작해 휴맥스,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등 42개 기업과 협력,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2010년 세계 최고 SW연구소를 목표로 대대적인 인력 충원에 나섰으며, 'SW멤버십' 등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SW업체 사장은 "정부가 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예산을 보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자사 SW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규모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인력 양성에 뒷짐지고 있다가는 SW식민지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적 차원의 단계적 인력양성책 마련은 물론, 중소규모의 업체가 우수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산학연 협동 프로그램 및 기존 인력 재교육 기회 확대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SW업체의 인력 양성 의지도 필요하다. 영세성과 자금력 부족 등을 이유로 SW인력에 투자를 꺼리는 일부 업체의 태도는 실력있는 SW개발자의 중소 업체 지원을 막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인재에 대한 투자를 비용 관점이 아닌 미래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 SW분야와 달리 임베디드SW 개발인력의 직무수준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인력 관리의 어려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재 일부 임베디드SW업체는 지경부의 SW 사업대가 기준을, 또 일부 업체는 교육과학기술부 기술자 등급을 혼용해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특별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극심한 취업난에도 SW업체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임베디드SW가 융합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확보와 체계적인 인력 양성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임베디드SW 산업이 '돈'이 되면 자연스레 인재가 모일 것"이라며 "SW개발자를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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