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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불법복제, 이대론 안된다-중]단 한번 복제에 멍드는 SW산업


국내 소프트웨어(SW)기업들은 '불법복제가 국내 SW 산업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불법복제 SW를 주범으로 꼽는 것은 단순히 그 만큼의 매출 손해를 봤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널리 퍼진 불법복제 SW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SW를 개발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재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SW는 무형의 자산이다 보니 시시각각 변화하고, 또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재투자,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못하는 SW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불법복제 SW의 '홍수' 속에서 아이디어와 패기, 기술력만 가지고 뛰어든 국내 SW 업체들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힘없이 휩쓸려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불법복제에 무너진 '영광'

끊임 없는 SW 불법복제는 '잘 나가던' SW 업체를 순식간에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0년대 초반 '나모 웹어디터'라는 SW로 전성기를 누렸던 나모인터랙티브다.

나모는 한 때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SW를 만들어내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나모의 '영광'은 순간에 머물렀다. 이 회사는 결국 경영악화로 세중여행에 인수됐으며, SW가 아닌 다른 분야 사업에 '곁눈질'을 하며 지내야했다.

나모가 곤두박질친 이유는 시장상황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불법복제 SW로 인해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나모인터랙티브가 만들어낸 SW는 현재 초·중·고교 컴퓨터 실습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다. 교과과정에 포함될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정작 개발 업체는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이는 학생들을 교육해야하는 학교 당국마저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학생들 역시 각자 실습할 때 P2P 사이트나 웹 디스크 서비스를 이용, 불법으로 복제된 SW를 다운로드하는 것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 만들어낸 SW라도 개인용 시장에서는 '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인식한 이 회사는 최근 기업용 SW를 연이어 출시하며 '업종변경'에도 나서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 진병각 SW서비스사업부 부장은 "외국계 SW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재투자,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매출이 없다보니 개발자는 떠나고 SW는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만 사면 되지, 뭘"…기업마저

개인용 시장에 비해 불법복제 SW 사용이 적은 편인 기업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용 제품을 만들어내는 업체들도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기업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

웹사이트 구성에 필요한 컴포넌트 SW를 만드는 데브피아는 요즘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일부 기업들과 '전쟁' 중이다. 이 SW를 사용하려면 '시리얼 넘버'를 이용, 서버에 접속해야 하는데 하나의 시리얼 넘버에 무려 600여 사용자가 접속할 때도 있다.

◇가정, 기업의 불법복제 SW 사용현황

이 회사의 SW를 복제해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이처럼 많다는 얘기다. 일부 기업들은 회사가 필요한 라이선스가 5개라면, 1개의 라이선스만 구매해 나머지는 복제해 사용하기도 한다. PC처럼 SW 역시 사용자 당 1개를 구매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이 부지기수인 것.

데브피아 측은 이같은 불법복제 때문에 입는 피해액이 SW 하나를 기준으로 매년 약 1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업체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타격이 된다.

데브피아의 서민호 경영기획실 실장은 "한 기업이 1개의 라이선스를 구매한 뒤 50여 사용자가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억울하기까지 하다"며 "SW 단속에 시간과 노력, 비용이 더 들어가다보니 활발하게 진행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1개의 라이선스라도 구매한 '고객'이다보니 SW 판매업체로서 불법복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서 실장은 "이같은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확실한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법복제, '모두'를 향한 칼날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는 매출감소, 성장저하뿐만이 아니다. 한 SW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SW를 불법으로 복제, 창업을 한 사례까지 겪기도 했다. 불법으로 복제돼 웹을 떠도는 자신의 개발품을 보고 SW 업계를 영영 떠나버리는 개발자도 수없이 많다.

P2P, 웹 디스크를 통한 SW 유출이 해외로 이어져 중국 등 해외에서도 국내 SW를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했다. 이 경우에는 단속은 커녕 피해액수를 산정하기조차 어렵다.

불법복제 SW의 사용이 의심되지만 조사요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인터넷데이터센터, 웹호스팅 업체 등에서 발견되는 불법복제 SW는 서버 사용자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조사할 수 없으니 단속 역시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SW 불법복제가 향후 4년 동안 10%만 줄어들어도 7천6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13억 달러의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이에 한 SW 개발자는 "SW 불법복제가 결국은 자신을 향한 칼날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불법복제가 개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산업을 어렵게 하면 결국 불법복제 SW를 사용했던 개개인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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