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심층진단 포털을 말한다-3] 포털, 21세기의 새로운 광장


 

'광장'은 도심지 속에서 건물 등이 없이 넓게 열려있는 빈 공간, 혹은 의사 소통이 가능한 공통의 장소를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3천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그 이용이 몇몇 거대 포털로 집중되면서 포털은 '사이버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끼리 모여 그들의 취미, 하루의 일상에 대해 논의한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사이버 광장이 초래하는 역기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공론장에서 종종 들려오는 언어폭력, 특정인에게 가해지는 뭇매와 마녀사냥, 심각한 명예훼손 등이 그것이다.

혹자는 이를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광장 본연의 특성 때문으로 파악하며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실제로 인터넷 실명제 등 광장의 정화를 위한 장치 도입이 임박한 상황이기도 하다.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새로운 공론장으로 자리잡은 포털의 역할과 순기능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학습과 오락의 공간이자,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신문고의 기능을 수행하며 전자민주주의를 시험해가는 '광장'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할 일이다.

최근 들어 포털사업자들과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기술적 장치를 도입하고 자정운동을 벌이며 광장의 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털, 일상 생활부터 정치적 의사결집까지

인터넷 공간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각종 놀이와 문화는 물론 온갖 영역의 지식이 가득해 '검색'만으로 이 모든 것들을 찾아서 활용할 수 있다.

대형 포털 및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형성된, 수 없이 많은 커뮤니티는 같은 즐거움,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또 하나의 '2차집단'을 형성케 한다.

사회 비리와 부정을 고발하기 위해 궁궐 앞에 놓여있는 북을 올릴 필요도 없다. '실시간 전송'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에 '펌질 문화'가 곁들여져 힘없는 개개인의 고발과 질타의 목소리가 삽시간에 수백, 수천만명에게 전달해 '넷心'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2002년 대선- 대통령 탄핵- 16대 총선정국을 관통한 네티즌들의 여론형성은 한국사회의 정체성과 방향까지 좌지우지한 사례로 꼽힌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 전파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한 폭발적인 확산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40년 역사의 '정통야당'을 원외의 군소정당으로 축소시켰다. 그리고, 야3당에 의해 '축출' 당한 대통령을 다시 복귀시켰다.

혹자는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이 확보한 막대한 영향력은 한국 시민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IT인프라의 급성장이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서유럽 국가가 2세기에 걸쳐 현대사회로 이행한 과정을 우리는 사실상 50년만에 단축해서 이뤘고 정치적 의사를 갖춘 시민사회의 성숙은 87년 6월에서야 완성됐다.

이후에 진척된 민주화와 IT인프라의 발전이 맞물려 후배 세대들로 하여금 거침없는 정치적 자유와 영향력을 인터넷을 통해서 누리고 행사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공론장의 순기능과 역기능, 그 명암에 대한 논란

'공인' 혹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들춰지고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 되며 온갖 명예 훼손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개똥녀 사건, 간호조무사 사건 등을 통해 일반인들 또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마녀사냥'의 타겟에서 자유로울수 없을을 보여줬다.

인터넷 콘텐츠의 무분별한 '펌질' 및 무단 사용과 배포 또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사이버 공간상의 불법과 댓글로 인한 공해 등의 문제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실명제와 저작권법 등의 입법화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을 사고 있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강화되면 네티즌들의 경우 선택권과 표현의 자유가 제한 받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또, 사업자들은 각종 규제정책이 인터넷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광장에서 자유를 향유하던 네티즌들과 이들의 활동에 힘입어 급성장을 거듭해온 사업자들도 대체로 정보화 역작용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는 가운데, 그 대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장의 역기능 줄이기 위한 사업자들의 자체 대책 마련

포털 사업자들이 역기능 해소를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뉴스 등의 게시물에 붙는 덧글의 관리이다.

네이버는 뉴스의 덧글 쓰는 란 옆에 덧글 삭제 기준 및 타인의 명예 훼손시 처벌 대상이 됨을 알리는 안내 문구를 지난해 2월 이후 삽입했다.

