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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BC로-하]회사는 BC에 반하고 있다


◆2020년 새해, 어느 전자업체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전자제품 제조업체 A사. 입사 13년째를 맞는 나최고 상무는 여느 때처럼 10년 이상 애용해왔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는 출시를 앞둔 휴대전화 신 모델의 안정성을 평가해보기 위해 실시한 가상 충격 테스트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PC로는 이 정도 동영상 콘텐츠를 볼 엄두도 못냈다. 전문 그래픽 컴퓨터인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최고 상무의 10년된 컴퓨터는 용량이 수 백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3D 그래픽 동영상을 아무 무리없이 화면에 비춰줬다.

그렇다고 나 상무 컴퓨터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비결은 바로 가상화 기술이다.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전 직원의 컴퓨터를 중앙 시스템에 연결한 것이다. 컴퓨터 용량이 필요할 때마다 수도꼭지를 틀듯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나최고 상무가 단순한 문서 작업을 하면 컴퓨터는 저사양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과 최소한의 메모리만 있으면 된다. 반대로 이번처럼 3D 그래픽 동영상 콘텐츠를 볼 때는 자동으로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CPU 성능과 수십기가바이트의 메모리가 자동 할당된다.

회사의 일급 기밀인 신모델 성능 테스트 결과치와 설계도가 유출될 가능성도 없다. 몸 수색이나 주기적인 보안 리포트 등의 심한 보안 검색은 오히려 사라졌다.

"내가 자네들처럼 신입사원일 때 우리 회사는 PC라는 것을 사용했지. 그래서 PC를 통한 기밀 유출 때문에 회사는 늘 긴장상태였다네. 게다가 한번 지급된 PC는 1년만 지나도 구식이 돼서 새로 바꿔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성능이 너무 떨어져서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지."

나최고 상무의 옛날 이야기에 2020년도 신입 사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지만 자네들은 복 받은 줄 알라고. 업무용 컴퓨터(BC)로 환경을 전환하고 나서는 보안에 대한 걱정이나 쓸데없는 의심, 그리고 잦은 PC 교체나 성능 저하로 고생한 일은 없었으니까 말일세."

◆기업 컴퓨터의 미래, 패러다임 전환 온다

2008년 2월. 사무실에서 PC가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찬밥 신세가 된 것은 PC 뿐 만이 아니다. PC 사용자들 역시 메신저나 이메일, 외장형 저장장치 등을 통해 정보를 빼돌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직원들이 사사로이 접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나 범용 메신저는 차단해 놓는 경우가 태반이다.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직원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 운영체제 및 각종 응용 프로그램 업데이트는 또 다른 골치거리다. 원인조차 알 수 없이 고장나 버린 PC 대문에 회사의 IT 관리자들은 애프터서비스(AS) 전문 기사가 된 기분으로 사무실을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다.

회사의 창고에는 불과 1년전에 구입한 PC가 애물단지가 된 채 쌓여 있다. 새롭게 업무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그 기능을 지원하지 못해 고물이 돼 버린 PC들이다. 회사와 직원들 사이의 막연한 불신, IT 관리자들의 업무 증가, 운영 및 관리를 위한 비용 상승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PC가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맞으면서 기업들이 PC 대신 업무용 컴퓨터(BC)에 눈을 돌리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보안 강화를 위해 네트워크 컴퓨터 개념의 신클라이언트나 서버기반컴퓨팅(SBC)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 기업의 컴퓨팅 환경은 이에 더해 한 가지 획기적인 기술로 진 일보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가상화 기술은 크게 두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를 한 대처럼 묶어 준다. 그런가 하면 한 대의 대형 컴퓨터를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처럼 완전하게 나눠 사용할 수도 있다.

개인이 사용하는 단말기에는 정보를 남기지 않고 중앙 시스템에 연결해 사용함으로써 보안성을 높인다. 반면 네트워크 컴퓨터의 약점이었던 대용량 데이터 전송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그때 그때 컴퓨팅 용량을 늘려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에릭 슈미츠 구글 최고 경영자(CEO)는 "모든 모바일 기기와 정보의 네트워크화, 즉 클라우드(cloud) 환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에서 "PC에 있는 정보나 중요 문서,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꺼내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역시 2008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공유와 가상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컴퓨팅의 새로운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컴퓨터 원격 제어-가상 자원 할당 등의 기술 선보여

아직 초기 단계긴 하지만 가상화 기술을 활용한 BC 모델도 시장에 속속 소개되고 있다. 네트워크 컴퓨터 기술을 꾸준히 공급해 왔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 2007년 하반기 '버추얼 데스크톱 환경(VDI)'이라는 새로운 솔루션을 발표했다.

네트워크 컴퓨터인 신클라이언트와 PC의 장점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중앙 서버에 PC 이미지를 그대로 저장해 두고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텔 역시 보안과 컴퓨터 성능, 사용자 편의성까지 모두 높인 'v프로' 기술을 기업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PC를 이용하면 IT 관리자들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직원들의 PC를 모두 관리하거나 제어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향상된 PC의 성능을 충분히 이용하면서도 안전한 보안 성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MS와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 VM웨어가 발표한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은 BC의 미래를 더 가깝게 구현하고 있다. 컴퓨터에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설치, 여러 대의 컴퓨터를 한 대처럼 공유할 수도 있고 중앙 서버와 연결해 네트워크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가상화 기술 기반의 BC를 구현하려면 컴퓨터 하드웨어의 가상화 뿐 아니라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 및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까지 가상화 기술이 확산 적용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나 '서비스화 된 소프트웨어(SaaS)'도 이같은 가상화된 소프트웨어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

기업의 업무 처리를 위해 그 어떤 IT 플랫폼보다 중요한 PC, 이 PC가 애물단지가 아닌 기업의 핵심 IT 플랫폼 BC로 진화하기 위해 얼마나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을지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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