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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는 지금 ITU의 축소판


아랍권 대표단 위한 '기도룸', 6개 공식언어 일일이 번역

[강호성, 허준기자] 국제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는 지금 170여개국 3천500여 명의 대표단이 치열한 'ICT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1월7일까지 ICT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고 차기 사무총장 선거 등을 치른다.

'ICT 올림픽'으로 일컬어지는 전권회의 행사장은 피부색도, 종교도, 생활방식도 다른 5대양6대주의 참가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쌀쌀해진 날씨에 잔뜩 움츠려든 것처럼 보이는 '아프리카 지역 대표단'과 이런 정도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얇은 옷차림의 참가자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전권회의는 3주동안의 강행군이 이어지는 행사. 꼼꼼히 출장준비를 했더라도 불편한 점도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행사장에는 각국 대표단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적지 않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편의시설도 눈길을 끈다. 각국 대표단이 자유롭게 만나 회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미팅룸이 수십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미팅룸들 가운데 한켠에는 아랍권 대표단이 반길 만한 '기도방'이 이목을 끈다.

행사장 1층 미디어존(media Zone) 옆에 마련된 기도방은 누구든 종교활동을 할 수 있지만 특히 아랍권 참가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남성용, 여성용으로 나뉜 두개의 기도방에는 이마를 땅에 대고 기도를 드리는 참가자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마라톤 회의에 지친 참가자들이 잠시동안이지만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안락한 의자로 구성된 '릴렉싱 룸(relaxing room)'도 보인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만 하더라도 17개국 대표단과 연달아 회담을 열어 ICT 정책 공조 및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무총장과 부총장, 총국장 등의 선거가 잇따라 열리는데다 각국마다 주요 ICT 현안에 대한 견해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국 대표단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잠시동안의 '릴렉스' 시간은 꿀맛 같을 듯.

행사장 내에는 '기가급(Gbps)' 속도를 자랑하는 네트워크와 첨단 성능의 PC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사이버카페, 대표단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우체국도 따로 설치돼 있다. 우리 측 행사 준비단 관계자는 "ITU의 고위직 인사들만 200여 명이 넘게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ICT 분야 최고 의사결정 회의인 이번 행사는 ITU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ITU는 공식적으로 영어와 불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6개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모든 발표와 공식 문서는 이들 6개 언어로 작성된다. 따라서 미디어에 배포되는 공식 보도자료도 6개 언어로 모두 번역돼 전달되며, 이번에는 한국어로도 제공된다.

안내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출입을 통제하는 경호원들도 대부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원으로 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을 담당하는 정복 경찰요원들뿐만 아니라 사복차림의 요원들도 대부분 2~3개국 이상 능통한 요원들이 배치돼 있다"고 귀띔했다.

전권회의 행사장 안팎에서의 외교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차기 사무총장 선거뿐만 아니라 부총장, 부문별 총국장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사무총장 선거는 단일후보지만, 다른 선거는 경합이 불가피한 상황. 여기에다 자국에 유리한 정책방안이 결정되도록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참가국들이 마련하는 만찬행사도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해질수밖에 없다. 행사첫날 중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정책책임자들이 함께하는 만찬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4년 후 전권회의 개최를 노리는 아랍에미레이트는 22일 대규모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1일 차기회의 개최를 제안한 아랍에미레이트는 이날 만찬을 통해 각국 대표단에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개최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차기 ITU 전권회의 개최지는 회의 마지막날 선정된다.

벡스코에서 10분남짓 거리인 해운대 일대는 저녁마다 민간외교전에 들썩이고 있다. 미래부 윤종록 제2차관은 "행사 시작 이후 매일 저녁에만 3~4개국 대표단과 짬을 내 미팅을 하고 있다"면서 "해운대 시장에서 저녁을 먹다가 식사하러 나온 말레이시아 대표단과 '꼼장어 소주'로 우호분위기를 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ITU 전권회의는 다음달 7일까지 진행된다. 폐회식까지 각국 ICT 정책 담당자들이 회의를 통해 글로벌 ICT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날에는 회의를 통해 결정된 주요 ICT 정책들이 종합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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