또, 덧글로 인한 심각한 명예 훼손 및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지와 함께 덧글 쓰기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

* 네이버 덧글 쓰기 제한 기능 적용 이슈 사례

적용 이슈 목록 적용 이유 날짜
"추천 안하면 덮친다. 덮녀를 아십니까?" 개인정보 침해, 사진 도용 등 명예훼손 심각, 해당 사진 url 유포 05.06.30
"임수경씨 9살 아들 필리핀서 익사" 임수경씨 과거 방북 이력 관련 명예훼손 05.07.23
"프로농구선수, 성폭행혐의 현장 검증 논란" 선수 실명 노출, 욕설, 명예훼손 05.07.27
"황정민 아나운서 '性的 농담' 또 구설수" 성적 표현 포함된 욕설, 명예훼손 05.07.27
"유승준, '미시민권 있어도 나는 한국인'" 유승준에 대한 욕설, 심각한 명예훼손 05.07.28
"'음악캠프' 생방송 중 전라 노출 사고" 사건 관련 동영상 주소 유포, 욕설 05.07.30

지난해 7월 이후엔 별도의 클릭을 하지 않을 경우, 기본적으로 뉴스 덧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뉴스 콘텐츠의 본질과 초점이 무분별한 댓글을 통해서 흐려질수도 있는 만큼 별도의 클릭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뉴스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선에서 이뤄지는 관리 활동의 일환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넷 포털 중 최초로 사이버 가처분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사이트의 각종 게시물로 인해 명예훼손 및 저작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가 게시물의 주체를 상대로 형사상의 고소,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또는 게시물 삭제 가처분을 신청한 경우에 검찰의 기소결정여부, 법원의 손해배상판결여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문제시 되는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게 한 것이다.

게시물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질 경우 사이버 가처분을 해제하고 카페, 게시글 등을 원상태로 복귀시키고 있다

올바른 문화 정착 위한 캠페인과 사용자 자정 움직임 지속돼야

인터넷 이용 문화의 개선을 위해선, 이러한 기술적·제도적 장치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의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과 계몽,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높다.

포털을 통해 공론장이 형성된지는 이제 겨우 5년 남짓 하다. IT 인프라 보급의 비약적인 확대로 인해 그 이용이 급증하는 반면 이용자들에게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이 공간이 '비 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익명성 뿐 아니라 비대면성이라는 특성이 온라인 이용문화를 혼탁하게 한다"며 "얼굴 맞대지 않을 뿐 자신이 온라인 상에서 하는 행위가 '가상 공간'이 아닌 '또 하나의 실생활'이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NHN이 운영하는 어린이 전용 포털 사이트 쥬니어 네이버는 학무보가 직접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신규서비스의 적합성을 검증하는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모니터링단 모집에는 700여명의 학부모가 지원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고 이중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모니터링단에 참여한 주부 A모씨(40세)는 "어린 아이들이 이용하는 인터넷이 안전하고 유익한 것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다"며 "콘텐츠의 적합성과 유해성을 가리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카페운영자들의 모임인 '카리모(http://cafe.daum.net/CafeLeaders)는 소속된 네티즌들이 스스로 포털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만 가입자가 모두 다음 카페 운영자들로 구성돼 있는 사이버상의 오피니언 리더 모임이다.

회원들은 스팸사용자나 유해 카페등의 정보를 찾아 다음 스팸센터에 정보를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싸이월드가 2004년 11월부터 별도의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cleancyworld)를 만들어 진행하는 '싸이클린캠페인'에는 오픈한지 1년여만에 1백만 명 이상의 회원이 방문할 만큼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 미니홈피는 '저작권 보호 만화' 등 네티즌들이 인터넷 예절을 익힐 수 있는 자료들을 게시하고, 싸이월드에 새로 추가되는 프라이버시 기능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미니홈피를 이용하는 이들 사이에서 지나친 사생활 침해를 막는 '싸이매너' 등이 확산되고 있고, 일련의 사생활 침해 사건에 뚜렷하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등 이용자들의 정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싸이매너'는 친구가 미니홈피에 자신의 여자친구 사진을 올렸을 경우, 이를 스크랩해서 내 홈피에 보관하다가, 두 사람이 헤어지면 스크랩한 사진도 같이 지우는 등 신세대 미니홈피족들 사이에서 자리잡고 있는 문화다.

이 관계자는 "미니홈피 내에 일촌을 등급별로 분류하고 스크랩 방지기능을 도입하는 등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음의 '카리모'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이용자는 "포털 등 인터넷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한 법제화는 논란이 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에 비춰봤을때 불가피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법제화가 네티즌들의 활발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위축시켜선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이용자들의 건전한 활동을 제한해선 안될 것"이라며 "일선 초중등 학교에서의 네티켓 교육 및 활발한 캠페인 등이 이뤄지고 다양한 자정활동을 통해서 이용문화를 가꿔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심층진단 포털을 말한다-3] 포털, 21세기의 새로운 광장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